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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선거구 획정, ‘게리맨더링’에 대한 역대 헌재 판단은?

자의적 선거구 획정, ‘게리맨더링’에 대한 역대 헌재 판단은?

기사승인 2014. 11. 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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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지역 아니더라도 '특별한 사정' 인정되면 합헌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의 지역 선거구 획정에 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헌재가 제시한 입법시한인 2015년 12월 31일까지 국회는 선거구간 인구편차가 2:1을 넘지 않는 새로운 선거구를 획정할 의무를 안게 됐다.

헌재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 편차가 3: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지난 2001년 선거구 인구불균형의 위헌 기준으로 제시한 3:1 기준을 변경했다.

이처럼 불평등한 선거구획정의 한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구비례의 원칙이다.

한편 평등선거 원칙에서 파생된 또 하나의 위헌성 판단기준은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의 금지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선거구를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게리 지사가 지신이 소속돼 있는 공화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나눈 것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그동안 우리 헌재는 인접한 지역이 아닌 두 지역을 한 개의 선거구로 묶었을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왔다.

◇1995년 충북 보은군 영동군 선거구 게리맨더링…위헌

실례로는 지난 1995년 헌재가 충북 보은군 영동군 선거구에 대해 게리맨더링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

당시 헌재는 “선거구 획정은 사회적·지리적·역사적·경제적·행정적 연관성 및 생활권 등을 고려해 특단의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접지역이 1개의 선거구를 구성하도록 함이 상당하며, 이 또한 선거구획정에 관한 국회의 재량권의 한계라고 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그런데 이 사건 선거구구역표는 위와 같은 원칙을 무시한 채, 특단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볼만한 사유를 찾아볼 수 없는데도 충복 옥천군을 사이에 두고 접경지역 없이 완전히 분리돼 있는 충북 보은군과 영동군을 ‘충북 보은군·영동군 선거구’라는 1개의 선거구로 획정했는바, 이는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자의적인 선거구획정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인구수를 보더라도 보은군은 4만9077명, 영동군은 6만3623명, 옥천군은 6만4958명으로서 이를 모두 합쳐도 17만7658명이기 때문에 인구편차의 허용한계 내에 있어 옥천군을 제외한 보은군과 영동군만을 하나의 선거구로 획정한 것은 보은군에 거주하는 청구인 이모씨의 정당한 선거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 함께 헌법소원이 제기된 부산 해운대구 기장군 선거구가 인구비례 기준 4:1을 벗어나 어차피 선거구역표 전체에 대해 위헌선언을 해야 했다.


◇1998년 인천 서구·강화군 을선거구 게리맨더링…합헌

한편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 지역적으로 분리된 두 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로 획정한 것이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지난 1998년 헌재는 인천 서구·강화군 을선거구에 대해 입법재량을 일탈한 위헌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밝히면서도 합헌 결정을 했다.

당시 인천광역시의 서구, 계양구 및 강화군 지역의 선거구는 ‘계양구·강화군 갑선거구’, ‘계양구·강화군 을선거구’, ‘서구 선거구’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중 ‘계양구·강화군 갑선거구’는 계양구 중 계양1동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선거구역으로 하고 ‘계양구·강화군 을선거구’에는 계양구 계양1동과 강화군 일원이 포함돼 있었다.

이 때문에 ‘계양구·강화군 갑선거구’에 출마하려했던 김모씨는 자신이 설사 당선된다 해도 계양1동 주민들로부터 국회의원의 정당한 국민대표권을 침해당하게 된다고 주장했고, 계양1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계양1동과 인천광역시 서구, 김포군 등을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는 강화군과 하나의 선거구로 묶임으로써 자기 지역의 문제에 대해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어 행복추구권 및 평등권을 침해당하게 됨은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권도 침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들의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하지만 입법 당시 제15대 국회의원선거가 임박한 상태에서의 시간부족, 위 선거구란의 한시적 성격 등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헌재는 “인천 계양구와 강화군은 인천 서구 및 경기도 김포군을 사이에 두고 있으므로 강화군은 같은 도서지역으로서 지리적·행정적 입지조건이 유사한 인천 옹진군과 통합해 1개의 선거구를 구성하거나, 지리적으로 계양구보다는 인접한 인천 서구의 일부 동과 통합해 1개의 선거구를 구성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인천 서구·강화군 을선거구 게리맨더링…합헌

2001년 헌재에서 ‘인천 서구·강화군 을선거구’의 게리맨더링이 다시 문제가 됐다. 1995년 3월 인천 서구 검단동과 인천 강화군이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편입됐는데 서로 거리상으로도 약 20㎞ 정도 떨어져 있는데다가 검단동은 주로 공업을 하는 지역이고 강화군은 인삼경작 등 농업을 주로 하는 지역이라 생활의 기초가 달라 지역적 유대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검단동이 강화군과 하나의 선거구로 획정된 것은 위헌이라며 ‘인천 서구·강화군 을선거구란’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및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재는 하지만 해당 선거구의 제정경위를 살펴볼 때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는 제16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강화군이 최소인구수 기준에 미달돼 이를 하나의 독립한 선거구로 할 수 없게 되자, 지리적으로 계양구보다 가까운 서구의 일부를 분할해 강화군에 합쳐 하나의 선거구로 하기로 하면서, 서구 중에서 강화군과 비교적 가까우면서도 서구의 여러 동 중 가장 인구수가 많아 최소인구수의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검단동을 분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두고 입법자가 서구 검단동에 대해 차별의 의도를 갖고 자의적인 선거구획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국회가 헌재의 지적을 고려해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 과정에서 헌재가 제시한 인구수 기준 등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당시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선거구 등이 헌재가 새롭게 변경한 인구펀차 기준인 3:1 기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선거구역표 전체에 대해 위헌선언을 하면서 게리맨더링 부분에 대해 따로 기각 결정을 하진 않았다.


◇2014년 경기도 용인시·충청남도 천안시 게리맨더링 부정

이번에도 ‘경기도 용인시 갑선거구’, ‘경기도 용인시 을선거구’, ‘충청남도 천안시 갑선거구’, ‘충청남도 천안시 을선거구’ 등 모두 4개 지역 선거구의 게리맨더링이 문제됐지만 헌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경기도 용인시 갑·을선거구’의 경우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따르지 않았다”고 청구인들은 주장했지만 헌재는 “국회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선거구획정안을 참고해야 할 뿐 선거구획정안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갖는 것은 아니므로, 선거구획정안의 내용과 다르게 선거구를 획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입법재량을 일탈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각했다.

‘충청남도 천안시 갑·을선거구’의 경우 청구인들은 “’시·도의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와 부합하지 않게 됐으므로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와 지방의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가 통일성을 가져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고 이미 개정된 공선법 별표에서는 서북구 쌍용2동을 동남구 신방동과 묶어 ‘천안시 제4선거구’로 획정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국회의원지역선거구와 시·도의회의원지역선거구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서울 강남구 갑, 서울 강서구 갑, 인천 남동구 갑의 인구수가 가장 인구가 적은 선거구인 경북 영천시 선거구의 각 3배, 2.95배, 2.97배에 달하는 등 헌재의 변경된 위헌 판단 기준인 인구편차 2:1 기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선거구역표 전체에 대해 헌재는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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