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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운널사’ 장혁, “열정 하나로 달려온 길…꾸준히 연기하고파”

[인터뷰] ‘운널사’ 장혁, “열정 하나로 달려온 길…꾸준히 연기하고파”

기사승인 2014. 09.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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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아시아투데이 정지희 기자 = 장혁만큼 '변신의 귀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근 몇 년 사이 '추노' '뿌리 깊은 나무' '아이리스2' 등의 작품을 통해 강렬한 남성미가 돋보이는 연기를 펼쳤던 장혁이 이번에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극본 주찬옥·조진국, 연출 이동윤·김희원)에서 재벌가의 9대 독자 이건 역을 맡은 장혁은 때로는 코믹하고 때로는 로맨틱한 모습으로 여심을 쥐락펴락하며 '마성의 건'이란 별명을 얻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혁은 '아이리스2'의 정유건처럼 거칠지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의 이건처럼 코믹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배우로서의 길, 앞으로 펼쳐갈 연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혁의 눈빛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으며 그 안에는 작품 속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장혁만의 매력이 담겨 있었다.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런 건 없었어요.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저의 서른 번째 작품인데, 어째서인지 액션 배우로서의 이미지만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실 그동안 액션·스릴러·판타지·로맨틱 코미디·휴먼 드라마 등 여러 장르의 연기를 다양하게 해 왔거든요. 특별히 어떤 장르가 제게 더 잘 어울린다거나, 더 연기하기 편하다거나 그런 것도 없어요. 그저 매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잘 전달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이번 작품은 제법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요."





장혁은 그가 표현한 이건이란 캐릭터의 모델이 찰스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 영감이었다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고 살던 스크루지가 세 명의 유령을 만나 시간 여행을 하며 따뜻한 마음을 되찾은 것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이던 이건이 김미영(장나라)을 만나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는 것.


"제가 이건을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제작진이 좋은 무대를 만들어주고, 상대역 장나라 씨가 워낙 제 연기를 잘 받아줬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였다면 연기를 하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언젠가 이 배우, 이 제작진이 다시 뭉쳐서 또 다른 작품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현장은 정말 좋았어요. 특히 장나라 씨와는 '명랑소녀 성공기' 이후 12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저와 주고받는 호흡이 무척 잘 맞아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다른 장르의 작품에서도 꼭 다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장혁은 "아무리 애착이 가는 캐릭터라 해도 작품이 끝나는 순간 그 캐릭터는 버린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다른 작품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데뷔 18년차 배우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1997년에 '모델'이란 드라마에 출연한 후 저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정우성만큼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차태현만큼 웃기거나 홍경인만큼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죠. 수많은 오디션을 보면서, 그 때마다 저를 캐스팅할 사람이 원하는 캐릭터에 저를 맞추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제 연기를 보여드릴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를 갖게 됐지만, 여전히 전 제가 엄청난 매력이 있거나 독특한 색깔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엄청나게 핫(hot)한 20대 청춘스타도 아니고요.(웃음)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그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하다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마흔 살을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배우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묻자 겸손한 성품 만큼이나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냥 현장에 계속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예전엔 연기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가장이 됐으니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요. '반드시 이런 배우가 될 거야!'라고 욕심을 부리기보단, 크고 작은 촬영 현장에서 하나씩 작품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굳이 배우로서 어떤 평가를 받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꾸준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그에 맞는 대중의 평가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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