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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부지 입찰가격 10조는 어떻게 나왔을까?

현대차 한전부지 입찰가격 10조는 어떻게 나왔을까?

기사승인 2014. 09. 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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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부지 인수 실패 후 두번의 실패는 없다는 '뚝심'으로 차분히 준비
자동차 1000만대 판매 시대를 준비하는 도약의 계기
현대차-한전-삼성동부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한전 부지에 과감한 베팅을 한 것은 ‘두 번 실패할 수 없다’는 그의 소신에서다. 정 회장이 한전부지 인수를 지시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뚝섬에 110층짜리 신사옥을 짓는 계획이 서울시의 고도제한 규제로 무산되자 대안부지를 물색하고 있던 시기였다. 지난 4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전부지 일대를 국제교류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직후이다. 당시 박 시장은 4월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종합발전 계획이 요구되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72만㎡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공간인 국제교류 복합지구 및 MICE(기업회의·관광·컨벤션·전시)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내놓았다. 2006년 서울 뚝섬에 110층짜리 신규 사옥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6년 넘게 끌어온 계획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 회장은 이번 삼성동 GBC프로젝트마저 물거품이 된다면, 현대차그룹 전체의 명운(命運)에 큰 타격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당시 정 회장이 한전부지 인수는 부동산이나 가격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미래 비전이 달린 만큼, 구체적인 청사진부터 만들어 외부에 정확하게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인수를 시도해서 ‘안 되면 말고 식’이 아니라 가격에 신경 쓰지 말고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외부기관의 컨설팅과 내부 회의를 거쳐 그룹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필승’할 수 있는 가격을 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한전부지 낙찰 가격을 4조∼5조원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현대차그룹은 처음부터 이를 뛰어넘는 ‘통 큰’ 가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입찰 가격이 10조5500억원까지 치솟은 것은 삼성그룹의 입찰 참여가 다소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막판까지 삼성전자의 참여를 확신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신사옥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만약 삼성이 입찰에 참여해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 경우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참여가 가시화하자 인수금액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막작전’을 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수많은 인수합병(M&A) 등에서 실패한 전례가 거의 없는 ‘강적’이다.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입찰 때도 당시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감정가(3조8000억원)의 배 이상에 달하는 8조원을 써내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제치고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한전부지 입찰에서 삼성전자가 얼마를 써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현대차그룹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현대차 내부에서는 “삼성도 만만치 않은 금액을 써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높은 입찰가가 그룹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그룹의 향후 100년을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그룹의 현금 유동성을 감안하면 부지 매입과 개발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사옥 건립을 그룹 제2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제조사 상위 5위권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만큼, 자동차 1000만대 판매 시대를 맞아 이제는 질적성장에 더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이 지난달 미국 방문에서 향후 10년 과제로 ‘소비자 최고 선호 브랜드로의 도약’을 제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는 독일 폴크스바겐 본사와 출고장을 겸하고 있는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처럼 한전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할 경우 아시아의 랜드마크로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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