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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방 어땠어?] ‘마마’ 송윤아, 작은 기적과 감동 남기고 떠났다

[막방 어땠어?] ‘마마’ 송윤아, 작은 기적과 감동 남기고 떠났다

기사승인 2014. 10. 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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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마마’(극본 유윤경, 연출 김상협)가 아름다운 이별을 그렸다.

19일 방송된 ‘마마’ 24회(마지막 회)에서는 결국 세상을 떠난 한승희(송윤아)와 엄마의 추억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한그루(윤찬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병세가 악화된 승희는 기억을 잃는 일이 잦아졌다. 자신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 승희는 그루에게 “엄마가 그루를 잊어버리게 되더라도 무서워 하지마라”고 당부했다. 그런 엄마에게 그루는 “그럴 땐 내가 신호를 주겠다. 맘, 엄마, 나야. 엄마 아들 그루 알지?”라고 말하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그루를 만나기 위해 서점을 찾은 승희는 지나가던 사람과 부딪혀 휴대전화를 떨어트렸고, 순간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는 옆에 있던 어린 아이를 그루로 착각하기 시작했고, 자신에게 다가온 진짜 그루를 알아보지 못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본 그루는 눈물을 흘리며 “맘, 엄마, 나야. 울 엄마 아들 그루. 알지?”라는 암호를 말했다. 그루의 암호를 들은 승희는 정신을 차렸고, 자신이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책하며 쓰러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루의 중학교 입학식 날, 승희는 약속한대로 입학식장에 나타났다. 승희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 직접적으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그루는 학교 작문 시간에 “사람들은 우리 엄마가 몇 개월 밖에 살지 못 할 거라 했지만, 엄마는 내 중학교 입학식에 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우리 엄만, 그렇게 작은 기적을 나에게 알려 주고 떠났습니다. 기적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과 함께. 엄마, 엄마의 아들이라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할게요. 내 엄마”라는 글을 발표해 승희가 세상을 떠났음을 짐작케 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서는 스무 살이 된 그루의 모습으로 배우 박서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승희가 남긴 바이크를 타고 그녀와의 추억의 장소를 찾았다. 성인이 된 그루는 엄마의 환상을 보고는 “이젠 내가 엄마보다 훨씬 더 잘 탄다. 꽤 괜찮은 남자로 컸다”고 자랑했다.

이어 그루는 “그런데 왜 그렇게 빨리 도망갔냐. 그날 여기서 엄마가 가르쳐준 대로 잘 타고 있는지 걱정되지도 않았냐. 내가 스무 살이 되면 뭐가 제일 하고 싶을지 궁금하지도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승희의 환상은 “든든하다. 이제 엄마 걱정할 게 하나 없다. 그루가 너무 잘 커줘서”라고 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바이크를 타며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앞서 김상협 PD는 ‘마마’를 통해 방송 초반 죽음을 앞둔 승희가 아들에게 가족을 만들어 주는 이야기, ‘강남’이라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본주의적 공간 내에서의 인간상들, 남자들의 ‘브로맨스’에 비해 그려지지 않았던 두 여자의 우정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의도대로 ‘마마’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개연성 있게 펼쳐졌고, ‘불륜’ ‘죽음’ 등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들이 뻔하지 않게 펼쳐져 PD의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드라마의 성공은 무엇보다 탄탄한 대본의 힘에서 기인했다. ‘마마’의 ‘리얼 엄마’ 유윤경 작가의 필력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마마’는 극 초반, 대한민국 교육 현실을 ‘지교동’이라는 공간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며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서바이벌 교육에 던져지는 아이들과 아이의 성공을 위해 ‘매니저 맘’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엄마들의 모습은 가감 없는 현실 그 자체였다. 또 ‘세상에서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두 여자’가 역설적이게 우정을 나누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졌다.

배우들의 열연은 ‘마마’ 성공의 1등 공신이었다.

6년만의 안방극장 복귀로 관심을 모았던 송윤아는 한층 깊어진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선물했다. 그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가야 하는 엄마의 고통을 가슴절절하게 연기해 매회 안방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문정희는 복잡다단한 여자들의 감정을 표출해내는 데에 모자람이 없었다. 믿었던 친구에게서 받은 배신감에 분노하고 그걸 갚아주는 대목에서도,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었지만 이젠 친구가 돼버린 친구에 대한 우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연기를 펼쳤다.

상대 여배우를 빛나게 하는 정준호의 관록이 연기력도 짚어볼 만하다. 초반 생계형 바람을 피며 직장인의 애환을 그려냈던 정준호는 후반 아빠로서의 부성애와 지난 날 자신이 버렸던 첫사랑에 대한 안타까움, 죄책감,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고민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중년을 그대로 그려냈다. 관록의 연기력을 지닌 정준호 이외에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마마’의 후속으로는 고두심·오현경·한지혜·하연수·하석진 등이 출연하는 ‘전설의 마녀’가 방송될 예정이다. ‘전설의 마녀’는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가 ‘공공의 적’인 신화그룹을 상대로 통쾌한 설욕에 나서는 이야기로, 오는 2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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