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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결혼 미끼 억대 사기… “딴 여성과 결혼자금으로 썼죠”

[기사의 극적 재구성] 결혼 미끼 억대 사기… “딴 여성과 결혼자금으로 썼죠”

기사승인 2015. 01. 2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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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씨에게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고 해놓고 가져간 돈만 3억이 넘습니다.


 그 돈을 다른 여자랑 결혼하고 신혼여행 비용으로 썼다는데 사실입니까?“

 

“저는 처음부터 결혼할 상대가 있었다고요, 그 민영이란 여자랑은 처음부터 진지한 관계가 아니었다니까요!!”

 

“박민영씨에게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라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까?”

 

“아 예.. 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박민영씨에게 가져간 돈이 2억7백8십3만원입니다. 그 돈 어디에 쓰셨습니까?”

 

“빚이 좀 있어서.. 그것 좀 갚고, 이번에 B랑 결혼하느라 거기에도 좀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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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미끼로 20대 여성들 농락/ 자료사진.

8월 12일, 저녁 호기심에 박민영이(26)는 모바일 소개팅 앱을 받았다.


간단한 가입 과정을 거쳐 앱을 실행하니 엄청난 수의 남자가 만남을 요청했다.

어떤 남자는 자기 프로필 사진도 없고 반말로 성의 없게 구는가 하면 어떤 남자는 보자마자 야한 말은 건네고 이상한 사진을 보내는 등 수준 이하의 사람들이 많았다.


개중에 점잖은 말을 걸어온 남자가 있었다.
사진 속 얼굴은 자신감 있어 보이지만 정중한 말투가 민영에 눈길을 잡았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슬며시 요청을 수락했는데, 그 남자는 본인을 언론에도 자주 출연한 스타강사라고 소개했다.

 

8월 16일, 저녁 송파구 올림픽 공원 근처에서 민영은 그를 만났다.


앱을 통해 알게 된지 4 일밖에 안됐지만 그동안 주고받았던 문자의 그 사람이라면 만나도 될 것 같았다. 사실 민영이도 그가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문자만 와도 즐겁고 그의 문자를 어느 때부터인가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난 그날, 민영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그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부드럽지만 달콤한 말투 하며 언제나 부담스럽지 않게 상대를 바라봐주는 눈빛. 밖이 쌀쌀하다며 거부감이 들지 않게 옷을 덮어주는 매너까지….


 

뜻밖에도 그는 민영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안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동안 대화로 민영씨에 대해 알 수 있었어요. 민영씨가 저의 운명적 사랑인거 같아요. 우리 오늘부터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볼까요?“


민영이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너무 행복하고 부끄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민영이는 그에게 미래를 맡겼다.


8월 19일, 7일째 민영이는 앱을 통해 그를 알게 되고 그와 결혼을 꿈꾸게 되었다.


항상 당당한 그가 요사이 영어 학원 운영에 돈이 필요한데 자신이 미국 영주권자라 대출이 어렵다고 힘들어했다.

어차피 곧 결혼할 사인데 그 대신 민영이 이름으로 대출을 조금 받아달라고 하여 그에게 줬다. 한 두 차례 대출을 받고 그에게 준 돈은 1억 원이 조금 넘었다. 


10월 30일 저녁. 앱을 통해 그를 알게 되고 결혼을 꿈꾼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그가 민영에게 툭 던지듯 말한다.


“아, 우리는 아니었던 거 같아. 그만 헤어지자”


그는 당당하게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 불과 3일 전에도 급하게 필요하다며 가져간 돈이 2억이었다.
그가 투자에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난생처음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그에게 돈을 주었다. 민영이는 그래도 괜찮았다. 곧 결혼할 사이었으니까.


 


 

마법 같은 시간은 막을 내렸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까지 느껴지는 민영에게 시간은 지옥과 같았다. 가족들은 보다 못해 민영을 설득했다. 그를 경찰에 신고했고, 피해자 자격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민영은 충격을 참을 수 없어 실신했다.


경찰이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며 민영에게 전한 사실들은 믿을 수 없었다.


민영과 해외출장을 간다고 말했던 9월 20일은 그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날이었다는 것. 출장비가 모자라다며 가져간 신용카드로 스위스에서 신혼 여행을 즐겼다는 것….


또 같은 처지의 여자가 서 너 명은 된다는 것이었다.


민영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하며 운명적 사랑이라고 말했던 그가 ‘결혼’이라는 미끼로 이런 짓을 벌여 수차례나 수감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꼭 죗값을 받게 하겠다는 경찰의 말은 민영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제 민영에게 남은건 닳아 해진 마음과 충격. 그리고 매달 갚아야 하는 그를 위해 빌린 돈의 이자 440만 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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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미끼로 20대 여성들을 유혹해 거액을 뜯어낸 영어학원 대표가 경찰에 20일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피해자들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며 학원 운영비와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모 유명 어학원 강사이자 영어학원 원장인 임모(29)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씨는 모바일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를 만났고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자”라며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그는 A씨에게 미국 영주권자라 대출이 안 된다며 A씨 이름으로 대출을 강요했고 지난 8월에만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갔습니다.


마이너스 대출까지 합해 A씨가 임씨에게 송금한 돈은 2억783만원 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와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임씨는 같은 해 9월 다른 여성과 결혼을 했지만 A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건, A씨가 돈을 더 이상 마련하지 못하게 된 10월 30일이었습니다.


경찰은 A씨 외에도 5 천만원가량의 돈을 임씨에게 준 여성을 확인하고 다수의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찰관계자는 “임씨는 받은 돈 전액을 결혼자금과 채무변제에 썼고 전혀 죄의식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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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극적 재구성] 실제 사건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한 기사입니다, 따라서 기사에 등장하는 이름은 가명입니다.  재구성한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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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톡톡] 아시아투데이 모바일 버전에서는 '기사의 극적 재구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m.asiatoday.co.kr/kn/atootalk.html?ap=2#2015.01.20

아시아투데이 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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