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찌라시 덫에 빠진 한국] ‘찌라시’는 사회적 질병

[찌라시 덫에 빠진 한국] ‘찌라시’는 사회적 질병

기사승인 2015. 01. 08. 04: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증권가 돌던 '카더라 통신'
비선조직·미행설 등 정계 강타
검찰 나서고 온나라가 들썩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불특정 다수에게 퍼지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 ‘찌라시’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해가 바뀐 지금도 지난해 터진 정윤회 찌라시 사건으로 정부도 혼돈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다.

특히 찌라시가 그럴듯한 내용으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유포하는 행태가 늘면서 피해자들은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법적 소송은 물론 심한 경우 생명을 끊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지만, 정작 가해자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형벌도 가볍다는 지적이다.

7일 법조계, 학계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이 정보통신기술과 맞물리면서 과거 증권 투자자를 대상으로 생산됐던 찌라시가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를 무차별 공격하는 무기로 변질됐다.

실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공백에서 시작된 정윤회 사건은 박 대통령 일가를 헤집고, 비선조직, 박지만 씨 미행설 등의 찌라시가 줄을 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문건 유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최 모 경위가 자살하기까지 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을 구속했지만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게다가 찌라시에는 재계 인사들의 이름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체조 요정 손연재는 안티팬이 지난 2012년 9월부터 2013년까지 인터넷에 ‘손연재가 애국가에 체조하는 모습을 넣기 위해 방송국에 40억원 규모의 로비를 했다. 국제성적이 조작됐다“는 내용의 글이 유포,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다행히 비방글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유포자로 알려진 김모씨는 지난해 5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았을 뿐, 손 선수에 대한 어떠한 정신적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 찌라시로 구설수에 오르면 대부분 사람은 대인기피증이나 광장공포증 등을 갖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미약해 피해자들은 평생 가슴앓이를 할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 루머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나를 손가질하고 있다는 피해의식과 대인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증세가 계속되다 보면 우울증이 발병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찌라시가 국정을 흔들고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파급효과 크지만, 이를 요구하는 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찌라시는 곧 소문이다. 소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부풀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찌라시 유포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찌라시 유포로 올바른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석진 변호사는 ”특정인의 명예훼손이 빈번해지면서 정보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며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찌라시는 정작 본질적인 쟁점을 벗어나 소모적인 이전투구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필요 없는 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