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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대학생이 본 ‘국감 유감’

‘의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대학생이 본 ‘국감 유감’

기사승인 2014. 10.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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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막말, 막무가내식 질의, 무리한 증인·참고인 요청, 피감기관 무성의한 답변, 불성실한 자료제출, 과다한 해외·현장 시찰 '여전'
[포토] 설훈 위원장 노인발언관련 설전 벌이는 여야
지난 2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17일 설훈 위원장의 윤종승(쟈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대한 ‘노인 폄훼’ 발언 논란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 이병화 기자
672개 역대 최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 27일로 3주 동안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국회는 21일 간 12개 상임위별로 소관 기관에 대한 국감을 진행했다.

다만 의원들이 겸직하고 있는 상임위인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은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일정으로 ‘번외 국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해마다 국감 때마다 지적됐던 국회의원의 막말과 막무가내식 질의, 무리한 증인과 참고인 요청, 피감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불성실한 자료제출, 출석 회피, 지각 진행, 과다한 해외·현장 시찰, 중복 질의, 준비 소홀, 여야 간 과도한 정치쟁점화, ‘아니면 말고식’ 뻥튀기·부풀리기 문제 제기 등 여전히 ‘국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무엇보다 해마다 지적됐던 의원들의 막말과 호통 국감, 고압적인 구태는 국회와 국회의원, 정치에 대한 국민 반감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평가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설훈 위원장은 윤종승(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에 대한 증인 심문 과정에서 “79세면 은퇴해 쉴 나이”라고 해 ‘노인 폄하’ 논란으로 국감장이 여야 간 정치 공세장이 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23일 국감에서는 이 발언을 둘러싸고 국감 개시부터 감사와는 무관한 여야 의원 간의 언쟁이 한 시간여 동안 벌어졌다. 언쟁의 도화선에 가장 먼저 불을 붙인 사람은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설 위원장의 막말 발언에 관한 해명을 요구했고 그간 여당에 편파적으로 의사진행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설 위원장은 “질의가 끝나고 위원장으로 감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었고 한국관광공사의 감사로 적임자가 아님을 당시 위원들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며 정년제도의 존재 의미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서 노인 폄하 발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79세면 쉬셔야 한다’는 발언은 분명 모든 노인에 대한 모욕적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해당 인사 부적격 문제는 다른 것”이라며 설 위원장에게 위원장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자각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의 발언이 끝나고 설 위원장이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도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의원석에서 “무슨 위원장이 저래!”라고 막말이 튀어나왔다. 이에 설 위원장 역시 흥분조로 “무슨 위원이 저래!”라며 막말로 대응했다.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청자와 피감기관이 보기에 참 부끄럽고 이것이 국감의 의사진행 현실”이라면서 “왜 계속해서 이런 문제가 국감에서 재탕 삼탕 다뤄져야 하는 지 의문이고 이미 위원장이 그 의미가 아니었다고 분명히 의견 표명했는데 계속해 국감장에서 언쟁을 벌여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 국감 현장 모니터 요원은 “국감장이 결국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면서 “이러한 불필요한 언쟁이 국감이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국감은 설 위원장의 막말 발언 언쟁은 감사 개시 후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결국 얼마 남지 않은 오전 시간 동안 피감기관장의 업무 보고와 증인 소개는 각각 3분 이내 약식으로 진행되면서 소중한 오전 시간이 그냥 마무리됐다. 국감도 감사 개시예정이 오전 10시 정각임에도 불구하고 7분 늦게 10시 7분에 열렸다.

한 국회 관계자는 “감사를 위해 피감기관 장들과 관계자들이 그 이전부터 와서 미리 대기하고 있었을 상황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개시가 정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국방위 새누리당 소속 송영근?정미경 의원은 야당 의원 질의 도중 ‘쟤는 뭐든지 빼딱!’,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주고받다 급기야 여야의원 간 고성이 오가는 지루한 말싸움 끝에 사과까지 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했다. 국감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 회원들 조차 국회의원의 품위와 자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또 안행위 소속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환풍구 추락 사고 원인을 추궁하던 자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답변 도중 웃음을 보이자 “실실 쪼개고 웃어서 되는 자리냐”고 말해 표현이 과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올해도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증인 불출석으로 국감을 무시하는 행태도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는 국감을 앞두고 해외 출장을 나가 국회의원들의 거센 질타가 쏟아지고 동행명령장까지 의결돼 결국 지난 27일 국감장에 출석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의원실에서 산하기관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 기관별 소관과가 답변서를 스크린한 후 제출되도록 전파할 것’, ‘자료는 소관과에서 컨펌(확인) 후 제출’ 등의 내용이 담긴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님 지시사항-의원 요구자료 처리지침’도 문제가 됐다. 해마다 국회의 자료 요구에 대한 피감기관의 ‘의도적인 늑장·부실 제출’이라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한 전문가는 “국정 감사가 국민들의 혈세가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감시 국감이 돼야 하는데 항상 정쟁과 준비 소홀로 국감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분기 국감, 상시 국감을 해야 한다고 그렇게도 지적했는데도 결국은 정쟁으로 졸속?날림 국감을 반복하고 있어 국감 무용론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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