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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이 대한변협과 만든 ‘세월호 특별법’ 뭐가 문제?

유가족이 대한변협과 만든 ‘세월호 특별법’ 뭐가 문제?

기사승인 2014. 09. 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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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국가소추주의·자력구제금지 원칙 위배 둘러싸고 학계도 의견 대립
항의방문2
1일 오전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한 대한변협의 성명서 발표 등과 관련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회관을 항의방문한 변협 전 협회장들과 위철환 협회장(가운데)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위 협회장 기준 시계방향으로 이진강(44대)·신영무(46대)·천기흥(43대)·정재헌(41대) 전 협회장. /사진=허욱 기자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정국이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별검사 추천위원의 추천에 유가족의 동의를 얻도록 한 세월호 특별법 2차 합의안 수용을 거부한 유가족들은 특별법에 따라 구성될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진실규명과 의혹 해소를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고 발생 초기부터 사고 현장에 내려가 희생자 가족들을 지원했던 대한변협(협회장 위철환)은 공청회 등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만들고 지난 7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선언문까지 공표했다. 하지만 이런 행보에 대해 변협 협회장을 역임한 원로 법조인들은 1일 위 협회장을 항의방문 해 “법치주의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라”고 경고했다.


◇ 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동행명령 권한까지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동행명령 권한을 주는 것이다.

실제 유가족 측이 만든 특별법안을 보면 위원회 산하 제1소위원회(진실규명 소위원회)에서 세월호 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선사, 선원의 범죄나 감독기관 등과의 유착비리는 물론 구조나 수습 과정 혹은 수사 과정에서의 부실 및 비리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한 조사 대상에는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해군,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은 물론 국무총리실과 국가정보원, 청와대까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제1소위원회 상임위원은 이 같은 조사 사건에 있어서 독립적인 검사의 지위와 권한을 갖도록 하고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사의 권한을 준용하도록 했다.

또 위원회는 제1소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하여금 공소를 제기할 것을 결정할 수 있고 의결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증인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했다.


◇ “헌법위반” vs “문제 없어”…학계에서도 의견 갈려

유가족이 주장하는 특별법 내용에 반대하는 가장 주된 논거는 현행법상 국가기관인 검사가 소추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과 배치되며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타협을 통해 특별법을 제정, 행정권에 속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세월호 사고의 피해자인 유가족이 직접 구성에 관여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는 겪이 돼 우리 민법상 금지된 ‘자력구제’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행명령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제도이기도 하다. 이처럼 특별검사 외의 기구나 사인에게 수사권을 준 전례가 없다는 것 역시 반대론의 한 논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헌법상 수사권·기소권 규정 없어”…“특별검사의 일종으로 봐야”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상 영장에 대해서만 헌법에 정해져 있지 수사와 기소를 누가할 지는 정해놓은 게 없다”며 “피해자가 직접 수사를 한다면 문제가 있지만 법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에 검사 자격을 부여해서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사법체계와 맞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력구제에 해당 돼 사법체계를 흔든다거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사안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의견이 반영된 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것인 만큼 피해자가 직접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법을 만들 때도 국회의원들이 각종 이익단체를 비롯한 연관 있는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해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유가족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위원회와 특별검사제도가 결합된 형태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이미 10번이 넘게 특검이 활동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법체계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국가 제도가 갖는 정의 허물어져”…“급한 것은 ‘민사적 정의’를 세우는 것”

반면 또 다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A씨는 “헌법사항이라도 대다수 국민들이 원한다면 헌법을 고쳐서라도 할 수 있겠지만 제도가 갖고 있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제도가 국민에게 주는 일정한 신뢰성이라든가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실체적·절차적 정의 실현에 대한 축적된 힘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교수는 “‘justice for all’이라고 하는 것이 제도가 갖고 있는 장점인데 어떤 특별한 사태에 관해서 제도를 벗어나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그것은 ‘justice for some’ 즉, 보편적 정의가 아닌 어떤 특별한 이익을 위한 정의로 비춰지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보편성 속에서 유익을 취해야 할 많은 사람들은 불안해지게 돼 국가 전체로 볼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게 된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우선 국가적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민사적인 정의를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를 하고 누구를 처벌하는 것보다 유족들의 손해배상과 기회균등 문제, 이런 것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실질적으로 유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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