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튀니지, 에셉시 새 대통령 당선...과거 권위주의 체제 회귀하나?

튀니지, 에셉시 새 대통령 당선...과거 권위주의 체제 회귀하나?

기사승인 2014. 12. 23. 07:26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TUNIS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 후보 출처=/유튜브 캡쳐
튀니지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베지 카이드 에셉시의 당선이 22일 확정되자 과거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에셉시는 세속주의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를 이끌고 지난 10월 총선에서 승리한 구정권의 대표 인사로 꼽히고 있으며,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튀니지의 첫 대통령 하비브 부르기바가 30여년 간 장기 집권할 당시 내무장관, 외무장관을 포함해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직을 맡았다. ‘아랍의 봄’ 여파로 2011년 권좌에서 물러난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 체제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다.

그와 대권 경쟁을 벌인 반체제 인사 출신의 몬세프 마르주키는 “에셉시가 튀니지를 벤 알리의 권위주의 체제로 되돌리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번 에셉시의 당선으로 세속주의 세력과 이슬람주의자 간 갈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튀니지 정치 분석가인 필립 스택은 “튀니지 대선은 세속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의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하며 “니다투니스가 실업과 지방의 빈곤 문제 해결과 같은 공약을 실천하는 데 실패한다면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의 대결 구도의 위험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에셉시의 당선이 발표된 직후 튀니지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수백명이 그의 당선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시민혁명 이후 급부상한 이슬람주의 세력에 맞설 유일한 세속주의 성향의 지도자로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슬람주의 정권에 반감을 보인 국민 정서 탓에 반사 이익을 본 측면도 있는 셈이다.

튀니지는 인구 1000만명 중 98%가 이슬람교도이지만 자유로운 사회정책과 서양식의 생활 방식으로 다른 아랍국가와는 다르게 세속주의 성향이 강하다. 튀니지는 다른 아랍권과 달리 낙태가 합법이며 일부다처제는 불법이다. 여성들은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와인과 맥주 등 주류도 슈퍼마켓과 바에서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

벤 알리는 독재자였지만 일부다처제를 금지하고 남성과 여성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등 이슬람 국가에서는 드물게 여성의 인권신장에 도움을 준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이런 탓에 독재 정권 체제에서도 세속주의적 전통이 자연스럽게 튀니지에 뿌리내렸으며, 세속주의 성향의 시민단체, 노동단체가 벤 알리 정권이 붕괴하고 나서 집권한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와 자주 대립각을 세운 것도 이러한 배경이 한몫했다.

에셉시는 이런 흐름 속에 2012년 니다투니스를 창당한 뒤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와 급진 이슬람 세력에 대항하고 온건주의를 위해 싸우겠다고 강조하며 유세 기간 ‘안정’과 ‘경륜’을 강조했다.

그는 튀니지의 좌파 운동가와 노동조합, 엘리트 계층, 질서 있는 국가와 사회를 바라는 시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부유층이 몰려 있는 튀니지 북부와 해안 도시에서도 그의 인기가 높다.

니다투니스는 지난 10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약 38%에 해당하는 85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다. 집권 여당이었던 엔나흐다는 68석(약 31%)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그는 구정권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의 대선 승리가 ‘구정권의 회귀’를 의미한다는 비판론자의 의견을 반박해 왔고 자신은 지난 3년간의 혼란 끝에 튀니지가 요구하는 ‘기술 관료’임을 강조해 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