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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합천에 가면 마음의 길이 열린다

[여행] 합천에 가면 마음의 길이 열린다

기사승인 2014. 10.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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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미 빼어난 남산제일봉은 千佛을 새겨놓은 듯
황매산은 '억새' 파도물결...과거로 시간여행 압권
합천호-2
합천영상테마파크 앞 산책길에서 본 보조댐의 일출 풍경. 안개가 빛을 쫓는 모습이 몽환적이다.
경남 합천(陜川)하면 마치 포털사이트 연관검색어처럼 해인사가 떠오른다.

세계문화유산인 장경판전과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이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수학여행 때 한두 번쯤은 다녀온 곳이어서 합천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하지만 행정구역상 1읍16면으로 둘러쳐 있어 골마다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을에 가면 어디에 서 있건 그 자체가 힐링이 되는 곳, 그곳이 합천이다.

남산제일봉
가을 하늘에 대비돼 붉게 타오르는 남산제일봉의 단풍.(10월17일 촬영)
◇정상에서 만나는 ‘우아한 세상’...남산제일봉

가야산(伽倻山, 1430m)을 보려면 남산제일봉(南山第一峰, 1010m)에 올라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홍류동계곡을 끼고 있으면서도 가야산 그늘에 가려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산에 오르면 해인사는 물론 암자까지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마치 신선이 된 듯 착각을 일으킨다.

남산제일봉은 불리는 이름이 제법 많다.

기묘한 암봉이 1000개의 부처를 닮아 천불산(千佛山), 능선의 바위들이 매화가 핀 듯해 매화산(梅花山), 타오르는 불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매화산(埋火山)이라고도 불린다.

영남 사람들은 매화산이라고 부르는 걸 더 좋아한다.

해인사 소리길에서 남산제일봉을 보면 마치 불꽃 형상이어서 해인사 화재와 연관이 깊다. 해인사 대적광전과 남산제일봉의 기가 불꽃을 일으켜 큰 불만 7차례나 났다고 여겨 지금도 매년 단옷날이 되면 남산제일봉 꼭대기에 동서남북과 그 가운데 등 5방에 소금을 넣고 물로 채우는 의식을 진행한다.

남산제일봉2
남산제일봉 정상에서 스님이 가야산 아래 해인사를 보고 있다. 오른쪽 봉우리가 가야산이고 가운데 산 아래가 해인사다.
사실 남산제일봉이라고 하면 제2봉도 있어야 하는데 그건 없다.

정해식 합천군 문화관광해설사는 “통일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당나라에서 돌아온 순응 화상과 이정 화상이 신라 애장왕비의 등창을 치료해 주자 감동한 왕이 3년간 가야산에서 정사를 보면서 해인사를 창건했는데 그 당시 남산을 보며 제일봉이라 일컬은 게 남산제일봉의 유래”라고 설명했다.

남산제일봉 산행은 청량사 쪽에서 오르는 게 정답이다.

그나마 힘이 있을 때 치고 올라가 암릉미를 보는 맛도 있고 힘든 만큼 정상에서 보는 장쾌함 때문에 이 코스가 더 낫다. 반대쪽인 해인사관광호텔 쪽에서 오르면 산행 자체는 부드럽지만 정상부위 암릉코스는 깎아지른 절벽에 내리막이라 위험성도 있다.

산행은 청량사에서 출발하면 소위 능선길에 오를 때까지 오르막의 연속이다. 어느 정도 몸이 덥혀졌다 싶을 때쯤 전망대가 나오는데 거리는 고작 800m에 불과하지만 사는 인생의 축소판처럼 고되기 그지 없다.

전망대에 서면 가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선다.

왕관을 쓴 듯 정상부위 뾰족뾰족한 바위 아래로 치맛자락처럼 산세가 늘어지고 왼쪽으로 해인사와 암자들이 점점이 뿌려져 있다. 백련암·지장암 등 해인사 인근의 암자들부터 멀리 고운암까지 눈에 들어온다.

다시 길을 나서면 철계단이 이어진다. 이 철계단은 정상까지 몇 번이나 있는 데 가팔라질수록 정상이 가까워진다고 보면 틀림 없다.

남산제일봉3
남산제일봉에서 해인사관광호텔 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나는 단풍터널.(10월17일 촬영).

전망대부터 이어진 암봉 숲은 어디 한 군데 눈을 고정할 수 없을 만큼 곳곳이 절경이어서 걷고 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어느 바위는 마치 창틀처럼 놓여 밖을 내다보는 맛이 있고 어떤 바위는 칼집을 낸 듯 포개져 감탄사를 자아낸다.

단 한 개도 같은 바위가 없고 보면 천불(千佛)을 마주하는 셈이다.

그래서 남산제일봉의 산행시간을 따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 많은 바위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다보면 선계에 온 듯 시간조차 따지기 어려워진다.

정상에 서면 골짜기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산색과 대비돼 황금빛으로 빛나고 멀리 지리산 천왕봉도 살짝 얼굴을 내민다.

마치 모든 산이 남산제일봉을 중심으로 펼쳐져 법상(法床)에서 내려다보는 듯하다.

화기를 누르기 위해 소금을 묻었다는 곳은 발길에 흔적조차 없고 단지 산에 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화기만 눌러준다.

내려오는 길은 남산제일봉에 올랐다는 감동을 이어주는 듯 단풍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 걷는 내내 물소리 새소리·바람소리까지 벗이 돼준다.

내리막길은 해인사관광호텔까지 1시간30분 정도 소요돼 전체적으로 3시간30분에서 4시간 정도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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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역광으로 빛나는 억새 물결에 파묻혀 있다.(10월17일 촬영)
◇무학대사의 모성애가 깃든 곳...황매산

합천에서 가을색을 쫓다보면 황매산(黃梅山, 1108m)도 빠지지 않는다. 워낙 철쭉으로 유명한 까닭에 봄의 산으로 유명하지만 가을에 만나는 황매산은 억새가 파도치는 듯하다.

황매산은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놓여 있는 소백산맥의 고봉으로 영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차를 타고 주차장에 내리면 펼쳐지는 억새 때문에 동네 뒷동산처럼 보이지만 산길을 걸으면 가을 속에 푹 빠지고 만다.

1983년 합천군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황매산은 합천 8경 중 8경으로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산자락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 마치 호수에 떠있는 매화와 같다고 해서 수중매라 불리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능선길을 오르면 800만평이나 되는 초지가 펼쳐진다. 예전엔 목장이었다는 데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고 세찬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들 차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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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억새밭 사잇길로 걸어가는 모습이 그림같은 풍광이다.

합천군에서 산불방지를 위해 쳐놓은 감시초소 앞이 해발 1000m 지점이다. 이곳에서 산청군 경계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온통 억새 천지다. 갈림길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오르면 황매봉 정상이다.

그리 험하지 않은 해발 700∼900m의 평탄한 산길 끝에 약 300m나 되는 뭉툭한 봉우리가 서쪽 상봉에서 동쪽으로 연이어 솟아 연 꼬리처럼 늘어선 모습이다.

정상에는 우리나라 제일의 명당자리로 알려진 무지개터의 막힘없이 펼쳐지는 전경이 세속시름을 잊게 하는 데 성지라고 불린다.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에는 삼현(三賢)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져왔다. 무학대사, 조식까지 나왔고 아직 한 자리는 비어 있다는 게 이곳 사람들 얘기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억새가 바람결에 일렁이는 모습이 가히 장관이고 멀리 삼라만상을 전시해 놓은 듯한 모산재(767m) 바위산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황매산에는 무학대사의 전설이 전해지는데 어머니가 산에 잘 다닐 수 있게 뱀과 칡넝쿨, 땅가시를 없애 3가지가 없는 산이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주차장 못미처 길 양옆으로 붉은 뽈똥(보리수)이 지천이다. 청정지역에서 난 것이라 새큼한 맛이 특징이다.

영상테마파크
남대문, 을지로 교통표지판 뒤로 한국은행 등이 늘어선 1970년대 서울거리 모습. 합천영상테마파크에 가면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과거로의 시간여행...합천영상테마파크

황매산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지로는 딱이다.

2004년 강제규 감독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흥행에 성공하며 합천 촬영지가 인기를 끌자 본격적으로 조성된 게 합천영상테마파크다. 합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1순위다. 일제강점기와 1970~1980년대의 서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입장하는 순간부터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보던 낯익은 건물들이 반긴다. KBS 특별기획드라마 ‘각시탈’을 비롯해 MBC ‘빛과 그림자’ ‘에덴의 동쪽’은 물론 영화 ‘고지전’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으로’ ‘써니’ 등 다양한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안내도에 나와 있는 굵직굵직한 건물들만 46개에 달한다.

다랭이 2
해인사IC 인근에서 만난 다랭이논의 가을색이 완연하다.
일제강점기 거리를 걷다보면 마치 당시로 돌아간 듯 묘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이곳은 서울역, 종로경찰서, 한국은행, 원구단 등이 실제 모습을 보는 듯 당시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특히 전차나 F-4D 팬텀기, 탱크 등 실물이 전시돼 위용을 자랑한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이외에 합천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합천댐이 있다.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는 이곳은 이른 아침 안개가 몽환적이어서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정문 앞에 놓인 보조댐 데크길에서 만나는 안개도 손색없다.

용주면 황계리에 있는 황계폭포는 합천 7경으로 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이 장관을 연출해 단풍철이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다.

정인룡 합천군 관광진흥과장은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는 합천이 힐링 명소로 뜨고 있다”면서 “하룻밤 묵어가도 여느 관광지와는 다른 합천만의 기(氣)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메모

△가는 길=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중부내륙고속국도를 거쳐 고령분기점~88고속국도~고령나들목을 나와 33번 국도를 타면 합천읍으로 이어진다. 3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기차는 동대구역에 내려 대구서부정류장에서 합천 해인사행을 타거나 진주역에 내려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각각 1시간 걸린다.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성주~고령~합천까지 4시간30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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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장용으로 으뜸인 국시기(왼쪽)와 해인사 아래 식당에서 내주는 산채한정식.
△먹을거리= 황매산으로 갈 경우 주차장에 있는 식당에서 파는 정식(6000원)이 먹을 만하다. 남산제일봉 쪽은 해인사 인근에 식당들이 많다. 해인사관광호텔 아래 백운식당(055-932-7393)은 산채한정식이 먹음직스럽다. 저녁에 술을 좀 했다면 합천읍에 있는 옥천분식(055-931-6430)의 국시기(6000원)가 괜찮다. 묵은지와 멸치국물의 조화가 어울리는 김치국밥이다. 합천영상테마파크 쪽엔 합천의 명품 쇠고기를 내주는 합천호한우숯불구이(055-931-2995) 또한 우수하다.

△쉴 곳= 해인사 밑에 있는 해인사관광호텔(055-933-2000)이 무난하고 관광지별로 모텔과 여관이 많다. 펜션은 합천호를 끼고 있는 대병면 휴양리 쪽에 많다. 관광농원은 5군데 있고, 삼가면 일부리에는 여인숙이 딱 한 곳 있다. 문의 합천군청 관광개발사업단(055-930-4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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