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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봇물’ 김무성 방중 3박4일의 재구성

‘개헌 봇물’ 김무성 방중 3박4일의 재구성

기사승인 2014. 10. 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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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나는 '어' 했는데 언론은 '아'라고 보도했다"…시작부터 삐걱거린 동행취재
지난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상하이(上海)까지 동행한 기자들에게 건넨 ‘개헌 봇물’ 발언이 23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당청 갈등을 넘어 당내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이 된 ‘개헌 봇물’ 발언에 대해 전날 김 대표는 “나는 ‘어’ 했는데 언론에서는 ‘아’라고 보도했다”며 동행했던 기자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지난 13~16일 3박4일의 중국 방문 기간에 김 대표와 기자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 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당시 3박4일 동안 일어난 일들을 재구성했다.

김 대표와 언론과의 관계는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중국으로 출발하기 10여일전부터 언론들이 “국정감사 중에 외유를 나간다”고 비판을 쏟아내자 김 대표는 당초 4박5일이던 일정을 축소해 빡빡하게 일정을 조정했다. 이로 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보라며 일정에 끼워넣은 황산(黃山)행이 취소됐다. 방중 일정은 사실상 중국 공산당이 짜 준 것이다.

삐걱거리는 소음은 방중 첫날 더욱 커졌다. 이날 40여명의 기자들은 김 대표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베이징(北京) 숙소에서 고립됐다. 중국 공산당이 정해 준 숙소는 인터넷 검색에도 나오지 않는 공산당 직영호텔이었다.주변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시설들이 둘러쌌다.

베이징 서북부 군사지구에 자리한 호텔을 두고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한 기자는 “한국에 들어 온 외국 취재진을 경기도 이천의 호텔에 묵게 한 것과 같다”며 방중단에 포함된 당 대변인에게 대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기자들은 심야에 대변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김 대표와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그리고 시 주석과의 만남이 예정된 둘째 날 상황은 더 악화됐다. 기자들은 왕 부장의 인사말만 듣고 김 대표가 말하는 중간에 중국 측에 의해 행사장에서 쫓겨나야 했다.

베이징 중심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김 대표와 시 주석과의 만남도 취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브리핑 역시 김 대표가 베이징 특파원들과의 만찬 장소에서 직접 하기로 일정을 갑자기 변경, 기자들은 베이징 정반대 편으로 이동하기 위해 90분 넘게 버스를 타야 했다. 인민대회당 취재에 나섰던 일부 기자들은 뒤늦게 도착해 김 대표가 특파원들과 환담하는 모습을 어이 없는 심정으로 지켜봐야 했다.

김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서야 “중국 공산당과의 대화·만남이 중요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했다”며 “기사 서비스가 소홀했던 점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직후 기자들을 ‘벼룩’에 빗댄 대변인의 발언으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김 대표는 상하이로 이동하는 셋째 날 새벽부터 복장을 갖추고 호텔식당에서 기자들을 기다리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답변을 거절해 실망을 안겨줬다. 일정 마지막 날 조찬간담회 공개발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의 ‘개헌 봇물’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왔다. 김 대표와 같은 식탁에 앉은 기자들은 김 대표의 발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노트북을 두드렸다. 기자들은 귀국 길에 “김 대표가 마지막 날 기자들에게 확실한 서비스를 했다”는 말을 서로 주고 받았다.

김 대표의 해석은 달랐다. 22일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논란의 책임을 돌리면서 “최근 제가 중국 여행이 끝나는 날 경계심이 무너져 말 한마디를 잘못해서 본의 아니게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전혀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언론 환경이 그래서 내가 정말 억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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