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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찬밥신세…‘황금 요우커’ 잡기 나선 동화면세점

내국인 찬밥신세…‘황금 요우커’ 잡기 나선 동화면세점

기사승인 2014. 10.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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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 요우커 위주 매장 운영
중국인 선호 브랜드 우선 입점
등돌리는 내국인 해외직구 이용
동화면세점2
동화면세점 앞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비하다.
# 직장인 김미정씨(32·여)는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면세점을 들렀다 깜짝 놀랐다. 들리는 건 중국어뿐이고 사람이 너무 많아 물건을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고 싶었던 브랜드는 면세점에 없고, 대부분 국내 화장품 브랜드 일색인 데다 명품 브랜드는 면세품 휴대한도 초과에 걸릴 것 같아 차라리 해외직구로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해외여행 떠나기 전 통과의례로 들르던 면세점 쇼핑을 즐기는 국내 소비자가 드물다. ‘면세점이 해외여행의 필수코스’란 공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해외직구, 병행수입 등 좀 더 저렴하게 수입품목을 구입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늘면서 예전만큼 가격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면세점들이 개성 강한 국내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면세점들도 줄어드는 국내 소비자보다는 매출을 올려주는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국내 면세점들의 내국인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은 2012년 40%에서 2013년 35%, 2014년 35% 등으로 점점 줄고 있다. 반면 중국인 관광객 매출비중은 2012년 30%였던 것이 2013년 45%, 2014년 50% 등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역시 내국인 매출 비중이 2012년 40%에서 2013년 34%, 2014년 30%로 줄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면세점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국내 브랜드를 앞다퉈 입점시키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리리코스, 에스쁘아, 궁중비책, 루즈앤라운지 등 지난해 대비 늘어난 브랜드만 약 50개다. 신라면세점도 아이오페, 스타일난다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신라면세점 측은 “중국인들이 국산브랜드를 많이 선호하고 국산품이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신규브랜드, 중저가 등 소소한 브랜드들이 면세점이라는 유통채널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많이 판매되면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만을 위한 이벤트도 마련해놓고 있다. 동화면세점에 입점한 에트로는 1200달러 이상 구매자에게 주는 사은품을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한정시켰다. 동화면세점은 또 큼지막한 안내판이나 문구 등을 모두 중국어로 적어놔 한국 안내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평소 해외직구를 즐겨한다는 직장인 문미영씨(35·여)는 “해외직구로 구매하면 면세점과 가격적인 차이도 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면세점에서 구매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동화면세점
동화면세점 내부에는 중국어 안내판만이 큼직막하게 전시돼 있다.
해외 배송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몰테일의 상품을 들여다보면 갭이나 크록스, 네스프레소 등이 인기다. 하지만 면세점에 입점돼 있지 않다. 최근 열풍을 몰고온 몽클레르나 캐나다구스, 아쉬 등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2030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 잇는 레베카 밍코프 미니백은 면세점에선 268달러(약 28만3000원)지만 해외직구가는 10만원 중반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미국 내 배송비를 포함한 상품 가격이 200달러 이하인 해외직구 품목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목록통관 대상이 의류, 신발 등 종전 6개 품목에서 식·의약품을 제외한 전체 소비재로 확대돼 해외직구는 더욱 늘 전망이다.

100만원 이상 명품 가방 해외직구액도 올 상반기에만 6억3400만원(413건)이며, 100만원 이상 고급 시계는 8억500만원(490건)이다.

게다가 미국의 11월말 추수감사절 세일과 그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 등 해외직구 시즌이 다가오면서 면세점들이 국내 소비자의 발길을 당분간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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