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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36.5℃]“아웃도어는 과학… 같은 기능·다른 가격, 주먹구구식 거품 빼야”

[파워 인터뷰 36.5℃]“아웃도어는 과학… 같은 기능·다른 가격, 주먹구구식 거품 빼야”

기사승인 2014. 10.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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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철호 아웃도어전문칼럼니스트
인터넷 지식답변 1200개 유명세
기능실험위해 뒷산서 직접 비박
"등산복은 기능을 보고 사는 것
유명 브랜드일수록 가격 버블
성능은 시장제품과 별 차이 없어"
히말라야
히말라야
“아웃도어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정보의 거품이 너무 많아요. 좋은 제품을 싸게 경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정보를 전하고 싶어 시작했죠.”

출발은 단순한 호기심때문이었다. 물건을 살 때 흔히들 생각하는 ‘이 제품 좋아요’ ‘그 제품 성능이 어때요’ 같은 궁금증에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만족스런 답변을 얻지 못하자 직접 체험해보며 살아있는 정보 하나하나를 얻었다. 한국에 아웃도어란 개념이 정착되기도 전인 10년 전부터 히말라야를 찾으며 얻은 생생한 정보에 사람들은 공감했다. 1200개가 넘는 네이버지식인 답변 중 1000개 이상이 질문자들에 의해 추천답안으로 올라와 있다. 아웃도어 제품을 제대로 구입해본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정도로 그의 글은 ‘성지글’이다. 파워지식인이자 아웃도어전문칼럼니스트인 진철호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산행 덕분에 40대지만 20대의 체력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진철호
진철호 아웃도어전문칼럼니스트/사진제공=진철호
◇ 삶의 끝에서 희망을 안겨준 히말라야

그의 산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그는 산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는 산을 ‘영양제’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10년 전 이맘때쯤일 거예요. 지하주차장에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올라오다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바리게이드가 정수리에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죽음에 직면했죠.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일상생활로 복귀하기까지 힘들었죠. 당뇨병을 제외한 모든 성인병을 다 걸려봤을 거예요.”

죽음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거라면 차라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실컷 하자는 마음에 시작한 게 등산이다. 5~6개월 꾸준한 재활로 몸이 점점 좋아졌지만 원인 모를 병이 항상 그를 따라다녔다. 몸이 좋아지는 듯 싶다가 뜻하지 않게 뇌하수체종양에 걸리기도 했고, 전정기관 이상으로 어지럼증에 세상을 늘 흔들린 상태로 직면해야 했다. 어깨 부위에 원인 모를 중증 강직성 척추염으로 말 못할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는 히말라야를 놓지 않았다.

“청정지역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다 보니 제 스스로가 몸이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요. 물론 병원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죠. 요즘도 1년에 2번은 꼭 히말라야에 갑니다.”

박영석 기념비 앞에서
2011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봉 남벽에서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 기념비에서.
◇ 직접 체험을 통한 생생한 아웃도어 정보의 1인자

1년에 1~2번은 히말라야에 오르다보니 자연스럽게 등산용품에 관심이 갔다. 1992년 처음 히말라야를 찾았을 때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었던 그는 그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깨달았다. 등산복이 단순히 패션이 아니라 목숨과 직결되는 필수품임을 알게 됐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등 국내 브랜드 뿐 아니라 아크테릭스나 파타고니아, 마모트 등 유명 해외브랜드를 전부 입어봤어요. 이것저것 입다보니 자연스럽게 제품이 비교가 되고, 현명한 소비자라면 브랜드가 아니라 원단의 질을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가 10년 동안 아웃도어 제품에 사용한 금액만 1억원에 달한다. 물론 기업의 협찬은 없다. 올바른 정보를 위해 광고에 나온 제품을 구입해 직접 필드테스트를 한다.

“어느 정도 극성이었냐 하면 장거리 산행을 못하면 침낭을 들고 동네 뒷산이나 동네 공원에서 아주 추운 날 비박(Biwak)을 하기도 했고, 다운재킷만 입고 벤치에 앉아서 자다가 술 취한 노숙인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에 가기도 했어요. 텐트나 방수재킷이라고 하면 일부러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 실험해보기도 해요.”

사소한 차이로 업그레이드해 매 시즌 새롭게 선보이는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유명 아웃도어 제품이지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제품은 그의 경험치로 봤을 때 10~20% 정도뿐이다. 대부분의 제품이 가격 거품만 많고 시장 제품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다.

“아웃도어는 패션과 다릅니다. 일반적인 옷을 만드는 생각으로 만들면 안 됩니다. 원단 하나하나, 지퍼 하나, 밴드 하나하나를 사용할 때 이 제품이 중장거리에서 사용했을 때 피부의 쏠림은 없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내구성이 좋은지 등 여러 가지 분석을 해서 조합을 이뤄야죠. 한마디로 아웃도어는 과학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무시하죠.”

지난 17일 그는 두 달 일정으로 히말라야로 떠났다. 겨울 제품의 보온력 테스트와 더불어 내년 이맘 때 히말라야 정상에서 펼칠 작은 음악회 준비 차원에서다.

“제 글을 통해 제품을 잘 샀다거나 장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아웃도어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쪽지나 메일을 보면 정말 행복해요. 제가 지은 죄를 회개하는 느낌도 받아요. 그러면서 의무감도 생겨나죠. 저는 무조건 떠나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 두 다리가 허락하는 한 히말라야를 계속해서 오를 생각이에요.”

【 히말라야 트래커라면 챙겨가야 할 10가지 아이템】

△등산화
= 평소 산에 단련된 사람이라도 발 건강을 위해 등산화는 챙기는 것이 좋다. 11월부터 4월까지는 눈이 녹지 않아 아이젠을 함께 준비한다.
△헤드랜턴 = 히말라야에도 전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태양전지로 비축해서 쓰는 전기다. 해가 지면 동이 틀 때까지 히말라야는 암흑이다.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해가 진 다음에 도착할 수 있으니 헤드랜턴은 필수다.
△등산 스틱 = 히말라야는 거대한 산이다 보니 급경사·내리막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그때 등산 스틱으로 양손을 지지해주면 안전에 도움이 된다.
△방수복 = 지금 시즌은 히말라야의 건기지만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그런 개념이 깨진지 오래다. 눈이나 비에 대비한 방수복이나 재킷을 준비한다.
△배낭 = 필요한 물품을 담을 수 있는 배낭은 필수 중 필수.
△선글라스 = 히말라야는 설산이다. 청정지역이다보니 자외선과 햇볕이 강해 선글라스 없이 걷다보면 눈 건강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장갑 = 어떤 계절에 가든 가벼운 겨울용 장갑이 필요하다. 한겨울 시즌이라면 2~3겹 겹쳐서 끼면 된다.
△경량재킷 = 히말라야는 한여름에도 해발 3000m가 넘으면 밤에 쌀쌀하다. 지금은 해발 4000m가 넘어가면 영하로 떨어지니 경량 우모재킷이나 보온 재킷을 챙기는 것이 좋다.
△선크림 = 가급적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5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준비한다.
△구급약품 = 머큐로크롬 ‘일명 빨간약’은 상처소독뿐 아니라 물이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1~2방울 물에 떨어뜨리면 살균효과가 있다. 항생제가 들어간 안약은 흡수가 잘돼 상처치료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고산병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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