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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벌점 100점…더 무서운 광란질주 겨우 10점

음주운전 벌점 100점…더 무서운 광란질주 겨우 10점

기사승인 2014. 10.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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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철 변호사 "벌점 높이는 방향으로 규정 고쳐야"
#. 2010년 9월 25일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부두사거리 도로 위. 자정이 넘은 시각에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차량과 일본 닛산 GT-R 차량이 나란히 도로 한 지점에 서있다. 동시에 굉음을 내며 질주를 시작한다. 무한 스피드 경쟁으로 400m 직선도로를 빨리 통과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주 ‘드래그레이스’가 자동차 경주장이 아닌 일반도로 위에서 펼쳐진다. 주변에는 수십명의 구경꾼들이 몰려 환호성을 지르고 골인 지점을 먼저 통과한 운전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다. 다음날에도 이 위험천만한 경주는 계속된다. 경찰은 8차례나 드래그레이스를 펼치다 적발된 문모씨의 운전 면허를 취소시켰지만 문씨가 면허취소는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문씨의 손을 들어줬다.

도로 위를 무법천지로 전락시키는 위험 운전자들이 면허취소를 당하고도 잇달아 법원에서 구제를 받아 법규에 구멍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위험 운전자를 단속하는 경찰과 법규를 해석하는 법원의 시각차를 좁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은 문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이 문씨에 대한 면허취소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은 바로 도로교통법 법령 해석에 따른 결과다.

문씨가 경찰에 적발될 당시 법령에 따르면 운전자가 단체 소속으로 혹은 여러 명과 함께 교통방해 행위를 일으킬 경우 반드시 면허취소 처분을 받게 돼 있다. 이 같은 처분은 자동차로 일으킨 범죄가 살인 또는 강간 등 안전행정부령에서 정한 범죄에 해당할 경우 면허취소를 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93조 1항에 따른 것이다.

이에 관해 재판부는 “교통방해 행위를 일으킨 운전자의 면허를 반드시 취소하려면 도로교통법에서 예로 들고 있는 살인이나 강간에 비견될만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여야 한다”며 “법령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해당조항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한 예로 들었다. 형법이 법정형의 폭을 넓게 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같은 위험행위임에도 도로교통법을 적용하면 위험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면허취소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원이 같은 이유로 위험 운전자의 손을 들어준 경우는 지난 8월 구모씨, 6월 이모씨 사건 등 이 사건 외에도 여럿이다. 문씨처럼 드래그레이스나 곡예운전을 벌여 도로교통법 93조 1항 11호 해당한다는 이유로 면허를 취소당한 운전자가 낸 소송에서 모두 같은 논리로 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위험운전 행위의 심각성에 중점을 둔다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내릴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위험운전자가 낸 비슷한 소송에서 다른 결론이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2011년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이 같은 사례는 반드시 면허취소 처분을 내려야하는 항목에서 벗어나 경찰이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사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음주운전에 비해 전혀 사고 위험이 낮지 않은 위험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 공백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의 경우 적발되고도 면허취소가 되지 않을 경우 벌점 100점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드래그레이스 같은 경우 벌점 10점에 불과하다”며 “위험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면허취소는 아니더라도 벌점 40~60점을 부과해 면허정지를 받도록 시행규칙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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