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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37명 힘 얻어…가족위 “반올림, 협상 방해마라”

반올림 37명 힘 얻어…가족위 “반올림, 협상 방해마라”

기사승인 2014. 10. 2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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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협상단 빠진 가족대책위원회-삼성전자, 이번 주 내 조정위 설치
"조속한 피해보상ㆍ재발방지대책 마련한다"
반올림 "우리의 요구" 들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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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와 함께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기자회견을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반올림 교섭단은 원래 8명이었으나, 보상 문제보다 노동운동에 치중되는 등 협상이 지연되자 보상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이 따로 나와 가족대책위를 만들어 현재는 2명만 남은 상황이다./제공=포털 사이트 다음의 반올림 카페
삼성전자를 상대로 백혈병 등 직업병 피해보상 문제로 협상해온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조정위원회(조정위)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이 반올림에 힘을 보탰다.

반올림 협상단에서 빠진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와 삼성전자는 조속한 피해보상·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설치하기로 한 조정위가 이르면 이번 주 설치될 것으로 보이자 협상 주체로서 ‘대표성’을 잃은 반올림이 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의 힘을 빌은 모습이다.

이에 가족위는 20일 “우리만 보상을 받기 위해서 조정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협상을 진척해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며 “반올림이야말로 그동안 협상 진행을 방해했다”고 호소했다.

반올림은 전날 포털사이트 다음의 반올림 카페를 통해 황상기씨를 포함한 37명(산재신청자 27명, 산재신청예정자 10명)의 삼성 직업병 피해 및 피해 의심자가 자신들의 협상 요구안에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삼성에 대한 요구문을 통해 사과와 보상, 취급 화학물질 공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가족위 측 정애정씨는 “우리는 이전부터 반올림을 통해 산재를 신청한 직업병 피해자들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반올림이 거절해왔다”며 “반올림은 꼭 자신들을 통해서만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가만히 있어도 반올림이 알아서 보상을 받게 해준다고 하는데 누가 지지를 하지 않겠냐”며 “반올림 측은 우리만 보상을 받으려고 조정위를 만든다고 폄하하지만, 조정위는 많은 피해자들이 함께 보상을 받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기 위해 구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반올림 측의 요구문에는 “삼성은 마음이 담긴 사과를 하고 함부로 보상에서 배제하지 말라”며 “교섭장에 직접 나온 사람들부터 보상하겠다는 근거가 없고, 삼성은 산재 신청을 했다는 이유가 아니라, 삼성에서 일하다 병에 걸린 것 때문에 보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특정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 직영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 특정 업무, 특정 시기에 근무한 게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보상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장에 보관하거나 사용하는 화학물질 정보, 정부기관이나 외부에서 공장을 조사한 내용 등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재발방지대책에 대해서는 반올림이 내놓은 ‘삼성 공장의 안전보건상태 종합 진단’, ‘외부감사제도 마련’ 등의 내용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올림이 삼성전자에 제시한 재발방지 대책은 제3의 기관 등을 통한 종합 진단 실시, 사업장별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외부 감사단 구성 및 매년 감사 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

반올림은 종합 진단 실시 기관을 직접 지정하길 원한다. 특히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 감사위원의 절반은 반올림이 추천한 이들로 구성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교섭단은 원래 8명이었으나, 보상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는 삼성전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6명이 따로 나와 가족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반올림 교섭단에는 황상기씨와 김시녀씨 등 2명만 남은 상황으로 삼성직업병 피해 의심 당사자들의 지지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반올림은 보상 이외에 도를 넘는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며 협상을 지연시키자 가족 의견은 묵살한 채 노동운동에만 매달린다는 비판도 받았다.

실제로 반올림은 37명의 지지자들과 협상 요구안을 밝힌 이날 또 다른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반올림은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존엄안전위원회와 함께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반도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기자회견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가족위는 지난 17일 입장문을 통해 “1년 반 동안 진행해도 논의조차 되지 못한 교섭은 굴러가지 못하는 수레였다”며 “고장 난 수레는 소리만 요란했고 가족위는 이 수레를 고치자는 의미에서 조정위원회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혈병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을 시작으로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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