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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러시아, 한국 금융제재 비동참 고마워하고 있다”

[단독] “러시아, 한국 금융제재 비동참 고마워하고 있다”

기사승인 2015. 01.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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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중원대 교수 "북·러 밀착, 한국에겐 또다른 호기", "나진-핫산 프로젝트, 북한 철도 개보수, 가스·전력망 북한 통과, 두만강개발 참여...북한 개혁개방 유도", "위기설 부화뇌동 땐 국익 심대한 피해"
“러시아는 한국 정부가 금융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 한다. 최근 북·러 밀착은 한국에게는 또 다른 호기다. 나진-핫산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북한 철도 개보수, 가스·전력망 북한 통과 사업,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에 참여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

박종수 중원대 교수(57·국제통상학과·전 러시아 공사)는 18일 오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러시아 경제위기설과 관련해 국익 관점에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6개월 내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했던 박 교수를 만나 러시아 경제위기설의 배경과 전망,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본지 2014년 11월 24일자 1면·3면 참조)

-러시아 경제위기설이 서방 언론을 중심으로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시급한 것이 아닌가?
“최근 러시아 경제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편적 관점과 한러 양국 간 특수 관계를 고려해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보편적 관점이다. 러시아 금융위기설은 2013년 기준 대(對)러 수출 비중 1.9%와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기관의 대러 외화 익스포저 규모 13억6000만 달러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다. 중국 기업은 서방 기업들의 틈새를 공략해서 원유 채굴과 부동산 저가 매입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의 이면에는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 특히 미·러 간 패권다툼이 있다. 자칫 신냉전으로의 회귀 가능성을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최근 북·러 관계가 다시 급속하게 밀월관계로 가면서 한·러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 보인다.
“사실 한·러는 특수관계다. 러시아는 우리 정부가 금융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수교 후 처음으로 극동지역 대통령 대표와 6개주 지사들이 방한해 직접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두 나라의 경제구조는 상호 보완관계다. 최근 북·러 간 밀착은 우리에게는 또다른 호기다. 나진-핫산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북한 철도 개보수, 가스·전력망 북한 통과 사업,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에 동참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은 가설일 뿐이다. 추상적인 가설에 부화뇌동함으로써 국익을 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을 ‘추상적인 가설’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 앞으로 러시아 경제를 전망한다면?
“단적으로 비관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대외 환경에 비춰 볼 때 루블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반드시 절대악 만은 아니다. 루블화 하락은 러시아산 원유를 저렴하게 만들고 다른 원유 수입국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갖게 한다. 오히려 미국의 에너지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자체 평가한 셰일오일·가스의 손익분기점은 국제유가 80달러대 수준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주택대출 총액 9000억 달러 가운데 실제 부도율은 10~20%에 불과했다. 셰일가스 사업에 대한 미국 금융기관 대출액은 3000억 달러 수준이지만 대형 금융위기로 발전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대내 환경으로는 루블화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신호들이 줄고 루블화 역시 평정을 되찾고 있다. 푸틴은 80%의 국민적 지지를 기반으로 보다 과감한 중장기적 개혁을 단행할 수 있다.”

-러시아 경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러시아 정부의 외부환경 개선을 위한 단기처방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의 대러 경제제재 해제가 급선무다. 올해 5월 종전 70주년 행사 초청장을 조기 발송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는 시의적절하다. 2005년 60주년을 계기로 푸틴이 미국을 설득해 답보상태에 있던 북핵 문제를 대화 국면으로 유도했던 전례를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러시아가 활용할 수 있는 호재는 중국 카드다. 중국은 저유가의 호황을 누리면서도 푸틴체제의 붕괴를 막는 버팀목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240억 달러의 통화스왑을 체결해서 양국 간 교역에 활용 중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적 온라인 자금결제시스템(SWIFT)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적 온라인 결제시스템(ROSSWIFT)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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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6개월 내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지난해 정확히 예측한 박종수 중원대 교수(국제통상학과) 겸 러시아 전 공사는 18일 인터뷰에서 “최근 북·러 밀착은 한국에게는 또 다른 호기”이라면서 “나진-핫산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북한 철도 개보수, 가스·전력망 북한 통과 사업,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에 참여함으로써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 김종원 기자
-러시아가 내부적으로도 경제난 타개를 위해 처방이 화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물론 러시아 정부도 내부 환경 개선의 단기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지난해 말 러시아 정부는 약 43억달러의 금(보유량 세계 5위)을 매각했고 은행자금 지원 법안도 마련했다. 전체 800여개 은행 가운데 150개 정도가 혜택을 받는다. 또 국내 기업의 달러 표시 대외 채무에 대해서도 향후 지불의무를 거부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어쨌든 러시아 경제는 제조업과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 설비의 현대화와 산업의 구조조정 지속, 루블화와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회복 없이는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이 왜 자꾸 터져 나오고 있나?
“우선 외부요인이다. 러시아는 2013년 1월부터 서방과의 금융전쟁에 대비해 왔다. 지난 몇 년 간 미국과 유럽연합(EU)는 해마다 1.5조 달러와 1.2조 유로를, 영국과 일본도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은행에 퍼부었다. 은행은 그것으로 자본손실을 충당해 왔고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실물 자산과 맞바꿈으로써 채권자적 위치를 강화시켰다. 러시아는 채무의 늪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해 오던 중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실로 대(對)러 금융제재를 시작했다. 가스프롬 등 주요기업에 대한 서방 금융권의 대출 동결은 루블화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유가 폭락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내부 담합에 의한 음모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에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와 담합해 증산함으로써 국제 유가가 폭락했고, 1998년 러시아 디폴트 선언 때도 마찬가지였다는 주장이다.”

-러시아 내부적 요인도 적지 않을 것 같다.
“푸틴은 지난해 말 정부는 더 많은 혁신을 했어야 했다면서 금융위기설의 내부 요인을 인정했다. 외부 변수에 쉽게 휘둘리는 러시아 경제의 취약 요인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과도한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다. 위기 때 마다 제조업 육성을 위한 투자유치를 강조했지만 그 효과가 시간과 노력에 비해 크게 탄력을 받지 못해 왔다. 둘째, 국가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이다. 자원 위주의 핵심산업이 외형적으로는 민영화에 의한 시장경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정부가 대주주다. 셋째, 루블화와 금융기관의 공신력이 낮다. 러시아 국민들의 애국심만으로 루블화를 보호할 수 없다. 루블화 가치가 더 하락하면 달러로 교환해서 ‘무이자 가정은행’인 베개 밑에 보관하는 1990년대의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을 어떻게 봐야 하나?
“‘국가부도 벼랑끝 푸틴’, ‘소련붕괴 직전 상황’, 지난해 말 서방 언론은 러시아가 붕괴 일보직전에 있는 것처럼 연일 대서특필했다. 물론 국제유가와 함께 루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것은 러시아 경제에 적지 않는 위협이다. 하지만 경제위기는 경제시스템을 위협하는 것이라야 한다. 금융자산이 반 토막 나거나 그로 인해 각종 산업이 마비되는 수준이다. 루블화 가치가 하락해도 러시아의 국내 경제활동은 그다지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주요자원을 자급자족하는 특수성 때문이다. 피해를 당하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기업과 투기자본가다. 물가상승으로 서민 대중이 당장 피해를 입는다. 안타깝지만 서민들도 충분한 학습효과를 거쳐 내성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 경제위기설을 지금 시점에서 평가한다면?
“푸틴은 지난해 12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외화보유고는 풍부하지만 환율방어를 위해서는 한 푼도 쓸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발언했다. 그 이후로 러시아 경제위기설은 서방의 바램(?)섞인 가설만 난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측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로 하락하고 서구의 대(對)러 경제제재가 지속되면, 러시아는 글로벌 경제와 단절하거나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가설은 가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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