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지뢰밭 위 도시’ 구멍 뚫린 정부 싱크홀 대책

‘지뢰밭 위 도시’ 구멍 뚫린 정부 싱크홀 대책

기사승인 2014. 09. 30. 14:5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채굴적 싱크홀 발생시 대규모 피해 우려, 정보 부재 심각
싱크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싱크홀(지반 침하) 대책이 폐광산 ‘채굴적’ 문제는 외면한 구멍 뚫린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채굴적은 광산에서 광석을 캐내면서 형성된 대규모 지하 공간을 말한다. 서울시에서 발견된 지하 공사로 인한 싱크홀과 달리 채굴적에 의한 것은 한 번 발생시 대규모 지반침하가 일어난다. 특히 인천 만수·간석동 등 일부 지역은 현재 채굴적 위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언제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9일 싱크홀 예방을 위한 통합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발표했다. 브리핑을 통해 국내의 경우 해외와 달리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화강암이나 편마암으로 구성돼 석회암 지대에서 발생하는 대형 싱크홀은 발생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국내 싱크홀은 지하 매설물 굴착공사 등의 인적요인으로 소규모로 발생한다며 지하철·지하차도 등 지하매설물에 한정한 싱크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가 대규모 싱크홀 사고 위험이 있는 폐광산 채굴적은 철저히 외면한 채 안전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30일 광산업계에 따르면 일제 강점기나 과거 30여년전 개발 후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폐광산 채굴적은 전국으로 산재돼 있다. 일부 지역은 이 위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어 싱크홀에 의한 대형 사고가 내재된 상태다.

실제 1993년 5월 발생한 인천시 북구 부평공설묘지 매몰 사고의 원인으로 채굴적(지하갱도)이 지목됐다. 부평 은광산을 운영하던 Y사의 광산보안도면을 통해 부평동·간석동·만수동 일대 주거지역까지 채굴적이 광범위하게 뚫려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특히 만수동 지역은 광산이 있던 곳으로, 현재 벽산아파트 단지(2073가구)·인동초등학교 및 11월 입주 예정인 간석 휴먼시아 단지(1379가구)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다.

당시 Y사 광산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일제시대부터 은광산으로 채굴되던 곳이라 곳곳에 수십 미터 규모로 대규모 지하 공간(채굴적)이 형성돼 있다”면서 “Y사가 자갈과 모래로 메운다고 했지만 모두를 메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하에 채굴적인 존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광산 채굴적에 의한 싱크홀은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광산이 있었던 전국 곳곳에서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1996년도 경부고속전철 건설 당시에는 광명역 부근 노선 하부에서 일제시대 때 조성된 대규모 광산 채굴적이 발견돼 공사에 차질을 준 것은 물론 더 많은 공사비가 투입된 끝에 고속철이 건설될 수 있었다.

또 광주광역시 인근 화순에서는 대한석탄공사에서 운영했던 화순탄광 주변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국내 광산이 거의 폐광되면서 도심이나 인근지역에 위치한 광산 채굴적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통합관리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서울시 등이 관리하는 지하시설과 달리 중소형사의 광산 등 자원 시설 자료는 체계적으로 정비되지 않은 채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그런 이유로 사고가 일어나면 실태 파악에도 오랜 시간과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싱크홀
전문가들은 폐광산 채굴적에 의한 싱크홀이 이 같은 대형 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출처=국토부
양형식 전남대학교 자원공학과 교수는 “도시가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폐광 채굴적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며 “채굴적은 수십미터 이상의 공동(空洞)들이라 한번 발생시 땅이 꺼지는 깊이와 넓이가 최근 지하공사로 발생한 잠실의 싱크홀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 지상 주거단지가 입는 피해는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안일한 문제 의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토목전문가는 “정부가 국내 지반이 암질이 단단해 싱크홀 발생이 어렵다는 것만 강조할 뿐 대규모 싱크홀을 유발할 수 있는 페광산 관리 대책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것 같다”며 “정말 싱크홀 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의지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방치되거나 유실된 폐광의 자료를 통합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