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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종점에 도착알림서비스가 웬말?

버스 종점에 도착알림서비스가 웬말?

기사승인 2015. 01. 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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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필요한 도로변 정류장에는 없기도
취재 시작하자 슬그머니 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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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일운수종점에 설치된 버스도착알림서비스 단말기. 하루 종일 차고지라고만 표시된다. /사진=박정배 기자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몇 정거장 전에 있는지 승객들에게 알리는 버스도착알림서비스 단말기가 정작 필요 없는 곳에 설치돼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5동 범일운수차고지는 왕복 4차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버스 승차장이 두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5537·5617·5620번과 5413·5525·5619번을 정류장이 따로 있다.

이곳은 버스가 출발하는 장소. 따라서 버스가 몇 분 뒤에 오는지, 몇 정류장 전에 있는지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5537·5617·5620번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는 도착알림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해 7월에 설치된 이 도착알림 단말기는 하루 종일 ‘차고지’라고만 표시돼왔다.

또한 5413·5525·5619번 버스에 대한 정보도 이 단말기에 표시돼 있다. 단말기가 설치된 정류장에서는 이들 버스를 탈 수 없다. 물론 단말기를 볼 필요도 없는 상황이지만 설치 목적에 어긋나는 셈이다.

정작 단말기가 꼭 필요한 정류장에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5413·5525·5619·5620번 버스는 왕복 4차선인 독산로를 통과하지만 이곳 정류장에는 도착알림 단말기가 없는 상황이다.

취재를 시작한 23일 범일운수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승차대를 설치하면서 단말기도 함께 따라왔다”며 “서울시에서 주도한 설치 사업이라 굳이 필요도 없는 단말기를 왜 설치했는지 버스 회사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전했다.

도착알림 단말기는 서울시청 도시교통본부 버스정책과 정류소관리팀이 총괄한다. 팀 관계자는 이날 “버스 승차대 및 단말기 서비스는 KT가 투자해 이뤄지는 사업”이라며 “KT가 설치를 위해 비용을 투자하고 승차대에 들어오는 광고 수익을 가져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같은 날 “승차대를 설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단말기도 설치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 설치한 점에 대해서는 실수를 인정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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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시작된 뒤 범일운수종점 정류장에 설치된 도착알림서비스 단말기가 사라졌다. /사진=박정배 기자
24일 범일운수 차고지의 단말기는 철거돼 없어진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정류장에 도착알림 단말기를 설치하면 좋겠지만 도로 폭이 3.6m 이하인 곳에는 주변 상인 등의 반대로 인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시와 KT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독산4동에 거주하는 시민 박승택씨(66)는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버스가 오는지 알아 날씨가 추우면 알아서 건물 안에서 기다리든지 하는데 우리 같은 노인들은 마냥 버스가 오는 것만 바라보면서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며 “중앙차선 버스정류장과 같이 모든 정류장에 도착알림 단말기가 설치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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