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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찰간부의 추악한 뒷모습

어느 경찰간부의 추악한 뒷모습

기사승인 2014. 10. 3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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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취소소송 판결문 통해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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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복’이 되겠다는 푸른 꿈을 안고 경찰 공무원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A씨의 마지막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경사 계급장을 달고 시작한 A씨의 공직생활은 비교적 순탄했다. 동기들 중에서도 제법 뛰어난 인재라는 평가도 받았다. A씨는 탄탄대로를 걸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결국 20여년이 흐른 뒤 총경이란 자리를 꿰찬 A씨. 듣던대로 일선 경찰서장이 가진 파워는 막강했다. A씨의 관할 내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도 끊이지 않았고, 그만큼 챙겨야하는 사람들도 늘어만 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푸른 꿈을 꿨던 A씨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이른바 ‘비리 종합선물세트’로 탈바꿈했다.

그는 매해 두 번씩 돌아오는 명절마다 자신의 지인에게 선물 값으로 200만원 가량이 들어가자 부하직원더러 일부 금액을 대신 내도록 시키는 꼼수를 썼다. 이 같은 방법으로 보전하지 못한 나머지는 업무추진비로 채워 넣었다.

A씨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다시 채운 반면 국고 지원금은 펑펑 써댔다.

그가 1년 반 동안 관사에 거주하면서 전기세와 난방비로 사용한 돈은 월 평균 85만원이 넘는 1620여만원에 달했다. 아내와 단 둘이 살면서 쓴 전기와 난방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경찰서의 10분의 1에 육박한 것.

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것 역시 빠질 수 없었다. A씨는 2012년 3월부터 1년동안 가짜 이름을 사용하면서까지 관할 구역 내 기업체 대표 등과 골프장을 수십차례 드나들었다. 이 때는 ‘핵안보 정상회의’ ‘대통령 해외순방’ ‘북한 미사일 위협’ 등 경찰 복무기강을 강화한 시점이었다.

이밖에도 A씨는 업체로부터 상품권 수백만원 어치를 받고, 승진인사 명목으로 부하직원에게도 돈봉투를 받는 등 탐욕을 부리다 결국 꼬리를 밟혔다.

A씨는 이 같은 비위가 적발돼 해임되자 처분이 부당하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되고 비위의 정도도 매우 무겁다”며 “A씨는 경찰공무원의 품위와 경찰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손상시켜 직을 계속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품 수수나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는 등 어느 한 가지 사유만으로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려운 중대한 비위행위를 수회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저질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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