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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시장 정상화’ 한다더니.. ‘단통법 카오스’

‘휴대폰 시장 정상화’ 한다더니.. ‘단통법 카오스’

기사승인 2014. 10. 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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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시장 대혼란.. 단통법, 어디로 가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이동통신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 기자와 만나 “조건이 어떤식으로 내려올지 모르겠다”며 “일단 그날이 가봐야 알지 않겠냐”고 말했던 휴대폰 판매점주는 시행 첫날인 1일 “왔다가 가격듣고 그냥간다.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읍소했다.

단통법 시행 이틀 동안 온라인에는 휴대폰 판매업자들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자신을 ‘폰팔이’(폰판매업자의 비하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2일 새벽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늘 아이폰5S 한 대 팔았다”며 “지정된 지원금 다 빼주고 사은품을 주고 나니 100원이 남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단통법으로 득보는게 통신사말고 누가 있냐”면서 “휴대폰이 급했기 때문에 계약했기 했는데 저도 돈을 번게 없고, 손님도 비싸게 사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일 단통법 시행 첫날을 맞아 용산 휴대폰 상가들을 돌아본 뒤 간담회를 갖고 “오늘 아침 이동통신사들의 지원금 공시를 봤는데 생각보다 낮았다”며 “우리가 정한 상한선은 30만 원인데 최신 스마트폰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어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이통사가 더 적은 지원금을 줘서 소비자만 손해를 보고 이통사가 이익을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이통사에서 그런 부분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직접 개선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네티즌들은 “기업과 짜고치는 고스톱”,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기형적 휴대폰 시장, 단통법의 시발점

사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시장은 상당히 기형적이다. 출시된 핸드폰을 출고가로 주고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통사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보조금이 좀 제멋대로다. 같은 핸드폰을 사는데 하루 단위로, 아니 ‘스팟정책’이 터지면서는 한시간 차이로, 가격이 달라진다.

‘호갱’(호구+고객)과 ‘스마트 컨슈머’(현명한소비)로 나뉘는 지점이다. 이 둘은 같은 휴대폰, 같은요금제를 쓰는데도 ‘할부원금’으로 따졌을 때 20~5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제품의 가격이 불안한 것은 시장 자체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판매자는 어떻게든 최대 이익을 뽑아내려고 하고, 소비자는 판매자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뽐푸어’(휴대폰 커뮤니티 ‘뽐뿌’+가난한사람‘푸어’) vs ‘폰팔이’의 전쟁이라는 웃지못할 상황은 여기서 기인한다.

이런 기형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시장과 장소에 따라서 몇 배씩 차이가 나고 최근에 보도된 것처럼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추운 새벽에 수백미터 줄을 서는 일이 계속돼선 안될 것”이라며 휴대폰 시장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반값 통신비’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가계 부담에서 통신비 부담을 절반 가량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특정 소비자에게 몰리는 혜택을 모든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단통법의 현실은 구상과 달랐다.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던 방침은 결국 ‘모두가 혜택을 받지 못하면 평등하다’ 식으로 구현됐다.


◇ 단통법 통과.. ‘아직은 지켜보자’는 정치권

단통법이 입법발의 된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이 법안은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권은희·김한표·김태원·홍지만·이우현·김성찬·김영우·안덕수·남경필(당시 의원, 현 경기도지사)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모두가 새누리당 소속이다.

조 의원은 이 법안의 입법 취지에 대해 “최근 이동통신시장에서의 불투명하고 차별적인 보조금 지급은 소비자 후생 배분을 왜곡하고 이동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등 문제점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과도하고 불투명한 보조금 지급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단말기 유통구조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이용자의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안엔 △휴대폰별 지원금 지급 요건 및 내용 공시 △특정 요금제, 부가서비스 사용 의무 부과 금지 △지원금 미지급시 휴대폰 통신료 요금할인 혜택 제공 △휴대폰 구매금액 명확히 고지할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 법안이 입법화되기 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통신기업, 제조기업, 통신사 대리점, 소비자 등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다 여야의 갈등국면이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빛을 본 것은 조 의원의 발의 이후 1년만이었다. 여야 합의를 거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명의의 대안으로 본회의 상정, 처리됐다.

법률의 주요내용은 대부분 조 의원이 발의한 원안을 그대로 유지했다. 크게 달라진 부분은 휴대폰 제조업체가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비밀로 부친 것이다.

조 의원의 원안은 휴대폰 단말기의 유통자료를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하도록 했으나, 대안에서는 삼성·LG 등 제조업체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한 장려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기업 비밀’과 ‘글로벌 경쟁력 유지’라는 게 그 근거였다.

이와 관련, 국회 미래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공시제도가 우리나라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제기됐다”면서 “해당 부처의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수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지금 발생하고 있는 ‘단통법 시장 충격’에 대해 일단 ‘도입 초기의 진통’으로 바라보면서 ‘조금은 더 두고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안을 최초 발의한 조 의원은 “보조금은 줄어들지만 통신비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고, 저렴한 단말기를 많이 구입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다. “과거 ‘폰테크’(통신사의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는 기회를 노려 최신폰을 싸게 구매하는 행위)를 했던 이들이 누리던 경제적 이익은 통신비를 과다부담한 사람들로부터 발생했는데 다른 계층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미래위 소속 야당 의원실 관계자도 “아직 평가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다”며 “2~3개월 보면 견적이 나올 것이다. 지금 나오는 문제점을 보고 ‘0점’짜리라고 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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