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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삼성-LG전자 ‘감정싸움’, 양사 품격에 맞지 않아

[기자의눈] 삼성-LG전자 ‘감정싸움’, 양사 품격에 맞지 않아

기사승인 2014. 09.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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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가 LG전자 경영진의 자사 세탁기 힌지 파손 문제를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상당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거 소송을 벌인 전례가 적지 않지만, 최고경영자(CEO)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수사를 의뢰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의뢰의 대상은 LG가전의 수장이자 소위 세탁기 박사로 통하는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사장이다.

삼성전자는 그만큼 제품 브랜드 가치에 심각하게 악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세탁기 파손 문제가 이달 초 최초로 알려졌을 때 LG전자가 해당 세탁기 힌지가 취약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게 삼성측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선 유럽시장을 공략할 전략제품에 대한 객관적 근거없는 결함 지적을 그대로 용납할 수 없을 터였다. 특히 세탁기에 손을 댄 조 사장 또는 LG전자 임원의 과실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LG전자의 대응 방식이 다분히 감정적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수사의뢰 사실을 밝히자 ‘세탁기 업계 1위인 자사를 흠집내려는 의도 아닌가’ 라는 식의 해명을 내보냈다. 이 역시 뚜렷한 근거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LG전자의 초기 대응은 상도에 어긋난다. 해당 세탁기인 삼성 ‘크리스탈 블루 도어’는 엄영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이 지난 5월 파리박람회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았다고 치켜세운 제품이다. 경쟁사의 이 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 결함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건 그 의도야 어쨌든 악의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고의든 아니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만큼, 해명보다는 진정성이 담긴 사과를 하며 결자해지를 했으면 어땠을까. LG가전의 상징적 인물인 조 사장 이름이 직접 거론된 만큼 회사 이미지도 얼룩지게 됐다.

삼성전자도 전자·가전 업계의 맏형 답게 LG전자를 끌어안는 포용을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쟁사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건 글로벌 기업의 품격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자칫 법적 소송으로 번지면, 양사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화해를 제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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