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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도서정가제 D-1, 한산한 서점가 속 일부 소비자 ‘책 사재기’

[르포] 도서정가제 D-1, 한산한 서점가 속 일부 소비자 ‘책 사재기’

기사승인 2014. 11. 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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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21일 시행> 본격 시행, 신·구간 상관 없이 최대 15% 할인
소비자들 "도서정가제, 긍정적으로 보지 않아…당분간 혼란스러울 듯"
교보문고 광화문점
도서정가제 시행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한 소비자가 진열된 도서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김종길 기자
“‘단통법’도 그렇고 이런 정책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요…취지는 좋은데 봉재처리가 덜 된 옷을 보는 느낌, 베타버전 게임을 정식 출시해 놓고 버그가 발견되면 버전 1.1패치 내놓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21일 본격 시행되는 개정 도서정가제(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를 놓고 하루 전인 20일 국내 유명 대형서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지나친 할인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정하는 것을 막고 처음부터 정직하게 책값을 매겨 판매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출간된 지 1년 6개월이 안 된 신간도서를 최대 19%까지 할인해 소비자에게 판매했지만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이 할인폭이 신·구간 상관없이 15%까지로 줄어든다. 또 그간 예외였던 실용서·초등 학습참고서도 할인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

20일 오전 9시 35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대체로 한산했다. 매장 직원 송모씨(여)는 “방송 뉴스를 보고 할인 도서를 찾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도 있지만 아무래도 오프라인 서점의 책들은 대체로 정가에 판매되다보니 도서정가제 하루 전이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은 ‘나의 베스트·나의 스테디’라는 코너를 곳곳에 두고 60~70여종의 도서를 정가의 30%~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책을 골라 계산대까지 가져가는 소비자는 드물었다.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온라인을 통한 도서 판매율은 이전에 비해 6~7% 신장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의 도서 판매율은 큰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한 달 평균 10권의 책을 구매한다는 직장인 신희준씨(43)는 “도서정가제가 사람들한테 주는 메시지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며 “도서정가제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국가의 역할이 대다수 국민들의 문화생활 저변을 확대해주고 이를 통해 정신 건강까지 돕는 것이라고 봤을 때 도서정가제가 과연 그 방향에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지하에 위치한 영풍문고 종로점은 앞서 다녀온 교보문고보다 조금 많은 소비자들이 책을 고르고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소비자들은 도서바구니 안에 5권에서 많게는 10권 이상의 책을 담고 계산대로 가져가는 등 도서정가제 전 마지막 할인 도서들을 챙기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대체로 차분했던 분위기의 오프라인 서점과는 달리 이날 오후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는 서버 폭주로 한동안 접속 중단 사태를 빚었다. 앞서 19일 오후에는 교보문고 홈페이지와 앱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SNS에 항의글을 올리기도 했다.

직장인 조모씨(27·여)는 “주변만 돌어봐도 도서정가제 전에 책을 사재기하는 친구들이 있더라”며 “개인적으로 책은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도서정가제 시행 전 이런 분위기는 좋지 않은 것 같다.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영균 교보문고 홍보팀 대리는 “도서정가제가 초반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안정화될 것이라 본다”며 “소비자들이 도서정가제 이후부터는 도서 가격의 할인가를 따지기 보단 질 좋은 콘텐츠를 고른다는 생각으로 책을 구매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는 21일부터 서점 등 유통사를 통한 도서 할인은 15%로 한정되지만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등이 별도로 제공하는 할인 혜택은 유효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런 부분들을 사전에 확인해 둔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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