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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자재’ 외면하는 국토부에 새는 혈세(血稅)

‘부실자재’ 외면하는 국토부에 새는 혈세(血稅)

기사승인 2015. 01. 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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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한 눈에 봐도 잘 부서지는 제품을 양호하다고 주장
미국 등 해외서는 레진 강도 규제 존재
한화건설·철도시설공단 등도 레진 문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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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한 체구의 기자 손에도 쉽게 잡아 뜯어지는 국산 록볼트 레진 제품/사진=황의중 기자
해외 레진 모습
해외 레진 제품의 모습, 강도나 단단함이 시멘트 콘크리트와 유사하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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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터널공사에서 ‘부실자재’인 국산 레진(록볼트를 고정시키는 합성수지 접착재)사용을 눈 감으면서 소중한 국민의 혈세가 부실공사로 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자신들이 마련한 설계 기본 기준에 국산 레진이 전혀 부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25일 토목업계에 따르면 외국산 레진은 석회석 분말(70%)에 폴리에스테르를 첨가해 제조돼 굳어졌을 때 콘크리트와 같이 단단해서 압축·인장·전단강도를 갖는다. 반면에 국산 레진 제품의 경우는 발포성 폴리우레탄의 수지로만 제작돼 강도특성이 전혀 없다.

이 제품을 사용할 경우 록볼트의 본래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서 터널의 안전성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본지(작년 10월 15일자 터널 ‘록볼트’로 드러난 국토부-도공의 부실공사)서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지의 지적에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제정 터널표준시방서는 레진은 폴리에스터계 및 동등 이상의 재질을 사용하도록 규정했다”며 “시중에서 사용하는 국산 폴리우레탄 레진은 폴리에스터계와 폴리에테르계 혼합물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국토부의 해명은 같은 흑연 재질로 구성돼 있으니 다이아몬드와 숯이 강도가 같다는 말과 다름 없다.

강성이 없는 레진으로 록볼트를 시공했을 경우 지반의 보형성 작용·내압 작용·아치형성 작용·지반보강작용 등의 기능을 상실한다. 대부분 국내 도로터널은 지진의 위험에 대비해 내진1등급으로 설계함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는 지진·폭격 등 외부충격 때 붕괴의 위험과 장기 내구성이 떨어지는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터널기술자들은 흡사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철근이 콘크리트에 매몰 부착돼 있지 않고, 철근이 스티로폼에 둘러 쌓인 형상이 돼 콘크리트 구조물이 강성(强性)을 발휘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터널공사에서 헌법과 같이 준용되는 국토부 제정 터널표준시방서(3.3.1항)에 따르면 ‘록볼트의 정착재료는 조강성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 없이 강성이 없는 국산 레진 제품이 시공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해외서는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F432-95) 조항에서 정착재인 레진에 대한 압축·인장·전단강도 시험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국제암반학회의 다수 논문들은 레진의 강도에 따른 록볼트의 기능성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일부 터널 건설현장에서는 기술자들이 국산 레진의 문제점을 파악해 강성을 지닌 시멘트 모르타르만 사용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영천~상주간 도로공사 터널에 현장 기술자의 이같은 의견을 반영했으며 철도시설공단도 마찬가지다.

김계웅 철도시설공단 건설본부장은 “현재 철도시설공단 발주 터널 공사에서는 국산 레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설사 국산 레진에 문제가 발생해도 록볼트는 공사중에 사용되는 임시보강재로 계측결과에 안정성이 인정되면 콘크리트 라이닝을 설치하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터널전문 기술자들은 콘크리트라이닝은 터널의 하중부담 기능보다는 미관과 방수재 등의 시설보호용으로 설치되기 때문에 대부분 철근을 사용하지 않는 무근 콘크리트로 외부충격 등에 전혀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토목업계 관계자는 “국토부 말대로 록볼트가 공사중 임시보강용품이라면 록볼트 일부를 빼돌린 사건도 안전과는 무관한 사건이 되는 셈이다”라며 “현재 국내 2차선 터널에서 시공되는 록볼트는 연장 1m당 약 10개가 시공되며 단가는 10만원 이상으로 터널 1km에서 공사비가 10억원 이상 소요되는데 임시보강용이라면 과다설계가 아닌지 되묻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부가 확정한 올해 국내 도로·철도건설 공사 예산은 16조4224억원에 달한다.

#다음은 국산 록볼트 레진 제품을 직접 구매한 후 강도를 시험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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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사용전 국산 레진/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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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유리관을 깨서 각각의 내용물을 혼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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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분만에 혼합된 내용물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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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맨손으로 가벼운 힘만 써 잡아당겨도 쉽게 뜯어진다. 마치 조금 단단한 스티로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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