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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性)지 종묘공원] “사촌동생이 ‘성 병원’ 원장?… 비아그라 팔려고 거짓말까지

[노인의 성(性)지 종묘공원] “사촌동생이 ‘성 병원’ 원장?… 비아그라 팔려고 거짓말까지

기사승인 2014. 1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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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발기부전치료제 불법 판매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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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 내부에 있는 계단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약 필요하다고 했나? 이 아줌마 따라가. 싸게 잘 해줄 거야.”

지난 24일 오후 1시께 한 노인이 직접 데려온 중년의 여성은 종로3가역 주변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낡은 건물 입구로 기자를 안내했다.

“얼마 생각하고 왔어? 비아그라 정품이야. 2만원만 줘.”

판매 여성은 조심스럽게 크로스백에 담긴 주머니에서 발기부전치료제 통을 꺼내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약국에서 산다고 생각해봐. 병원 가서 처방전 떼 와야지. 병원비에 약값에 못해도 5만원이야. 이런 기회가 어디 있어?”라고 덧붙였다.

신빙성이 없는 이 여성의 말에 기자는 “누가 정품을 2만원 받고 팔아요? 아줌마, 이거 어디서 가져왔기에 그렇게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거요?”라고 물었다.

판매 여성은 “이 사람아, 내 사촌 동생이 성 병원 원장이야. 그 친구한테 잘 얘기하면 공짜로 얻어올 수 있어. 병원에서 직접 가져온 거니까 내 말 믿어. 아까 나 데리고 온 그 노인네도 내 단골이야”라고 대답했다.

이에 기자는 “그럼 차라리 그 원장이라는 양반한테 직접 삽시다. 이것도 아줌마와 인연인데 불쌍한 청년 구제한다고 생각하고 원장 선생님 소개시켜 줘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젊은 사람이 뭐 이렇게 따지는 게 많아? 안 살 거면 집어 치워. 별꼴 다 보겠네”라며 종로3가역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2만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으로 정품이라 속이는 것도 모자라 ‘성 병원’이라는 어설픈 단어까지 써가며 노인을 현혹하는 씁쓸한 발기부전치료제 불법 판매 실상이었다.

앞서 판매 여성을 데리고 온 노인은 기자가 “종로3가역에서 아줌마들이 비아그라 판매한다는데 혹시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어본 인물이다. 그 노인은 당초 “나는 그런 것 모른다”며 “25년 동안 여기 놀러오고 있지만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고객을 가장해 역사 안을 서성이자 판매 여성을 직접 데리고 다시 나타난 것. 그 여성과의 거래가 불발된 후 종로3가역에서 그 노인을 다시 찾았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시 찾은 역에서는 이미 기자의 눈에 낯이 익은 판매 여성 10여명이 노인 고객을 찾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은 “단속때문에 워낙 은밀하게 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팀 = 이철현 정세진 박정배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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