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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이태원서 만끽한 ‘할로윈데이 추억’…흥겹거나 역겹거나

홍대·이태원서 만끽한 ‘할로윈데이 추억’…흥겹거나 역겹거나

기사승인 2014. 11. 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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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할로윈데이의 두 얼굴'
'해피! 할로윈' 혹은 '크레이지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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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이태원을 찾은 한 시민이 스머프 복장을 한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김종길 기자
10월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수많은 인파들이 서울 이태원·홍대 등에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10시 30분께 젊음과 예술의 상징인 홍대 거리는 마치 영화 촬영장을 보는 것처럼 현실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캐릭터들이 거리를 활보, 큰 볼거리를 선사했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단 하루 밖에 없는 할로윈데이를 위해 이색적인 분장을 준비,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얼굴과 몸 곳곳을 칠하는 것을 기본으로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드라큘라·좀비 등으로 분장해 함께 온 지인 혹은 즉석에서 만난 다른 시민들과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눴다.

올해 할로윈데이의 이색 풍경이라면 시민들 손에 죄다 최신 유행 상품인 셀카봉이 들려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맡길 필요 없이 가져 온 셀카봉을 길게 뽑아 수시로 ‘할로윈의 추억’을 담았다.

대학생 최모씨(24·여)는 “할로윈데이에 친구들과 다양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며칠 전 셀카봉을 부랴부랴 구입했다”며 “이런 날에는 거리에 사람이 넘쳐나 지나다니기도 불편한 만큼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셀카봉만 있으면 그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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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홍대를 찾은 시민들이 술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김종길 기자.
대기줄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홍대의 클럽·술집·식당 등은 할로윈 손님들로 북적였다.

클럽의 시끄러운 음악을 지나면 버스킹(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하는 행위) 가수들이 부르는 가벼운 음악이 시민들을 맞았다. 고막을 찢을 듯한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거나 버스킹 가수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이날 홍대를 찾은 시민들의 특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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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학대 간호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서로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서울특별시팀)이 10월 31일 할로윈데이를 맞아 홍익대 앞에서 콘돔 1개와 사탕 3개가 들어있는 봉지를 전달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는 ‘더블터치’를 홍보하고 있다. / 사진=신종명 기자
이날 수원과학대 간호학과 학생 6명으로 구성된 생명사랑 서포터즈 ‘서로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하 서울특별시)팀은 ‘더블터치를 아시나요’ 설문조사와 함께 콘돔 1개와 사탕 3개를 봉지에 담아 할로윈 데이에 홍익대 앞을 찾은 청년층에게 나눠줬다.

서울특별시팀장인 이지은양(21)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으려면 콘돔 등 피임도구와 함께 피임약을 함께 복용해야 안전한데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로부터 3개월에 25만원을 보조받으며 서포터즈 활동을 펼친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와 할로윈, 빼빼로데이, 발렌타인데이 등 연인들의 특별한 만남을 상징하는 날이면 원치 않는 임신이 많을 것으로 보고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팀장은 “200개의 봉지를 준비했는데 새벽 2시까지 선물을 나눠주면서 더블터치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할로윈데이를 넘긴 1일 오전 1시께 이태원은 홍대보다 더 많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의 수가 더 많은 만큼 할로윈데이를 위해 준비한 시민들의 분장 캐릭터도 다양했다.

스파이더맨·아이언맨·배트맨 등 히어로물 영화 주인공들은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심슨·슈퍼마리오 등 친근한 만화·게임 캐릭터도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이태원에서는 한국형 할로윈데이 분장을 한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어서 그런지 몇몇 시민들은 이들에게 한국을 알리고자 도포에 갓을 두르고 뒷짐을 지며 선비행세를 했다.

할로윈데이 풍경이 마냥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이태원에서는 한 여성이 강소주를 3병째 들이키고 있음에도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이를 걱정하기는 커녕 이 여성에게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오전 2시께 이태원파출소에는 술에 취한 상태로 폭행 시비에 휘말린 시민들이 잇달아 잡혀들어왔다.

김정선씨(46·여)는 “파티를 있는 그대로 건전하게 즐겨야 하는데 한국에서의 파티 문화는 아직 그렇게 정착되지 못한 것 같다”며 “주변에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사고를 치는 파티는 지양한다. 매년 있을 할로윈데이 파티도 별 탈 없이 건전하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박찬주씨(46·여·경기 일산)는 “사실 할로윈데이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며 “그런데 요즘 영어유치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부모가 자식들에게 할로윈데이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홍대나 이태원을 찾기도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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