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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곡학아세(曲學阿世)’ KB금융 사외이사들

[기자의눈] ‘곡학아세(曲學阿世)’ KB금융 사외이사들

기사승인 2014. 09. 2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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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정해용 기자
“KB가 이런 과정을 많이 겪어서 회장을 뽑는 과정도 잘 정착돼 있다”

지난 19일 KB금융의 새 회장을 선출하기 위한 1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김영진 사외이사(회추위 위원장)는 KB금융의 회장들이 수 차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 황영기, 어윤대, 임영록 전 회장 등은 모두 금융사고와 관련돼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진 데는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정부의 인사개입, 관료 출신 인사의 전횡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자리한다.

문제는 이런 KB금융의 잘못된 관행을 그 동안 KB금융을 거쳐 간 대부분의 사외이사들, 그리고 지금 현재 사외이사들이 ‘눈감아’줬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들은 그 누구도 이런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책임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김 위원장 역시 26일 2차 회추위 회의에서 거취와 관련해 묻는 기자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러 온 자리가 아니다”, “지금은 새로운 회장을 뽑는 일이 중요하고 그 후에 개인들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조사에 따르면, KB금융은 작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등 외부이사들에게 9억23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200기업 중 외부이사에 대해 KB금융보다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한 기업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외이사 1인당 평균 1억1500만원을 받았고 이사회 1회당 570만원을 챙겨갔다. 2시간여의 회의를 한 번씩 할 때마다 평범한 직장인들의 2달치 월급을 타간 것.

그들이 주인없는 금융사의 돈을 받아간 것은 아마도 정부와 금융당국, 관료사회, 노동조합 등 이권다툼 속에 주요 경영진에 ‘적당한’ 사람을 앉히는데 암묵적 동의를 해주는 대가였을지도 모른다.

실제 정권 실세나 친 정부인사, 관료 출신 인사들이 차례로 KB를 거쳐갔다.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대부분 국내 유수의 대학 교수들인 KB금융의 사외이사는 사외이사이기 전에 학자들이다.

스스로 ‘학문을 구부려 세상에 아첨하고 있는 것(曲學阿世)’은 아닌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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