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간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성수제 부장판사)는 28일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박모 경감(36)에 대해 징역 9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9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경감의 증거인멸 행위는 그 자체로 국가 사법 기능에 해를 가하는 것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박 경감의 직책과 증거인멸 시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공정 수사에 대한 기대를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삭제 프로그램을 실행한 시간이 비교적 짧고, 삭제된 증거도 광범위하지 않다”며 “관련자에 대한 수사 등으로 사건의 실체 확인이 어느 정도 이뤄진 점, 조직적·계획적으로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는 점, 성실하게 경찰로 복무해 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의 실형 유지는 가혹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경감은 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5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서울경찰청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업무용 컴퓨터의 파일을 영원히 복구하지 못하도록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