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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숲길 걸으면 북한산이 점점 다가온다

고즈넉한 숲길 걸으면 북한산이 점점 다가온다

기사승인 2014. 09. 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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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111) - 한북누리길
‘고양누리길’ 중 두 번째 코스인 ‘고양 한북누리길’은 지하철 3호선 삼송역에서 북한산성 입구까지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다. 전체 거리는 6.5km로 2시간 조금 더 걸린다.

삼송역 5번 출구를 나와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 거리를 지나면, 의주대로(義州大路) 안내판이 있다.

의주대로는 조선시대 한양과 평안도 의주를 잇는 옛길로 경의(京義)대로라고도 한다. 이곳 삼송동 구간은 북쪽에 여석령(숯돌고개), 남쪽에 창릉천(덕수천)이 있어 조선시대 때 관리들이 묵었던 숙소인 덕수원(德水院)이 있던 요충지였다.

의주대로를 되살린 트래킹 코스인 ‘의주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조금 더 가다가 큰 도로를 만나면, 육교를 건넌다. 이 도로가 바로 1번 국도인 통일로(統一路)다. ‘숯돌고개’ 이야기 안내판 앞을 지나 왼쪽으로 한북누리길이 이어진다.

숯돌고개의 지명 유래는 ‘서삼릉 누리길’ 설명 때 소개한 바 있어 생략한다.

시멘트 포장길을 조금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으로 산길이 시작된다. 인적이 드물고 좁은, 그러나 울창한 숲길이다.

왼쪽 택지개발지구 공사장 옆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숨이 가빠질 즈음, 멋진 나무 정자가 우뚝 서 있다. 여석정(礪石亭)이다. ‘숯돌고개 정자’란 뜻이다.

한북누리길1
여석정에서 본 전망
정자에 오르면 주변 일대가 넓게 조망된다. 한북누리길 전체 구간 중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북한산, 창릉천, 응봉, 대덕산, 망월산 뿐만 아니라 옛 의주대로의 일부 구간과 통일로 등을 모두 바라볼 수 있다.

계속 산길을 따라 걷는다.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반가울 정도의 숲길이다.

이 길은 오금동 ‘중촌마을’과 지축동 ‘오부자골’ 사이에 있는 작은 고갯길이다.

한양(漢陽)과 고양을 오가던 사람들이 큰 길의 불편함을 피하는 지름길로 사용했던 길이다. 의주대로가 왕의 행차나 사신, 관리들이 주로 이용하던 길이었다면 이 길은 평범한 백성들이 주로 다니던 길이었다.

산 아래 중촌마을은 오금동의 여러 마을 중 가운데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며, 오부자골은 다섯 명의 큰 부자들이 살았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란다.

한북누리길3
좁고 울창한 숲길
곧 사각형 나무 정자가 있는 ‘오동나무 쉼터’에 도착한다.

쉼터 이후의 길도 지금까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마주치는 사람 하나라도 만나면 반가워 인사말이 절로 나오는 호젓한 숲길이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눈앞에 북한산의 장엄한 모습이 펼쳐졌다.

이 곳 ‘북한산(北漢山) 전망대’는 오금동과 지축동의 경계 지점으로 서울 방향으로는 좌측부터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인 인수봉을 시작으로 백운대(白雲臺), 의상봉, 향로봉, 비봉으로 이어지는 15개 주요 산봉우리들을 볼 수 있다.

다시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싸리나무 쉼터’를 지난다. 이윽고 길 왼쪽에 벙커 등 군사시설들이 나타났다.

숯돌고개가 임진왜란(壬辰倭亂) 당시 격전지였듯이, 한북누리길을 이루는 산줄기는 해발 100여 미터 내외에 불과하지만 군사적 요충지에 해당한다. 파주와 양주 등에서 서울 구파발 일대로 진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

한국전쟁(韓國戰爭) 때는 영국군과 중공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일명 ‘해피 밸리(Happy Vally)‘ 전투지로 유명하다.

조금 더 가니 산길이 끝나고 대로가 나온다. ‘일영로’다.

사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길을 건너 대각선 방향 도로를 따라 간다. 조금 올라가니 다시 산길이 시작된다. 길 오른쪽에는 작은 계곡도 있다.

곧 옥녀봉(玉女峰) 입구에 이른다.

옥녀봉은 해발 205미터의 봉우리로 효자동과 신도동의 경계 지점에 있다. 한북누리길 구간 중 가장 높은 곳이다. 밑에서 보기엔 밋밋한 능선이지만 하늘에서 옥녀가 내려올 정도로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북누리길은 옥녀봉을 오를 수도 있고 옆으로 우회할 수도 있다. 어디로 가든 ‘중고개’와 만나게 된다.

중고개는 지축동과 오금동 사이에 있는 고개다. 중고개란 이름은 특히 스님들이 많이 지나다녔다고 해서 붙여졌다. 고갯마루에는 성황당(城隍堂)이었을 법한 돌무더기가 남아 있다.

중고개를 내려오는 길 양쪽에는 돌탑들이 여럿 서 있다.

이윽고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북한산이 성큼 다가와 있다. 길 옆에는 무덤은 없고 목이 잘린 문인석 하나가 외로이 서 있다. 골목 옆 돌담이 정겹다.

길 왼쪽에 ‘북한산 온천’이 보인다.

북한산 온천은 지하 972미터에 있던 온천수(溫泉水)가 땅 밖으로 터져 나온 곳으로 게르마늄과 셀레늄, 미네랄이 많이 함유돼 있어 물이 매끄럽고 피부에 좋은 한방 온천탕이다.

마을길 한 농가 옆에는 1960~19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쟁기, 삼태기, 발로 밟아 돌리는 탈곡기, 수차, 소줏고리 등 옛 농기구들이 쌓여 있다. 다른 집 벽에는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글자가 적힌 장승들과 해학적인 나무 조각, 남성 성기 모형 등이 널 부러져 있다.

마을을 벗어나면 창릉천(昌陵川)이다.

북한산 효자계곡에서 발원, 북한동계곡에서 발원하는 북한천과 합류해 서울시 경계를 지나다가 덕양구를 흘러 방화대교 북단 부근에서 한강에 합쳐진다.

이 하천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사곡마을’이다. 인근에 흥국사가 있어 붙여진 마을 이름이다.

흥국사(興國寺)는 서기 661년 신라 문무왕 원년 원효대사가 처음 창건한 고찰이다. ‘흥성암’, ‘홍서사’ 등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 때 영조가 어머니인 숙빈 최씨의 묘소를 갈 때마다 들렀는데, 이 절의 약수불이 나라를 흥하게 한다고 해서 흥국사로 이름을 고쳤다.

한북누리길6
흥국사
본전인 약사전(藥師殿)의 지금 현판도 영조의 친필이라고 한다.

약사전, 나한전, 극락구품도(極樂九品圖), 괘불, 목조 아미타여래좌상 등의 문화재가 있고 탬플스테이로도 유명한 사찰이다. 절 뒷산은 ‘노고산’ 또는 한미산(漢美山)이라 불린다.

다시 사곡마을로 내려와 ‘사곡교’를 건넌다. 여기서는 인수봉부터 ‘족두리봉’까지 북한산의 전모를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다. 곧 북한산성 입구에 이른다.

704번 혹은 8772번 버스를 타면 지하철 3호선 구파발로 나갈 수 있다.

한북누리길7
한북누리길에서 본 북한산
옥녀봉 정상과 흥국사를 모두 들르면 시간을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삼송역에서 서삼릉 둘레길을 이어 걷거나 반대로 북한산성 입구에서 북한산 둘레길인 ‘내시묘역길’ 및 ‘충의길’을 함께 하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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