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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해산과 의원직 상실…국회·대법원·헌재의 역학관계

정당해산과 의원직 상실…국회·대법원·헌재의 역학관계

기사승인 2014. 12. 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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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민주적 정당성 약해도 헌법사항에 대한 최종 해석기관”
'근조 민주주의'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한국진보연대 주최로 열린 ‘민주수호 국민대회’에서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결정된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지도부가 ‘근조 민주주의’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기 당대표 후보, 이 전 대표, 오병윤 전 의원. /사진=뉴시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헌재가 법무부의 청구취지에 따라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을 함께 선고한 것을 놓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헌법·헌재법·공선법·정당법 어디에도 규정 없어 문제

논란의 발단은 법에 규정이 없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즉 위헌정당해산에 관한 헌법, 헌법재판소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어디에도 해산된 정당 소속의원의 자격에 관한 내용이 없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줄곧 의견이 대립돼왔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어느 누구의 지시나 구속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국민을 대표한다는 ‘자유위임의 원칙’이나 ‘대의제원리’를 중시하게 되면 정당의 해산 여부와 상관없이 국회의원직은 유지돼야 한다.

반면 현대국가의 정당제 민주주의 속성을 고려하고,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에 입각하면 위헌정당해산의 실질적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소속 의원의 의원직은 당연히 상실돼야 한다. 이번 헌재 결정에서도 이 점이 가장 중요한 논거가 됐다.

연혁적으로는 과거 3공화국 헌법(1963년 시행) 38조에서 소속정당이 해산되면 국회의원의 자격이 당연 상실되도록 명문화한 적이 있다. 독일의 경우 명문규정이 없을 때 연방헌법재판소가 해산된 정당소속 의원의 의원직(비례대표, 지역구 모두) 상실을 결정했으며, 현재는 연방선거법에 명문화돼있다.

◇민주적 정당성 취약한 헌재…법이 없으면 결정 못한다?

의원직 상실에 대한 헌재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헌재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한다. 즉 법에도 없는 사항을 멋대로 결정했으니 스스로 입법권을 행사한 셈이라고 비난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민주적 정당성’이다. 이 점에서 국민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국회가 가장 상위에 있다. 헌재는 그 구성의 측면에서 대법원보다도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하다.

대법관이나 헌재재판관 모두 대통령이 임명권자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모든 대법관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수적인데 반해 헌재재판관의 경우 헌재소장만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된다.

게다가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을 제외한 나머지 6명 중 3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고 3명을 대법원장이 지명한다는 점에서도 헌재가 국민의 정확한 의사를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헌재가 해산 정당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주장은 헌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유력하다.

22일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장은 “과거 ‘행정수도이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법 조항이 없다고 해서 헌재가 결정을 못 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헌법적 사항에 대해서는 최고 헌법 해석기관인 헌재가 헌법해석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상실 통진당 의원 행정법원에 제소…‘어불성설’

헌재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한 통진당 소속 의원 5명은 서울행정법원에 헌재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신청하고 국회의원 지위를 확인하는 소송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원이 헌재의 결정에 대해 효력을 정지하거나, 결과를 뒤집는 판결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과거 대법원과 헌재가 갈등을 겪던 시절,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판결을 계속 내려 헌재가 그 판결 자체를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어디까지나 헌법적 사항에 관한 내용인 만큼 법원이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김 학장은 “만약 법원이 헌재가 결정한 것을 가처분으로 정지시킨다면 이는 행정법원이 헌법심보다 더 상위에 있는 초헌법심이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의원들 역시 소송 결과를 떠나 내년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시 회복하는 한 방편으로 법정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 ‘퇴직’ 결정…공선법 192조 4항 따른 조치

한편,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 광역의원 3명과 비례대표 기초의원 3명 등 총 6명의 지방의원에 대해 ‘퇴직’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는 다만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당 소속 지역구 기초의원 31명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선관위는 이번 결정의 법적 근거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이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외의 사유로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2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국회법 또는 지방자치법 규정에 불구하고 퇴직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을 들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해당 법조항에서의 ‘해산’은 어디까지나 자진해산의 경우를 의미하기 때문에 위헌정당 해산결정에 따라 해산된 정당 소속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은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결정이 선고된 때부터 그 직에서 퇴직된다고 결정한 것”이라며 “지역구 기초의원은 선관위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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