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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울진에서 대한민국의 기상을 보다

[여행]울진에서 대한민국의 기상을 보다

기사승인 2014. 09. 1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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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숲길은 '영혼의 길'...탐방예약제로 하루 80명만 가능
소광2리 주민들이 점심식사 제공...아침에 따온 송이가 방긋
500년 금강송
울진 금강송숲의 터줏대감인 530년 된 금강송 아래로 탐방객들이 지나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은 송이가 거의 안 나왔지. 그러고 보면 올해는 좀 많이 나는 것 같아.”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2리에 사는 한원기씨(80)는 금강소나무숲길 탐방객에게 제공할 점심을 1톤트럭에 싣고 온 후 이렇게 말했다.

함께 온 아주머니 한 분이 아침 일찍 금강소나무숲에서 따왔다며 송이가 든 빨간 소쿠리를 내보였다. 1등급으로 보이는 송이 5개가 웅크리고 있어 냄새를 맡아보니 금강소나무 향이 밴 송이 특유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점심식사를 배식하던 중 창원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가 “금강송 송이 좀 살 수 있냐”며 소쿠리를 가리켰다. “점심 먹으면서 조금씩 맛 좀 보려는 데...”하며 말을 줄이더니 눈치를 살폈다. 누구도 값을 정하지 못해 우물쭈물 하던 차에 “3만원이면 되겠습니까”하고 묻자 아주머니는 손을 내저었다. “그렇게는 안 팔아요....”하며 손사래를 쳤다. 옆에 있던 한씨가 “에이 창원서 예까지 왔는데 먹어보라고 그냥 주소”하자 여기저기서 그냥 팔라며 젊은이를 도왔다. 아주머니는 마지못해 소쿠리를 내주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싼 것 같다”며 웃었다.

배식받는 탐방객들
울진군 서면 소광2리 지역주민들이 금강송숲길 탐방객들에게 제공하는 점심. 1인당 6000원으로 20인 이상일 때만 가능하다. 앞쪽 플라스틱 소쿠리에 송이가 담겨 있다.
식사를 마치고 탐방길에 다시 만난 그 젊은이는 송이 기운이 넘쳐서인지 들떠 있었다. “말로만 듣던 금강송 송이 맛을 봤더니 그 오묘함은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는 “얼마를 불렀어도 제가 샀을 겁니다. 금강송 송이가 그 값어치는 하는 것 아닌가요”하며 되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벽 4시에 창원에서 버스를 타고 와 금강소나무숲 탐방을 3시간여 한 후에 송이를 맛봤으니 저절로 오감이 만족했을 듯했다.

대한민국 명품 숲인 경북 울진군 금강소나무숲길은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위 힐링 바람이 불면서 대한민국의 시상이 오롯이 살아있는 ‘금강소나무의 바다’가 제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을 ‘영혼의 길’이라고 했다.

그는 “곧게 뻗은 울진금강송은 우리들의 삶을 푸른 창공으로 실어나르는 분명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면서 “온갖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올곧게 살려했던 보부상들의 정신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대한민국의 차마고도”라고 표현했다.

시인 안도현씨는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을 통해 “소나무의 政府가 어디 있을까”/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묻지 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아침에 한 나무가 일어서서 하늘을 떠받치면/또 한 나무가 일어서고 그러면/또 한 나무가 따라 일어서서/하늘지붕의 기둥이 되는/금강송의 나라”라고 읊었다.

숲탐방
아주머니들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금강송 숲길을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정다워 보인다.
다시 탐방 길에 나선 일행은 최윤석 숲해설사(59)를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

소광리의 대표 소나무인 530년 된 할아버지 소나무 앞에 다다르자 숲해설사가 소리쳤다. “이 소나무는 할아버지만 있지 할머니는 없어요”하자 한 남정네는 “없어도 된다”며 맞장구를 쳤고 이에 발끈한 한 아주머니가 “뭔 소린교. 대통령도 여자인데”하자 숲은 떠나갈 듯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숲해설사는 “소나무는 암수구분이 없다”며 송홧가루 등을 예를 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530년된 이 소나무는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을 대표하는 상징목으로 온갖 풍상을 겪고 살아남은 강인함과 가지마다 용틀임을 한 외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나무라고 소개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고 있는 도중에 다람쥐 한 마리가 500년 금강소나무를 오르내리며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소나무를 자세히 보니 첫 번째 가지에 뭔가 빨갛게 보여 사진을 확대해보니 옷나무가 붙어 싹을 친 듯 보였다. 이 또한 공생하는 모습을 보며 다들 신기해 했다.

금강소나무전시관으로 이동한 일행은 숲해설사의 이야기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숲해설사는 “여러분이 앉아 있는 통나무는 얼마쯤 할까요”하고 물었다.

더부살이
530년된 금강송 가지에 발아한 옷나무가 붉은색을 띠고 있다.
처음엔 100만원, 500만원, 1000만원 하던 것이 1억원으로 뛰었고 숲해설사는 조금 더 올리라고 하자 2억원, 3억원이라며 경매장을 방불케 했다. 해설사는 “첫 가격이 5000만원에서 시작됐는 데 최종가격은 10억원”이라고 하자 다들 놀라 나무를 만지기 시작했다.

“이건 황장목으로 국내에 이런 나무는 없을 것”이라며 “왕실이나 국용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금강소나무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나무”라고 소개했다.

다시 밖으로 나온 일행은 금강송이 우거진 숲에 들어가 잠시 명상을 하며 숲의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겼다.

숲 명상
탐방객들이 금강송 군락에 앉아 소리와 냄새를 맡는 등 잠깐이나마 명상을 하고 있다.
숲 탐방을 마친 일행은 올라온 길을 돌아 다시 출발지로 향했다.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우며 숲에 대한 단상들을 쏟아냈다.

글로벌이순신연구회 회장인 유명규씨는 “영화 명량 봤지요. 우리 군함이 일본 것보다 강한 건 바로 금강송 때문”이라며 “금강송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더 단단해져 삼나무로 만든 배는 쉽게 부서진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국비 1호로 조성한 금강소나무숲길은 원시림 보전지역으로 가장 대표되는 곳이다.

세계 자연유산 등록을 추진할 만큼 보존가치가 높아 그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숲길탐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숲해설사 최씨는 “삼림유전자 보호를 위해 탐방인원을 1일 8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탐방객들에게 지명유래나 전래 구전 전설은 물론 나무 이름과 특징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숲해설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설하는 숲해설가
최윤석 숲해설사가 금강송의 특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

◇1구간(13.5km·7시간코스·두천1리 출발~소광2리 도착)
= 산림유전자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인 산양(야생동물) 서식지가 포함돼 있고 옛날 보부상들이 울진 흥부장부터 봉화·영주·안동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때 넘나들던 십이령(열두고개) 중 네고개가 있는 탐방로다.

◇2-1구간(12km·5시간 코스·소광2리 출발~광회리마을회관 도착)= 1구간에서 이어지는 보부상길로 십이령 중 두 고개가 있는 탐방로다. 다른 구간보다 재가 높고 임도로 많이 이뤄져 그늘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수·금·토·일만 운영한다.

◇3구간(18.3km·8시간 코스·소광2리 출발~광회1리 도착)= 걷는 거리와 시간이 길어 속도조절과 쉬는 포인트가 필수인 코스다. 생태경영림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최고의 금강송군락지를 볼수 있는 탐방로로 가는 길 오는 길이 달라 중간에 나갈 수 없다.

금강소나무숲길 탐방인원은 홈페이지 구간별 예약한 하루 80명만 탐방을 허용(선착순)한다. 예약은 한 달 전부터 가능하며 단체는 한 달 전 전화상담이 우선이다. 안내센터(054-781-7118, 054-782-6118)

나무 안은 아줌마
금강송 숲길탐험에 나선 한 아주머니가 아름드리 금강송을 안고 힐링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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