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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등 가석방 필요성 대두…실리 추구해야

최태원 회장 등 가석방 필요성 대두…실리 추구해야

기사승인 2014. 12. 2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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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가석방 요건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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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치권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제인을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흘러나오면서 해당 기업들이 내심 기대를 했지만 최근 사회적분위기 탓인지 성탄절 특사에서 기업인은 빠졌다.

정부가 지난 24일 모범수 614명에 대해 성탄절 기념 가석방을 단행했다. 그러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가석방시 기업인을 역차별하지 않겠다’고 발언하면서 귀추가 주목됐던 SK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이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설이나 3·1절에 기업인 가석방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기업들의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가석방 요건이 되는 기업인은 경제살리기를 떠나서도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며 “일반인들도 모범수에 대해서는 사면을 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역차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 내년 1월 31일이면 4년 형기의 절반을 채운다. 현행 형법 상 형기의 3분의 1 이상인 법적 요건은 충족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당정 수뇌부들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 가석방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4일 기자들에게 “기업인들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빠르면 빠를수록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이런 뜻을) 전달할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도 정치권의 이 같은 가석방 논의가 내심 반갑지만 대놓고 기대감을 표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으로 반재벌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구속 수감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킨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절반 가까이 복역 중이다. 오는 12월 31일이면 수감 700일째가 된다.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우는 셈이다.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초다. 동생인 최 부회장도 징역 3년 6월을 받아 수감 중이며 이미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웠다.

최 회장은 그동안 옥중에서 사회적 기업 전문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펴내는 등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해왔다. 최 회장은 사회적기업 관련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생애 마지막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사회적기업이란 말 그대로 이윤 대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 경영에서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SK그룹은 그룹 단위의 동반성장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협력업체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4200억 원대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 1000억 원의 동반성장사모투자펀드 운용을 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의 둘째 딸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외손녀인 민정 씨는 재벌가 딸 가운데 처음으로 군 장교로 입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민정 씨는 중국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영해 11주간의 교육을 모두 이수한 뒤 지난달 26일 장교로 임관했다. 국내는 사회 지도층 자제들이 병역 의무를 기피하려는 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사회의 귀감을 얻고 있다.

SK는 그동안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지만,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당장 투자금액만 봐도 알 수 있다. 최 회장이 구속 전인 2011년 SK그룹의 투자금액은 6조606억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4조928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형 인수합병(M&A)도 줄줄이 무산됐다. SK E&S가 추진했던 STX에너지 인수가 무산됐는가 하면 SK텔레콤이 추진했던 ADT캡스 M&A도 중단된 상태다. 그나마 최 회장이 인수를 주도한 SK하이닉스가 그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SK 관계자는 “2012년 2월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사업간 빅딜 등 대형 M&A 실적은 전무한 상태”라며 “하이닉스도 최 회장의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나마 호실적을 낸 계열사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2년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4년을 확정받고 788일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가석방 대상이 된다.

함께 재판을 받은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 확정후 319일동안 수감돼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가석방 요건이 된다.
LIG 관계자는 “자숙하면서 성실하게 복역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최근 기업인들에 대해 가석방이나 특별사면이 제기되는데 대한 언급을 꺼렸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선고 전까지 형기가 확정되지 않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현재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CJ그룹 내부에서는 가석방 논의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가석방 논란이 계속되면 전체 기업총수 거취와 관련해 부정적 여론이 더욱 커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도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도 회계분식 혐의로 260일 가까이 수감된 상태에서 최근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고법에 계류 중이다. STX그룹 협력업체나 노조간부 등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으나 아직 가석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장기간 오너 공백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한화그룹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최근 들어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구치소와 병원에서 지내며 예전처럼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올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극적으로 풀려나 경영복귀 기회를 잡았다.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운 김 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4개 계열사 빅딜’을 신호탄으로 직무를 재개했고,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하고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신사업 확장과 경영권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이 돌아오면서 한화그룹에는 긴장감과 활기가 동시에 돌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이 빨라지면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내년에는 인수한 삼성계열사가 한화가족이 되면서 더욱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의 기업특성상 기업오너는 전문 경영인이 부담을 늦겨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장기 투자 등을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애로사항 등을 고려해서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되는 기업인은 사회에 복귀해 사회경제에 대한 기여를 통해 나머지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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