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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취재뒷담화]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기사승인 2014. 11.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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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그룹 정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서 발생할 여지 높아
연말 인사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조마조마하게 자신의 앞날을 기다리고 있을 각 기업 임원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시기입니다.

그동안 인사 시즌이 되면 자동차 업체가 특수를 누렸습니다. 임원으로 승진이 되면 법인차가 배정되기에 대형 세단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죠. 하지만 올해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승진보다는 정리해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큰 이유로는 재계에 불고 있는 실적부진을 들 수 있습니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100대 기업의 임원 숫자가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실적이 곤두박질 쳤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각 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연말 인사에 임원 감축 카드부터 꺼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사실 임원수 조정은 회사 실적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임원을 줄임으로써 직원 줄이기가 수월해집니다. 한국CXO연구소는 “1만명의 직원 중 10%만 감축하더라도 600~800억원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직 효율화를 위해 임원들부터 희생시키는 것이죠.

그중 삼성과 현대차 임원들이 더 불안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세대교체’에 따른 ‘살생부’때문입니다.

현재 삼성그룹은 이건희 체제에서 이재용 체제로 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정의선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한 세대가 마감하고 다른 세대가 떠오르면서 가장 먼저 진행되는 일은 전 세대 가신그룹의 정리입니다.

가신들은 아버지 세대에서 목숨을 걸고 일했던 사람입니다. 왜 하필이면 그런 충신들부터 정리를 하는 걸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2~3세들이 조직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해선 자기사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친의 사람들은 엄밀히 말하면 2~3세의 사람은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부담스러워할 수 밖에 없는 관계입니다. 이 같은 불편한 진실이 맞물리면서 부친 세대의 인사들은 자연스럽게 물러나고 다음 세대의 인재들이 부각되는 것이죠.

살생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은 ‘삼성’과 ‘현대차’ 모두 당장이 아닌,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가신그룹의 정리를 두고 누구는 비정한 조직세계의 단면이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당연한 법칙이라고 합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재계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기업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기업은 일보 전진할 수도, 일보 후퇴할 수도 있습니다.

국가 경제를 위한 기업들의 신중한 선택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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