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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 ‘두란노아버지학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곳 ‘두란노아버지학교’

기사승인 2014. 10. 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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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가다01-아버지학교
10월 11일 토요일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새서울교회 앞. 박스, 물통 등 갖가지 물건을 나르며 분주히 움직이는 남자들이 있다. 자세히 보니 모두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모두 ‘두란노아버지학교(이하 아버지학교)’ 스탭들이었다. 중년 남성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낯선 풍경에 선뜻 다가서기 힘들었지만 이내 먼저 와 말을 건다. “아버지학교 취재 오셨죠?”

아버지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슬로건 아래 가정 내 아버지들의 올바른 역할을 깨우쳐주는 교육과정으로 총 5주간에 걸쳐 지역 교회 등에서 진행된다. 매주 아내에게 편지쓰기 등 숙제가 주어지며 일주일 동안 숙제를 마친 뒤 수업에 참석해야 한다.

이날은 성남분당 제38기 5주차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난 4주간 38기생들은 아버지 학교 졸업생들의 경험담과 목사 말씀을 통해 아버지의 영향력, 역할 등을 배워왔다. 마지막 날인 이날은 특별히 가족을 모두 초대해 수업을 진행하는 날이다.

웃고 떠들고 안아주는 등 38기생들은 이미 가족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5번 밖에 만나지 않은 사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인생 살아오면서 마음속에만 가둬뒀던 가족사나 개인사를 함께 공유한 사이가 아니던가.

교회에서 진행된다고 해서 모두 기독교인들이 참가한 건 아니었다. 이날 수료생은 총 29명이었는데 이 안에는 비기독교인 7명이 포함되어 있다. 연령대 역시 다양했다. 40~5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아들과 함께 등록한 70대 할아버지도 있었다.

교육과정은 분 단위로 철저히 나뉘어져 진행됐다. 스탭들은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이들의 수료를 성심껏 도왔다. 스탭들 역시 아버지학교 출신이며 모두 자원해 봉사를 하고 있었다.

현장을가다02-아버지학교
저녁 식사를 하고 각 조의 과제물 발표와 강연이 이어진 뒤 아내의 발을 닦아주는 세족식이 진행됐다.

남편들은 아내가 앉아 있는 의자 앞에 무릎을 꿇고 그동안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사랑한다’,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아내의 발을 물로 깨끗이 닦는다. 조명이 꺼진 상태에서 조용히 진행된 세족식. 남편은 참회와 용서를 구하는 눈물을, 아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스탭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힌다.

아름답고 따스함을 넘어서 경건함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기자 역시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들이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모토, 그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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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터뷰]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상임이사

현장을가다03-아버지학교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상임이사
- 아버지 학교는 어떤 곳인가
“아버지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는 슬로건 아래 진정한 아버지의 권위가 무엇인지 4~5주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하고, 아버지의 정체성과 신분을 되찾고, 건강한 가정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사회운동이다. 크게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아버지학교와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하는 열린아버지학교로 구분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교회에서 아버지학교를 열어 주로 기독교인들이 참석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버지학교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일반인도 많이 찾고 있다.”

- 언제 시작됐나
“1995년 10월, 두란노서원에서 처음 개설됐다. 2014년 6월까지 28만명이 넘는 아버지들이 아버지학교를 다녀갔다. 또 국내 포함 해외 60개국 246개 도시에서 개설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열리고 있다.”

- 개설하게 된 계기는
“크게 세 가지다. 지난 1995년 날로 고조되는 사회 갈등과 가정의 위기가 심각하게 대두될 때 이 시대의 문제점은 ‘가정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고, 가정의 붕괴의 주요 원인은 ‘아버지의 부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목한 가정의 회복, 교회의 부흥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아버지를 교육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둘째, 가정에 대한 이야기, 교육적인 부분을 가르치면 대개 어머니들만 와서 듣고 아버지들은 참석하지 않는 현상을 보면서 아버지들을 따로 불러서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셋째, 아버지들 특히 우리나라 남성들은 이런 교육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로 태어나 남자다움을 갖추고 결혼해서 남편이 되고 자녀를 낳아서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남자로 태어나 최고의 영광스러운 자리가 바로 ‘아버지’라는 사실을 가르치고 아버지의 의미, 아버지의 정체성을 올바로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권하고 싶다. 가족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버지, 사춘기 자녀들과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버지, 아내와 대화로 잘 소통하고 싶은 아버지 꼭 문제가 있지 않더라도 ‘나는 괜찮은 아버지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또 (가족과의) 관계가 깨어져 정말 어려운 분들, 포기 상태에 있는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다시 한 번 힘을 얻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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