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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 사태에 힘 빠진 국회일꾼들

사상초유 사태에 힘 빠진 국회일꾼들

기사승인 2014. 10. 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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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도 지치고 국회도 지쳤다. 모두가 김 빠진 상황"
“내일 모레가 국정감사 시작인데 피감기관 공무원이 워크숍을 가겠답니다. ‘어차피 안할 것 아니냐’고 합니다. 정말 워크숍을 갔고 국감은 공무원 말대로 무산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 지난 8월의 일입니다.”

국회 정상화 다음날인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국회의원 비서관의 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중진의원 보좌진 가운데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이 비서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7일로 다가온 국감 준비를 하느라 밤샘작업을 해서가 아니었다. 국감 준비는 오래 전부터 시작해 상당부분 끝났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힘이 빠져서다.

그는 “기껏 국감을 준비했는데 안되고 또 안되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언제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니까 피감기관 공무원들도 지치고 저희도 지쳤다”며 “한 마디로 모두가 김이 빠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당초 국회는 충분한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내실 있는 국감을 위해 8월 26일~9월 4일 1차국감을, 10월 1~10일 2차국감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세월호특별법으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모두 무산되고 국감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 계속됐다. 전날 오후 여야 간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서야 일정의 윤곽이 비로소 잡혔다.

분리 국감이 무산되면서 국회와 피감기관 모두를 힘들게 해 온 과부하도 여전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결국 국감을 몰아서 하게 되니 피감기관도 마비가 되고 우리도 마비가 된다”며 “당장 피감기관의 자료제출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쪽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매번 재촉하기도 난처하다”고 했다.

의원 간 과열경쟁도 실무진에게는 큰 부담이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같은 당이라면 간혹 위원회 간사가 중심이 돼 협의도 하고, 모여서 회의도 하지만 국감에서는 그런 일도 없다”며 “다른 의원들보다 돋보이기 위해서 모두 개인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국감 기간에 누가 언론보도에 많이 나오고 누가 성과를 더 내느냐 경쟁하다보니 팀플레이는 사실상 어렵다”는 설명이다. 2008년부터 국감을 경험해 온 그는 “그동안 실제로 팀플레이를 목격한 적이 없다”며 “국감의 취지가 정부에 대한 감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모든 의원이 과열경쟁에 발을 담그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중진의원실 고참 보좌관은 “같은 위원회를 오래 한 의원들은 본인이 피감기관 사정에 정통하다보니 정책보좌진도 잘 두지 않고 개인기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거에만 신경 써서 보좌진 상당수가 정무직이고 실제 국감준비에 관심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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