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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문제… 가장 중요한 건 ‘히어링’

[취재뒷담화]삼성전자 백혈병 보상 문제… 가장 중요한 건 ‘히어링’

기사승인 2014. 12. 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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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측 황상기 씨가 18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1차 조정위원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간 삼성 백혈병 문제를 두고 교첩 주체 간 히어링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일 것이다.”

20일 한 학계 관계자는 최근 재개한 삼성 직업병 문제 협상에 대해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등 교섭 주체들이 앞서 18일 조정위원회의를 거치면서 협상에 들어간 터였습니다.

이번 조정위원회의가 주목을 끄는 건 협상이 두 달 만에 재개됐기 때문입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첫 공식 사과하면서 협상은 급물살을 탔지만, 교섭 주체 간 불협화음으로 파행을 겪었습니다.

조정위 구성을 둘러싼 가족위와 반올림 간 의견 조율 실패가 그렇습니다. 반올림은 10월 조정위가 공정한 제3의 중재기구 역할이 아닌 삼성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단독 협상’을 고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삼성전자-반올림’에서 ‘삼성전자-가족위-반올림’으로 협상 주체들이 쪼개졌지요. 피해자 8명 중 6명이 가족위를 구성해 일단 조정기구를 통해 우선협상을 하겠다는 의지였지만, 반올림 측은 피해자외 산재 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등 강경 일변도를 걸었습니다.

조정위 설치를 두고도 잡음이 생겼습니다. 가족위가 김지형 변호사를 조정위원장으로 선출했을 당시 삼성 측은 지나치게 진보적인 성향의 인사라며 곤란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조정위원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지요.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는 ‘스피킹’은 있었지만 상대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하려는 ‘히어링’이 부족했던 탓에, 애초 기대와 달리 교섭이 지지부진하고 장기화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사안의 의제가 ‘사과·대책·보상’이라 서로 간 양보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마치 국가 간 외교 협상을 하듯 각자 유리한 상황만 점하려고 한 결과입니다.

이제라도 조정위를 통해 다시 협상이 들어갔으니, 원만한 합의점을 찾길 기대합니다. 특히 조정위가 히어링을 강조하는 ‘청문절차’를 진행한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요.

교섭주체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제안을 하고 이를 토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청문 절차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겠지만 교섭 주체들의 입장을 비교적 공평하게 반영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위해선 상대를 설득하는 탄탄한 논리 보다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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