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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진 중국...왜 ‘항미원조’에 집착할까?

가까워진 중국...왜 ‘항미원조’에 집착할까?

기사승인 2014. 10. 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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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지역 선양-단둥 일대 성역화작업 대대적 진행
항미원조기념관
중국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은 국가급 중요 전쟁기념관에 걸맞게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중국이 북한과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항미원조(抗美援朝)’ 성역화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량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을 21년 만에 증·개축하는가 하면 제2단교인 칭청차오(淸城橋) 일대를 공원으로 꾸미고, 선양(審陽)의 항미원조열사릉(抗美援朝烈士陵)도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지난달 북한의 신의주와 맞닿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과 단둥 일대를 탐사한 결과, 항미원조 전쟁을 상기해 국민의 애국심 고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단둥은 한국전쟁 당시 67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군의 주요 참전 루트였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으로 ‘항미원조전쟁’으로 부르고 있다.

단교
압록강 제2단교인 칭청차오. 건너편이 북한 평안북도 청성군이다.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중국 유일의 한국전쟁 전문기념관인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은 국가급 중요 전쟁기념관에 걸맞게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전시·편의시설을 새 단장해 세계적인 수준의 전쟁기념관으로 꾸미고 있다.

21년 만에 증·개축하는 항미원조기념관은 지난 7월25일 ‘항미원조기념관 개확건(改擴建·증개축) 공작대회’를 통해 시작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가 2010년 10월 항미원조 출국(出國) 작전 6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발표한 중요 연설의 정신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연설에서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은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커다란 공헌을 했으며...이 승리로 중화민족은 어떤 강포(强暴)한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견고한 결심과 역량을 보여주었고,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극대화해 주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념관 증개축 사업은 단둥시 차원이 아닌 중국공산당 중앙과 국무원, 군사위원회의 결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사업 계획이 수립돼 왔고, 지금까지 북·중 관계 우호 과시용에서 탈피해 보다 국제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변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항미원조기념관은 모택동과 김일성의 악수 동상을 시작으로 6.25 전쟁 시 중국군의 활약상과 각종 무기 및 훈장, 중국군 환영 현수막 등이 정리돼 있다.

모안영 동상
칭청차오 입구에 세워진 마오안잉 동상.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또 단둥에서 북쪽으로 40여km 떨어진 압록강 제2단교인 칭청차오 일대도 국가급 중점보호문물로 지정해 지난해부터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곳에서 배를 타면 압록강을 따라 수풍댐까지 2시간여 강을 오르내릴 수 있어 정비된 신의주시보다는 북한주민들의 삶과 접경지역 군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어 한국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광지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마오쩌둥의 맏아들인 마오안잉(毛岸英) 등 항미원조전쟁에 나선 영웅들을 기리는 공원으로 급속히 변모되고 있다.

모안영 학교
한국전쟁 때 전사한 마오쩌둥의 맏아들인 마오안잉의 이름을 새긴 마오안잉학교.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마오안잉의 전신동상이 입구에 세워졌고 다리까지 가는 도로에는 주요 특급영웅들의 흉상을 세워놓았다. 또 다리 난간에는 항미원조전쟁에 대한 개시시점, 발발 원인, 김일성 소개, 주요 진군로 등이 간판으로 붙여져 있다.

다리가 끊어진 곳에서부터 30m를 사이에 두고 북한군 병사가 보초를 서고 있고, 가끔 망원경으로 관광객들의 동향을 살피기도 한다.

특히 인근에 마오안잉 이름을 딴 학교까지 문을 열어 공원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열사릉
선양시에 있는 항미원조열사릉. 이곳에 한국전쟁 당시 숨진 중국군 123명의 묘가 조성돼 있다.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선양에 있는 항미원조열사릉(抗美援朝烈士陵)도 최근 증개축 확장공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양의 유명 관광지인 베이링(北陵)공원 동쪽에 자리 잡은 열사릉은 24만㎡ 부지에 기념관, 묘역, 기념탑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능에는 한국전쟁 당시 숨진 중국군 123명이 안치돼 있고, 한국이 중국에 송환한 425구의 유해가 매장되기 위해 현재 보관돼 있는 상태다.

열사릉 탑
23m 높이의 열사릉 기념탑. /단둥(중국)=양승진 기자
열사릉에는 23m 높이의 기념탑이 있고 ‘항미원조 열사의 영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써있다. 기념탑 뒤쪽으로 소나무들 사이에 봉분 형태의 시멘트 묘가 가지런히 조성돼 있다.

열사능원은 1951년 처음 건립됐고, 1999년 10월 건물 개축 등의 과정을 통해 새로 조성됐다. 전쟁 당시 숨진 군인들을 특급 전쟁영웅, 1급 전쟁영웅 등으로 분류해 사진과 행적 등을 새겨 넣었다.

2010년 5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귀국길에 이곳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중국서 관광사업을 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중국이 항미원조 전쟁을 부각시키는 것은 세계평화를 위해 자국의 힘이 강하다는 걸 알리는 한편 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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