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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36.5℃] 삼계탕으로 美 축산시장 첫 진출…“中도 품겠다”

[파워 인터뷰 36.5℃] 삼계탕으로 美 축산시장 첫 진출…“中도 품겠다”

기사승인 2014.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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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용 하림 대표 "한국 축산물 가공 안전성 인정한 것…한식 문화 수출 의의"
美 시장 이어 中 시장 확대 가능성 커…계란유통사업은 "농가와 상생 차원”
이문용사장님08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축산물 최초로 미국시장에 삼계탕을 수출하게 된 과정과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양음식의 대표주자인 삼계탕이 마침내 미국 식탁에 오르게 됐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정부에 닭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지 10년 만이다. 혹자는 말한다. 국내엔 미국산 돼지고기·소고기가 넘쳐나는 데 우리 닭고기 수출은 지금껏 안 됐었냐고 말이다. 닭고기뿐 아니라 국내 축산물이 미국 시장의 단단한 빗장을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 익산의 하림 본사에서 만난 이문용 대표이사 사장은 “단순히 닭고기만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K-팝, K-드라마에 이은 또다른 한류인 ‘K-푸드’, 즉 한식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것이라고 자부한다. 2003년 하림 사장 취임 이후 미국 수출의 전 과정을 지켜본 그는 전세계로 뻗어가는 ‘하림 삼계탕 로드(Road)’를 그리고 있다.

-국내 축산제품 최초로 미국 수출길이 열렸는데 의의는?
“미국 정부로부터 수입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수출국가의 법령 및 제도, 검사체계, 도축 및 생산공정상의 위생조건 등을 미국과 동등하게 요구하는 ‘동등성의 원칙’이라는 장벽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번 미국 수출은 한국 축산물 가공의 안전성이 가장 까다로운 미국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공인받은 것이다. 아울러 한식 문화 세계화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본다.”

지난 8월초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6개에 선적돼 출항한 하림 삼계탕 42.3t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 도착했으나 미국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정밀 검사를 받느라 통관 대기 중이다. 초기 수출 물량이어서 표기사항 준수여부와 삼계탕 안에 들어간 인삼과 대추, 밤 등에 대한 정밀 미생물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림측은 이달 중 통관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삼계탕의 성공 가능성은?
“삼계탕은 동양인들에게 익숙한 식품이다. 일본인은 물론 중국인들도 한국 관광시 즐겨찾는 음식이고 중국 현지에서도 삼계탕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양인과 히스패닉까지 포함해 1500만명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인들에게 서구식 식문화와 다른 삼계탕을 어떻게 접근시킬 것인가가 과제다.”

하림은 현지 소매 유통업체 ‘H마트’를 통해 한인 수요층을 겨냥하고, 1500여개 대형마트와 거래하는 도매업체 ‘왕 글로벌’과도 계약을 맺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 규모다. 미국 수출 제품은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새롭게 개발한 제품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전통 삼계탕 맛을 그대로 담아냈다. 다만 미국 검역당국의 요구에 따라 포장지의 표기 내용과 디자인만 바꿨다.

대미수출용 삼계탕 생산01
하림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대미 수출용 삼계탕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국 외에 눈여겨 보는 해외 시장은?
“미국보다 오히려 중국 시장의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006년부터 대중국 닭고기 수출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전체 8단계 중 3단계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인삼을 의약품으로만 수입을 허용하다가 2012년부터 5년근 이하 인삼을 식품으로 규정하는 등 수입규제를 완화한 것은 고무적이다. 남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려면 빨라야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시장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시장 역시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전문경영인으로 드문 장수 최고경영자(CEO)인데 평소 경영 및 직원들에 대해 강조한 부분은?
“하림에 처음 왔을 때 정보에 빠르지 않고 변화에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농경문화식 기업풍토를 기마문화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또 감성과 이성교육을 병행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꾀해 왔다.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춰왔는데 처음엔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하던 것에서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더라.”

-식품업체들이 사업다각화에 고민하고 있다. 논란이 된 계란유통사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나온 것인가?
“사업다각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에 대한 접근 측면이 강하다. 정부가 계란 유통체계 개선을 위해 GP센터를 구축했지만 가동률이 낮았고 농가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유통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림이 가진 노하우와 유통망을 이용해 저희 브랜드를 달아 판매함으로서 중소형 농가를 살리고 GP센터를 활성화하겠다는 차원이다. 하림은 여타 기업과 달리 농가와 밀접한 기반을 갖고 움직이는 만큼 윤리경영·상생경영의 연장선상에서 계란유통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지난해 11월 계란유통 사업에 진출키로 한 하림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일부 계란농가로부터 계란을 납품받아 ‘자연실록’이라는 브랜드의 계란을 판매하기로 하고 롯데마트와 납품계약을 체결했으나 대한양계협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하림은 양계협회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9월 패소한 바 있다.

-앞으로 하림의 방향성은?
-“종합식품회사로 가겠다는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계육산업을 중심으로 육가공 분야 성장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지난해 789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창립 30주년을 맞는 2016년에는 ‘1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본다.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농업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 거래하는 농가와 2005년부터 소득을 높이기 위한 상생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고 특히 해당 농가의 자녀가 농촌으로 돌아온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귀농귀촌의 고리를 잇는 등 하림과 더불어 갈 수 있는 상생경영의 터를 만들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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