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언덕'의 독특한 시간 전개는 모리의 편지가 섞이면서 생겨난다. 사랑하는 권(서영화)을 찾아 북촌에 온 모리(카세 료)는 자신의 여정과 마음을 편지에 담아 권에게 전한다. 이 편지를 권이 떨어뜨리게 되고, 흩어진 편지를 다시 거두어들이면서 순서가 섞이게 된다.
모리는 우연히 들리게 된 카페에서 여주인 영선(문소리)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애완견을 찾아준 계기로 저녁식사를 한다. 와인과 함께 무르익는 분위기 속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며 가까워진다. 사실 이 장면은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다. 두 배우가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실제 와인을 마시는 것과 함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의 'To Know Him is to Love Him' 노래를 튼 것. 덕분에 홍상수 감독의 현장을 처음 경험해보는 카세 료도 촬영에 바로 적응해 홍상수 감독의 대본을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또한 이 날 너무나도 풍부한 감정을 보인 문소리 배우의 연기는 상대 배우는 물론, 홍상수 감독까지 매료시켜 원래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이 완전히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모리는 머물게 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허물 없고 정이 많은 상원(김의성)을 만나 우정을 나누게 된다. 술 자리에서 모리는 그녀를 찾아야 하지 않냐는 상원의 걱정 어린 질문에 “그녀를 보게 되건 아니건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내가 그녀를 찾고 있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며 권을 찾는 간절한 마음을 고백한다. 취중대화 장면은 홍상수 감독 영화 속에 빠지지 않는 백미로, 특히 이 장면은 모리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져 공감하게 한다. 이 장면에 대해 김의성은 “카세 료는 원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꽤 취했었다. 골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며 유쾌한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