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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아이슬란드, 제가 직접 마셔보겠습니다

미지의 아이슬란드, 제가 직접 마셔보겠습니다

기사승인 2014. 11.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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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하며 토킹하며]세계여행 - 아이슬란드 블루라군, 게이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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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빙하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에 처음 도착하게 되면 가장 생소한 것 중 한 가지는, 물이다.

빙하와 눈으로 유명한 청정 아이슬란드라 깔끔하고 시원한 물을 연상하겠지만 실제로 아이슬란드의 물은 방구 냄새가 난다...

따라서 처음 따뜻한 샤워를 하면 정말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아직도 기숙사 샤워실에서 처음 물을 틀었을 때를 생각하면 코에 유황냄새가 나는 것 같다.

물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금방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당연히 현지인도 여행객도 식수로 유황냄새나는 뜨거운 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단지 수도꼭지를 차가운 물 쪽으로 돌려 수도에서 바로 마시는데 맛은 생수보다는 무겁고 약수물이랑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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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사람들은 생수를 사 마실수도 있겠지만 나는 심지어 배 안에서도 돈이 아까워 화장실 수돗물을 마셨으나 아무런 탈이 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Iceland)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세계 각국의 학생들도 다 처음에는 물을 끓여 먹으려고 했으나 곧 포기했다고 전해왔다.

현지인들이 다 괜찮다고 해도 설거지도 하는 물을 갑자기 마시려면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다.

대만에서 온 여자아이 한 명만이 자신은 차가운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제나 찬 물을 받아 끓여 마시기도 했다.

반면 몸에 좋다며 뜨거운 물을 받았다가 몇 시간 동안 식혀서 마시는 일본인도 있었다.

아이슬란드관광국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수돗물은 지하수에서 바로 끌어와서 식수에 아주 적합하고 모든 국제기준을 통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은 지열온천(geothermal)수로 깊은 지하의 시추공을 통해 끌어온 물로 목욕, 세안과 세탁에 훌륭하단다. 단지 자연적인 유황냄새가 ‘약간’ 날 수 있으며 은 귀금속이 변색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이러한 유황냄새를 더욱 더 강력하게 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열수와 수증기가 주기적으로 분출되는 지열지대인 ‘게이시르(Geysi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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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와 더불어 유황냄새가 올라오는 게이시르. 출처=/위키미디어, Simisa
게이시르는 아이슬란드 최대의 간헐천을 가리키는 지명(The great geyser)이자 ‘분출하다’는 뜻의 동사로 영어는 물론 전 세계에서 ‘geysir, geyser’가 그대로 ‘간헐천’이라는 의미로 굳어졌다.

게이시르 지열지대의 지하온도는 약 250℃며 약 10분 간격으로 80~100℃에 이르는 온천수를 뿜어낸다. 큰 간헐천에서는 현재도 최대 60~80m 높이로 분출된다. 1800년대에는 솟아오르는 물 높이가 1000m도 넘었다는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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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게이시르. 솟아오르는 지열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Ragnar Th. Sigurdsson
이러한 유황냄새가 또 진하게 나는 유명관광지가 ‘블루라군(Blue Lagoon)’이다. (아, 영화 ‘블루라군’의 촬영지는 피지 섬 중 하나로 아이슬란드의 블루라군은 뜨겁고 하얀 물이 있는 지열(geothermal) 스파다. 블루라군이란 이름의 관광명소는 라오스를 비롯해 꽤 여러군데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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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블루라군. 바위 근처에 하얗게 낀 것이 실리카가 주성분인 머드로 입수한 사람들이 여기서 진흙을 바로 떼어내 얼굴에 팩을 한다. 사진=/Jeff Sheldon
세계 최고의 노천온천이라 불리는 블루라군은 사실 천연 온천이 아니라 옆에 있는 지열발전소로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다.

2000m 깊이 지하에서 담수와 해수가 섞인 온천수가 지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실리카와 미네랄이 듬뿍 함유돼 피부에 무척 좋다고 한다.

블루라군의 또 다른 의외의 사실은 ‘블루’ 라군인데도 불구하고 물 빛깔이 우유색에 가깝다는 것이다. 물속의 실리카가 햇빛에 반사되면서 햇살이 좋을수록 푸른색을 띠기는 하지만 보통 우유에 푸른 물감을 떨어뜨린 정도의 느낌이다. 컵에 담거나 손에 떠보면 완전히 뽀얀 우유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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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본 블루라군. 사진=/Ragnar Th. Sigurdsson
바닥과 주위에는 팩으로도 쓰는 실리카 성분의 하얀색 머드가 깔려 있고 물도 불투명해서 마치 점도가 높은 우유 혹은 푸딩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평범한 성분의 물이 아니니만큼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올리고 헤어팩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블루라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물에 들어가고 나갈 때 모두 컨디셔너를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는데 나는 이 사실을 미처 몰라 머리카락이 오래된 빗자루마냥 딱딱해지는 경험을 해야 했다.

홈페이지에서는 머리카락을 손상시키지 않는다고는 하나 내 굳어버린 머리카락은 거의 복구되지 않았다.

뜨거운 수돗물과 마찬가지로 물속에서 보석류를 하지 않을 것도 중요한 주의점이다.

◇여행 팁
아이슬란드의 남서쪽에 위치한 블루라군은 케플라빅 국제공항에서 약 20㎞ 떨어졌고(차로 20분 소요) 레이캬빅 시내에서는 약 50㎞ 거리다. 공항에서 바로 가기도 좋은 위치다.

블루라군은 아이슬란드를 찾는 관광객의 90%가 찾는 관광지라 예약은 해야 하지만 그래도 레이캬빅 시내와 케플라빅 공항에서 정기적으로 버스가 다닌다. (http://www.bluelagoon.com/transportation-schedule/)

하지만 보통 아이슬란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아 대개 현지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혹은 교통편만 예약하거나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짜투리 이야기
내가 아는 한 미국인 학생 커플은 비수기에 아이슬란드 전역을 돌며 내내 히치하이크만 하고 다닌 사례가 있기는 하다. 패키지로 쉽게 예약하는 몇몇 유명 관광지가 아닌 이상 자신이 직접 운전해서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거의 모든 길이 정말 인적이 드물고 당시 추운 봄이었던지라 금발 여자애가 먼저 나서서 차를 잡으면 그냥 지나가는 차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일단 차가 멈추고 사정을이야기한 후 숨어있던 남자아이가 나오는 방법을 둘을 고수했다.

그러나 그들도 차가 안잡히면 그냥 텐트를 치고 노숙을 했기 때문에 서바이벌이 자신있는 사람에게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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