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 강자 만들겠다’...현대차의 꿈, 주사위는 던져졌다

제값 받기 잇는 현대·기아차 차세대 전략은 ‘고성능차량’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부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이 고성능 모터스포츠 강자 자리를 넘보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기아차가 독일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57)을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한 것은 정 부회장의 이러한 야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는 2006년 아우디 총괄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기아차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 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부임 직후부터 현대·기아차를 “모터스포츠 강자로 만들겠다”며 고성능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해왔다.

2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비어만 부사장은 내년 4월부터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근무하며 고성능차 개발과 함께 주행·안전·내구성·소음진동·차량시스템개발 등을 총괄한다.

비어만 부사장의 현대·기아차 근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1983년 BMW그룹에 입사한 후 줄곧 고성능차에 대한 모든 것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고성능차의 개발은 차량의 성능을 극대화시키는 모터스포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 각별히 신경을 썼을 가능성도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이 꿈꿨던 ‘모터스포츠 활성화’가 비어만 부사장 영입을 통해 실현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간 정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모터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읽을 수 있다.

모터스포츠는 비포장도로·아스팔트·눈길 등을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특성상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현대차는 ‘연 1000억원 가까운 투자비에 비해 효과가 적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2000년대 초반 모터스포츠 사업에서 철수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모터스포츠 참가를 독려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2년 파리 모터쇼에서 i20 경주차를 전시하면서 모터스포츠에 다시 참여한 현대차는 지난해 독일에 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했다. 또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전문가 등을 영입하면서 차량개발 능력도 강화시켰다.

현대·기아차는 모터스포츠 참가를 통해 고성능 이미지를 더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모터스포츠 등의 활동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을 향후 개발될 양산차에도 반영해 기술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이번 비어만 부사장 영입이 현대·기아차의 향후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엔저와 내수 부진 등으로 성장에 정체를 겪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기때 마다 현대·기아차는 활로를 모색했고 ‘글로벌 진출-상품성 업그레이드-디자인 강화-제값 받기’를 이을 차세대 전략으로 ‘고성능차량 개발 강화’를 제시한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고성능 및 초고성능 차량 분야의 연구개발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i20 WRC 랠리카가 독일 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다./제공 =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