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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선진화 길을 묻다](27-끝) 출발전부터 삐걱대는 서민금융총괄기구

[금융선진화 길을 묻다](27-끝) 출발전부터 삐걱대는 서민금융총괄기구

기사승인 2014. 09. 16.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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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따라 이름만 바뀐 서민금융제도..다양한 문 열어주더니 이제는 통합한다는 정부
대한민국 서민금융지원제도는 정권 교체기마다 이름만 바뀌어 왔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공약이었던 ‘국민행복기금(과거 이명박(MB) 정부의 신용회복기금)’의 실적이 당초 공약에 비해서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아울러 행복기금 및 햇살론과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지원 제도를 여럿 열어주고 다시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정부에 대한 반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기관 통합 논의에 앞서 현재 시행중인 제도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완책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국민행복기금 실적 초과 달성?..글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2년 11월 새누리당은 채무불이행자를 위한 ‘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 설치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사실 행복기금은 2008년 MB정부시절 ‘금융소외자 지원 종합대책’ 발표 직후 등장한 신용회복기금이 이름을 바꾼 것이다. 이는 MB정부 때도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권 내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번 정부의 행복기금 역시 당초 공약에서는 320만명의 채무불이행자들이 행복기금의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발표됐다. 이어 금융위원회는 345만명(금융사 채무자, 배드뱅크 이행자 등)의 채무불이행자 중 신청자에 대해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작년 3월 말 행복기금을 출범했다.

그러나 지원 목표치는 5년간 32만6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연히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행복기금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작년 3월말 출범한 행복기금 누적 수혜자는 8월말 현재 29만6000명이다.

이에 금융위는 5년간 32만6000명이라는 목표치를 벌써 이미 거의 달성했다고 자부하지만, 당초 공약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숫자다.

캠코 관계자는 “전체 대상이 345만명이고 실제 지원자 규모는 32만6000명으로 추산한 것”이라며 “배드뱅크 운영 등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10% 수준만 지원할 것으로 예상해 목표를 잡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규상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행복기금 지원자가 당초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민금융 다 열어주더니 다시 하나로 통합한다는 정부

아울러 정부는 행복기금을 비롯한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등 서민금융기관을 한 데 모은 ‘서민금융진흥원’을 내년 상반기 중 설립할 예정이다.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햇살론과 미소금융, 새희망홀씨대출 등의 서민 지원 금융상품을 ‘햇살론’으로 일원화하고 향후 모든 서민금융 상품 운영을 통합 관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간 유사한 서민금융 상품들이 각각 공급됨에 따라 수요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중복지원 문제도 있었다”며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한 후 제도금융권에 원활히 접근할 수 있도록 동태적 서민금융 지원이 가능한 상품을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앞서 수많은 서민지원제도를 도입해 수요자의 혼란을 초래한 게 다름아닌 정부라는 점이다. 이번 통합 논의가 사실 수년간 누적된 서민금융 부실을 한 번에 털어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6월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햇살론의 연체율은 13.5%로 매우 높다. 미소금융의 연체율 역시 6.8%로 낮지 않다. 새희망홀씨는 3%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은행권의 연체율이 1%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무척 높은 수준이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 상품의 부실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이들을 통합해 새 기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서민금융기구를 만들면 금융사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해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현재 있는 제도들도 제대로 정립시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료들의 탁상행정”이라며 “결과가 안 좋으면 수년 후 서민금융을 특화시키기 위해 다시 분리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현재 제도를 보완하고 실효성을 추구하는 것이 제대로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한 순서”라고 덧붙였다.

나기상 금융노조 본부장은 “대출과 채무변제라는 상충된 기능을 하나의 기관에서는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활동 중인 서민금융기관들을 통합 시키는 것이 아니라 총괄 관리만 하는 위원회 형식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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