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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돈 내고 버리느니 변기에…”

“음식물쓰레기, 돈 내고 버리느니 변기에…”

기사승인 2014. 11.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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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수관 막혀 피해 가정 급증
개인의 은밀한 행위 단속 어려워
변기
#1.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7년째 자취 생활을 하고 있는 김선택씨(30)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골치가 아프다. 지난해 7월부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화장실 변기를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변기에 대·소변과 함께 음식물을 흘려 보내면 굳이 종량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같은 생활을 1년이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20일 “지금까지 화장실 변기에 음식물을 버리면서 단 한 번도 막힌 적이 없었다”며 “휴지는 물론 대변까지 처리하는 효과가 있는데 뭐하러 내 돈 들여가며 납부필증을 구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변도 결국 음식물쓰레기가 아니냐”고 항변했다.

#2.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최근 게시판에 변기를 통해 이물질을 버리는 행위를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부착했다. 주민들이 몰래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는 물론 애완동물 대변, 톱밥 등으로 인해 배수관이 막혀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아파트 배수관은 수직으로 아랫층까지 이어지다 지하에서 직각으로 방향이 바뀌는 구조로 돼 있다. 직각 이음새 부분에 이물질이 쌓여 1·2층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전언이다.

공문
/사진=박정배 기자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돼 성분 분석을 통해 투기자를 밝히겠다고 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실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각 개인이 은밀하게 하는 행위인 만큼 일일이 각 가정을 조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85% 이상의 하수도가 폐수와 오물이 함께 지나가도록 설계돼 있다”며 “하수도 유속이 느려지면 자연스럽게 막힐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관계자는 “아파트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변기에 버릴 경우 오수정화조로 내려가서 처리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발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어차피 일일이 단속을 벌이지 않는 한 시민들이 양심적으로 음식물쓰레기 부피를 줄이거나 잘 분쇄해서 버리면 되지 않느냐”며 “눈에 보이지 않는 행위인 만큼, 단속을 통해 쓰이는 비용이 하수구 역류현상을 수리하는 비용보다 더 들어갈 텐데 방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선씨(57·여)는 “아들이 라면을 먹고 찌꺼기를 변기에 버리려고 해 호되게 야단을 쳤다”며 “아들은 ‘변기가 안 막히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지만 결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의식을 갖고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1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이후 전년 대비 배출량이 11%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제도 덕분인지 변기 덕분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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