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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 개혁정신 되새기며 광교산 자락을 걷다

조광조 개혁정신 되새기며 광교산 자락을 걷다

기사승인 2014.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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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원의 이야기가 있는 걷기(99) - 용인 산너울길
‘용인 너울길’은 경기도 용인시가 조성한 트래킹코스다. 용인의 나지막한 산이 마치 물결처럼 보이는 모습에서 착안한 명칭으로 관광지 및 문화유적지, 등산로, 공원 등을 연결해 역사와 문화, 자연생태를 어우르는 명품 산책 공간으로 조성했다.

너울길은 광교산 너울길, 용인 문수봉·성지순례 너울길, 구봉산 너울길, 부아산(負兒山) 너울길, 민속촌 너울길, 대지산 너울길 등 6개 코스가 있다.

이중 1코스 광교산 너울길은 ‘산너울길’이라고도 한다.

심곡서원 - 조광조 선생묘 - 매봉약수터 - 천년약수터 - 서봉사지 - 법륜사 - 손골성지에 이르는 10.8km 구간이다. 절반 정도는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에서 해발 582m 광교산(光敎山)을 오르는 등산로와 일치하고, 다른 코스들보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오늘은 이 산너울길을 따라가다가 광교산 형제봉(448m)을 오르기로 했다.

수도권전철 1호선 수원역에서 7번, 7-2번, 60번, 660번, 720-2번 버스를 타고 상현교차로에서 내린다. 큰 길을 건너면 산기슭에 조광조(趙光祖) 선생 묘가 있다.

용인 산너울길1
조광조 선생 묘
선생의 호는 정암(靜庵), 시호는 문정(文正)이다. 무오사화로 유배 중인 김굉필(金宏弼)에게 수학했고, 중종 때 성균관 유생들을 중심으로 한 사림파의 절대적 지지를 바탕으로 도학정치를 기치로 개혁의 선봉에 섰다.

정몽주 선생의 문묘 종사, 여씨향약(呂氏鄕約) 간행, 현량과(賢良科) 실시, 소격서(昭格署) 폐지 등 급진적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반정공신을 중심으로 하는 홍경주·남곤·심정 등 훈구파의 반격에 밀려 유배됐다가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 이것이 바로 기묘사화(己卯士禍)다. 그러나 결국 사림파가 승리, 선조 때 신원되어 영의정에 추증되고 문묘에 종사됐으며, 전국의 많은 서원과 사당에 제향됐다.

선생의 묘소는 정경부인으로 추증된 이씨 부인과의 합장묘다. 묘 앞에는 대리석 비석과 평상석·향로석, 좌우에는 망주석·문인석 등이 있다.

묘역 입구에 있는 신도비는 선조 18년 건립된 것으로 높이 244㎝, 폭 93㎝, 두께 34㎝의 대형 대리석 비석이다. 비 앞면 상단에는 ‘문정공 정암 조선생 신도비명’이라 쓰여 있다.

묘역 앞에서 길을 건너 조금 가면 오른쪽으로 심곡서원(深谷書院) 들어가는 길이 있다.

용인 산너울길2
심곡서원
심곡서원은 조광조 선생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효종 원년(1650년) 처음 설립됐으며 설립과 동시에 ‘심곡’이라는 사액을 받았다. 이 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 당시에도 존속한 47개 서원 중 하나다.

산너울길은 심곡서원을 출발, 조광조 선생묘 우측 등산로 입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금 오르니 돌무더기 속에 ‘산너울 1길’ 표지판이 보여 반갑다. 곧이어 나무 기둥에 붙어 있는 표지판의 매봉약수터 방향으로 간다.

철조망(鐵條網) 옆으로 좁은 산길이 나 있다. 주말에도 사람이 별로 없는 호젓한 길이다.

대형 나무 안내판 앞을 지나 낙엽 쌓인 철조망 옆 산길을 계속 오르니 문득 넓은 길이 나타난다. 이제까지의 좁은 산길과 비교하면 대로 수준이다. 하지만 군부대 문 앞을 지나면 길은 다시 좁아진다.

얼마 후 반가운 약수터가 나타난다. 매봉 약수(藥水)터다.

매봉약수터에서 이어지는 길도 비교적 넓고 평탄하다. 소나무 등 침엽수와 활엽수들이 어우러진 숲길은 낙엽이 잔뜩 쌓여 늦가을과 초겨울의 정취가 완연하다.

용인 산너울길3
용인 산너울길
이윽고 ‘버들치고개’에 도착했다.

이 고개에서 산너울길은 ‘수원둘레길’과 만난다. 수원둘레길은 수원시의 대표 트래킹 코스인 ‘수원 팔색길’ 중 여섯 번째 코스인 육색(六色) 길이다. 수원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이은 총 거리 60.4km의 긴 등산로다.

다시 길을 따라 간다. 가끔씩 용인-서울 고속도로와 광교신도시가 조망된다.

힘든지도 모르게 계속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길이 계속돼 지루함을 느낄 때 쯤, 천년약수(千年藥水)터에 도착한다.

용인시 성복동에 있는 천년약수터는 수백 년 전부터 샘물이 지표로 솟아 올라 많은 인근 주민들이 애용해 왔고 광교산의 여러 약수터 중 수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매봉약수터는 한 수로에서만 물이 졸졸 나오는데, 여기는 3개 관로에서 수량도 제법 많다.

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약수터 옆으로 가파른 등산로가 나 있다.

여기서 산너울길은 우회전해 서봉사지와 법륜사(法輪寺)를 거쳐 천주교 손골성지로 이어진다. 또 수원둘레길은 막걸리를 파는 노점 앞에서 좌회전, 수원과 용인 시계를 지나 계속된다.

하지만 가운데 등산로를 따라간다. 바로 형제봉 가는 등산로다.

이의동 갈림길에서 백년수 정상을 거쳐 형제봉(兄弟峰)으로 향한다. 문득 길 양 옆으로 쌓아 놓은 돌무더기가 보인다. 한국전쟁 때의 국군 전사자 유해를 발굴한 곳이라는 표시다. 국난을 당해 조국을 위해 한 목숨 바친 호국영령들의 넋을 잠시 기려 본다.

곧 형제봉 데크 등산로가 보인다. 380개의 계단이 이어지는 곳이다.

계단 길을 가뿐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또 올랐다. 계단이 끝나고 조금 더 가니, 밧줄 두 개가 드리워진 가파른 암릉길이 나타난다. 이런 구간이 한 두 곳 쯤 있어야 산행의 재미가 있다.

암릉을 오르니 사방의 시야가 확 트이면서 수원과 용인 시내가 한 눈에 조망된다.

용인 산너울길7
형제봉에서 내려다 본 수원시내
만추의 광교산은 붉은 단풍 대신 빛 바랜 누런 색깔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소나무 아래로 수원시내의 아파트 밀집지대가 손에 잡힐 듯하다.

형제봉은 여기서 지척인데 조망은 훨씬 못하다.

벌써 짧은 늦가을 해가 저물 조짐이다. 정상인 시루봉으로 가지 못하고 온 길을 되돌아 가다가, 백년수(百年水) 정상에서 오른쪽 수원 방향으로 하산한다.

백년수 약수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내처 내려가니, 산기슭에는 아직 단풍 색깔이 선명하다.

영동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통과해 계속 하산하면 문암골(하광교동)이 나온다. 여기서 광교저수지(光敎貯水池)와 만나고, 저수지 옆길을 따라 내려가 방죽 앞을 지나 버스정류장에서 13번, 13-3번 버스를 타면 수원역으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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