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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36.5℃]‘적기·추출·엄선’…최고의 맛 찾는 과일 소믈리에

[파워 인터뷰 36.5℃]‘적기·추출·엄선’…최고의 맛 찾는 과일 소믈리에

기사승인 2014. 09.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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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란 '올프레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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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과일 소믈리에인 조향란 대표는 올프레쉬를 통해 소비자 맞춤형 과일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울 한남동 고급주택가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는 국내 최초 과일카페 1호점 ‘올프레쉬’는 첫 만남부터 특이했다. 유럽의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매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농부’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포도, 메론 등을 들고 어색하지만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농부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그들이 직접 키운 잘 익은 과일들이 싱싱하게 놓여 있었다.

오색빛깔의 제철 과일과 딸기가 듬뿍 올라간 디저트, 청포도 한 송이가 담긴 주스 한잔. 시골 과수원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매장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던 찰나 조향란 올프레쉬 대표(49·사진)가 나타났다. 농부 사진에 대해 묻자 그녀는 “과일은 누가 어떤 마인드로 농사를 지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저 사진은 믿을 수 있는 농부가 지었다는 증명서나 다름 없죠”라고 했다.

국내 1호 과일 소믈리에, 일본에 한국 복숭아 첫 수출, 국내 케이크용 딸기 개발 등 조 대표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녀는 “과일 컨설팅 전문 브랜드인 올프레쉬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해 농가에는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제철과일을 합리적인 가격에 전달해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올프레쉬는 과일 컨설팅 전문 브랜드인데, 어떻게 소비자 맞춤형 과일 컨설팅 제공을 생각하게 됐나요.

“보통 사람들이 제철 과일이 몸에 좋은 것은 알잖아요. 그런데 과일이 시장에 많이 나와 있으니까 제철인 줄 알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닙니다. 특히 예정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사용하거나 제대로 익지 않은 상태에서 수확 시기를 앞당겨 과일이 맛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맛있는 과일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필요한 과일을 제안하는 ‘과일 컨설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여러 가지 색상의 과일을 구성해 고객에게 필요한 과일을 맞춤형으로 제안해주는 거죠.”

조 대표는 이 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과일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과일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 맞춤형과 관련해 임산부를 위한 과일태교 시스템이 독특하다.

“임신 초기 임산부들이 먹고 생각하는 것이 아이들의 성격과 세포형성에 영향을 많이 주잖아요. 그런데 임신 시기별로 섭취해야 하는 과일이 다 달라요. 임신 초기엔 아이의 뇌 발달을 위해 참외의 엽산이 필요하고 중기엔 부족한 피를 위해 철분이 필요하죠. 이런 부분을 임산부들이 알아서 챙기기는 힘들잖아요. 그래서 임산부에 맞는 과일을 1주일에 한두 번씩 다양한 색상으로 공급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과일 먹는 습관이 형성돼 평생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요.”

- 올프레쉬 과일, 무엇이 특별한가요.

“포도는 농부들이 알 솎음을 해서 바람과 햇빛이 고루고루 통한 게 맛있어요. 하지만 유통 구조상 농가들이 알 솎음을 안 하거나 빨리 딸 수밖에 없죠. 우리는 농가들이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맛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할 수 있도록 만들어요. 특히 적기, 추출, 엄선 등 3단계 시스템으로 최종 선별된 과일을 엄선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다른 곳과 맛에서 차이가 나요. 이 점이 특별하죠.”

-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프레쉬 반응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프레쉬 과일을 먹어본 고객은 확실히 다르다고 해요. 매출은 작년 대비 30% 늘었고, 추석 주문량도 지난해보다 10배나 증가했어요. 인기가 많다고 해서 무작정 공급량을 늘릴 수는 없어요. 맛과 모양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일일이 랩으로 씌우는 작업을 하거든요.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죠. 그때마다 우리 물건은 특별하게 팔아야 되는구나 깨달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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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란 대표는 고급 과일 브랜드인 일본 다카노 매장을 예로 들며 빨리 가기보다는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1998년 썸머힐 상사를 설립하고 1999년 일본 세븐일레븐 계열 ‘이토 요카도’에 한국 복숭아를 처음 수출하면서 조 대표는 큰 기회를 얻었다. 이토 요카도와 일하면서 농산물을 다루는 것부터 농가 관리까지 일본인의 철두철미하게 일하는 법을 배웠다. 그 탓에 체인점을 내겠다는 사람이 와도 단칼에 거절한다. 충분히 내부적으로 올프레쉬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내년 2월 경 올프레쉬 매장을 2군데 낼 계획이다. 그녀는 “고급 과일 브랜드인 일본 다카노는 130년이 됐지만 매장이 겨우 60개에 머물고 있다”라며 “빨리 가기보다는 제대로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회사를 경영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적지 않았을 텐데.

“2004년 그 해 비가 많이 왔어요. 복숭아는 비가 많이 내리면 맛이 없어요. 그 당시 일본과 대만에 수출하고 있었죠. 최대한 선별해서 보냈는데 일본에서 복숭아 맛이 전과 달라 판매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설상가상으로 대만으로 가는 배 안에서 컨테이너가 무너지면서 과일이 손상되고 배가 하루 늦게 도착해 과일 값을 제대로 못 받았죠. 두 나라에서 입은 타격이 너무 컸어요. 그 사건을 계기로 국내유통을 시작했죠. 이후 틈새시장을 노린 베이커리 딸기와 청포도를 개발하고 2012년엔 올프레쉬도 론칭했죠. ‘전화위복’ ‘새옹지마’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위기가 결국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죠.”

- 올프레쉬로 무엇을 꿈꾸나요.

“좋은 물건을 만들고 아무리 노력 해도 시장은 자기들 편리한 대로 움직여요. ‘갑’에 납품할 때 다른 업체와 경쟁을 시켜 가격을 터무니 없이 깎거나, 과일을 수확해야 하는데 미룰 때는 ‘을’의 입장에선 엄청난 스트레스죠. 농가가 열심히 농사 지은 과일을 안정적으로 판매하는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해요. 올프레쉬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죠. 매일 기도합니다. 제가 하는 사업으로 인해서 저와 관계된 농가, 직원들, 나아가서 고객들이 모두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요.”

- 조대표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태국 시장에서는 우리 과일이 비싸게 팔리고 있지만, 동남아에서는 품질에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일본산 과일에 비해 한국산 과일이 싸게 팔려요. 국내 시장에서 올프레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우리 매장에 인기 연예인들이 많이 찾아 오는 점을 동남아 시장에 적극 홍보할 생각입니다. 또 3~4년 뒤 중국 시장이 열렸을 때 과일 브랜드로 중국에 숍을 열고 진출하는 게 저의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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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란 대표는 국내 과일의 고급화 전략으로 동남아와 중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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