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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방 어땠어?] 노력의 질과 양이 달랐던 ‘미생’, 시청률 이상의 4가지 수확

[막방 어땠어?] 노력의 질과 양이 달랐던 ‘미생’, 시청률 이상의 4가지 수확

기사승인 2014. 12. 2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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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8인 공식포스터
미생 종영
‘미생’이 끊임없이 ‘완생’을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20회(마지막 회)에서는 새로운 회사에서 다시 뭉친 영업 3팀 장그래(임시완)·오상식(이성민)·김동식(김대명)의 모습이 그려졌다.

오상식 차장이 떠난 영업 3팀은 다시 차츰 안정돼 갔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2년 계약직 사원인 장그래가 원인터내셔널을 떠나야 할 날이 다가왔다. 장그래의 동기 안영이(강소라)·장백기(강하늘)·한석율(변요한)은 장그래가 올린 실적을 포트폴리오로 만들고 사내 인트라넷에 그의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는 등, 장그래가 회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동기들뿐만이 아니었다. 늘 장그래의 편에 섰던 김동식 대리·천과장(박해준)·선차장(신은정)은 물론, 쌀쌀맞고 냉정하게만 느껴졌던 강대리(오민석)와 하대리(전석호)까지도 장그래의 정규직 전환을 응원했다. 본사에서도 실적이 좋은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공고를 내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진 않았다. 장그래 주변 모든 선배와 동료들의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그래는 정규직 사원이 되지 못했다. 김대리와 천과장, 선차장 등은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장그래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띠며 회사를 떠났다.

이후 영어와 중국어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장그래 앞에 오차장이 불시에 찾아왔다. 앞서 원인터내셔널을 나간 김부련 부장(김종수)와 새로운 회사 이상네트웍스를 차린 오차장은 장그래에게 입사를 권했고, 장그래는 이상네트웍스에서 새로운 ‘상사맨’의 삶을 살게 됐다.

천과장은 원인터내셔널에 남았지만, 김대리는 이상네트웍스에 합류했다. 경력직 공고를 보고 사무실을 찾아와 낙하산 채용을 강요한 것. 다시 만난 영업 3팀의 세 사람은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이상네트워크의 장그래는 실력과 패기, 그리고 여유로움까지 갖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을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낸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드라마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0월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 속에서 ‘미생’이 첫 방송됐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드라마 ‘미생’은 8%(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가구 기준)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켰다.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던 드라마 시장에 모처럼의 킬러 콘텐츠가 등장한 것.

하지만 ‘미생’을 단순히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했기 때문에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미생’은 드라마 시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수치로 드러나는 성적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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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임시완(위부터), 이성민, 김대명/사진=CJ E&M
1. ‘막장’ ‘러브라인’ ‘출생의 비밀’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출생 관계, 꼬일 대로 꼬인 러브라인, 불륜과 복수까지. 안방극장에서 잘 나간다 하는 드라마들은 대개 자극적인 소재와 극단적인 전개로 이뤄진,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들이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은 그런 막장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용이하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선 앞서 언급한 설정들이 필수적인 요소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간혹 ‘청정 드라마’ ‘착한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엇갈리는 러브라인은 반드시 존재해 왔다.

하지만 ‘미생’에서는 드라마 속 필수 공식처럼 여겨지는 요소들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미생’은 회사를 배경으로 철저히 회사원들의 이야기만을 다뤘다. 직장 생활 경험을 지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생’ 속 인물들이 느끼는 행복과 슬픔, 갈등은 모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이처럼 ‘미생’은 드라마에 반드시 필요한 흥행 공식은 없다는 것, 자극적이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좋은 스토리만으로 얼마든지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2. ‘톱스타’보다는 ‘진짜 배우’들이 만나야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미생’에서는 장그래 역의 임시완을 제외하고는 자타가 공인할 만큼 커다란 팬덤을 지닌 배우가 없다. 많은 드라마들이 흥행을 위해 팬덤이 탄탄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 섭외하기도 하지만, 임시완은 ‘발 연기’ 논란을 빚는 일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과 달리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성민과 강소라 역시 대중적 인지도는 임시완 못지않다. 하지만 오랜 시간 연극 무대에 오른 이성민의 연기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러브라인이나 막장 요소가 없어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강소라의 진정성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 외의 배우들은 어떨까. 김대명·박해준·강하늘·변요한·오민석·전석호·신은정·태인호 등 대부분의 배우들이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잘 모르겠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연극·뮤지컬·영화 등을 통해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온 알짜배기들이기도 하다.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나무랄 데 없는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이 보다 깊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고, 결국 ‘미생’은 흥행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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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강소라(위부터), 강하늘, 변요한/사진=CJ E&M
3. ‘각색의 힘’,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

만화나 해외 드라마 등의 원작이 따로 있는 드라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인기 작품을 리메이크할 경우 그 화제성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고, 원작의 팬들을 드라마의 시청자로 끌어들이기도 용이하다.

하지만 인기가 입증된 작품을 드라마화한다고 해서 흥행성이 보장되던 시대는 이미 갔다. 실제로 무턱대고 리메이크에 도전했다가 참패를 당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반면 ‘미생’은 원작의 분위기와 주요 에피소드,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각 인물들의 특징을 더욱 부각하거나 갈등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을 첨가함으로써 기존 팬들과 원작을 모르는 새로운 시청자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각색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정윤정 작가와 김원석 PD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최고의 명대사로 꼽는 “내일 봅시다”, 장그래가 멀게만 느껴졌던 오차장에게 마음을 열게 된 한 마디 “우리 애라고 하셨다”, 계약직 사원이 된 장그래를 격려하는 오차장이 말한 “우린 모두 미생이야” 등의 주옥같은 대사들도 모두 원작에는 없지만 섬세한 각색을 통해 탄생한 것이었다.

4. 이 시대의 모든 ‘미생’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

바둑에서 ‘미생’은 완전히 죽지는 않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하지 않은 돌을 의미한다. “우린 모두 미생이야”라는 오차장은 드라마 속 인물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완전하게 살지는 못하는, 하지만 완전한 삶(완생)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들인 것이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 장그래는 비정규직으로 온갖 설움을 당한 데다 결국에는 정규직 사원도 되지 못했지만 낙심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의 말마따나 ‘질과 양이 다른 노력’을 보여줬고, 그 결과 그가 꿈꾸던 ‘상사맨’으로서의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정규직이 되는 것만이 ‘완생’이 되는 길이 아님을 보여준 셈이다.

각기 다른 형태로 상사들과 갈등을 겪던 안영이·장백기·한석율도 각기 다른 길을 찾아 갈등을 해결하고 조금씩 성장해갔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힘들어하던 선차장도 동료와 후배들의 격려로 다시 한 번 일어섰고, 오차장과 김대리 역시 새로운 길을 찾으며 또 다른 시작을 알렸다.

‘미생’에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인물도, 여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천재적인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이기에, 그들이 각자 완생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더 깊이 와 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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