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조용히’지식 전하는 SK그룹 장학사업 사연은?

[취재뒷담화]‘조용히’지식 전하는 SK그룹 장학사업 사연은?

기사승인 2014. 11. 25.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리선2
기업이 운영하는 장학 재단은 대표적인 사회환원 활동으로 꼽힌다.

최근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과 더불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 척도로 자리잡으면서 장학 사업은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SK그룹의 장학 사업은 ‘공개형’보다는 ‘은둔형’에 가깝다. SK의 비영리법인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진행하는 장학 사업이나 관련 행사에 대한 언론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대외 홍보 활동에 인색하다는 느낌이다.

최근 취재차 재단이 마련한 청소년 멘토 특강 프로그램 ‘드림렉처’ 행사장을 찾았을 때 재단 관계자는 “이 행사를 어떻게 알고 취재 왔느냐”고 놀라서 반문했을 정도다.

장학사업은 일반적으로 설립자의 아호나 기업명을 앞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재단명에도 기업 관련 정보가 없다. 그러다보니 SK산하 비영리 공익법인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드림렉처’ 강의에 참가한 고교생들조차 재단에 대해 알지 못했다. 몇몇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재단이 하는 일은커녕, 재단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는 대답이 다수였다.

행사를 개최한 재단 측은 아쉬울 법도 하겠지만 “선대 회장의 뜻을 기려 순수하게 학자를 양성하는 데에 충실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재단이 ‘소리 소문 없이’ 장학사업을 펼치는 배경에는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의 철학이 깔려 있다. 장학생들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공익적 목표만을 추구해 온 그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선대회장은 국가 발전을 위해 세계 수준의 학자 배출이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1974년 사재 5440만원을 털어 한국고등교육 재단을 설립했다. 그의 인재 양성 철학은 40여년 간 후원해왔던 ‘장학퀴즈’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장학퀴즈의 시청률 조사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장학사업은 장학생이 해당 업체에 취업하거나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홍보 활동 등을 의무 조건으로 내세우지만, 한국고등교육재단의 경우 조건이나 의무는 일체 없다. 실제 재단 출신 장학생들이 SK그룹에 몸담은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이는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SK에 머물지 말고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재단의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했던 대학생들은 어느덧 교수가 되고, 연구원이 됐다. 그동안 하버드·MIT·예일대 등 세계 유명대학원에서 620명의 박사학위 취득자를 배출했다.

SK가 40년간 조용히 펼쳐온 인재 양성은 세대 간 ‘지식 나눔’의 다리가 되고 있다. 지금껏 재단이 배출한 각 분야의 석학들은 자발적으로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장학사업은 일회성 사업이 아닌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인재 양성 사업이다. 최단 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이 아닌 만큼, 후원기업 입장에서는 틈틈이 홍보할 필요성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SK의 조용한 장학 사업에 더욱 눈길이 간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