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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눈 가리고 아웅’…숫자놀음에 빠진 LG생활건강

[취재뒷담화] ‘눈 가리고 아웅’…숫자놀음에 빠진 LG생활건강

기사승인 2015. 01.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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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이 ‘숫자 놀음’에 재미를 붙인 모양입니다. 그것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말이지요. 다름 아닌 기업과 주주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실적 얘기입니다.

지난 27일 LG생활건강은 2014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세월호 여파에 따른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4조6770억원, 영업이익은 2.9% 늘어난 51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은 사상 최초로 5000억원을 돌파했지요.

LG생활건강의 실적은 감탄할 정도입니다. 차석용 부회장이 대표로 취임한 2005년 이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어느 때부터인가 LG생활건강의 분기별 실적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2005년 이후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OO분기 연속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OO분기~~’라는 ‘약방의 감초’ 같은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4분기 실적 보도자료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매출·영업이익 모두 4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2005년 이후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38분기 연속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9분기 성장을 기록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사실 언론에 배포하는 실적 자료 가운데는 꼼수가 종종 숨어있습니다. 분기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성장 수치를 이야기할 때 전년 동기와 비교하는 대신 전분기와 비교해 성장률을 높이거나 감소율을 낮추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좋게 말해 ‘포장의 기술’이라고 할 법합니다.

LG생활건강의 4분기 실적 자료도 이러한 ‘착시 효과’를 노린 듯 합니다. 2005년 이후 매출이 38분기 연속 성장하고 영업이익이 39분기 성장했다고 하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연속 성장한 것으로 혼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LG생활건강은 2005년 1분기 이후 2013년 4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6분기 연속 성장하다가 2014년 1분기에 12.1% 감소하며 연속 기록이 ‘아깝게’ 깨졌습니다.

그럼에도 통상적으로 연속이 아닌 이상 쓰지 않는 ‘몇 분기 성장’이라는 표현까지 굳이 덧붙인 데는 영업이익 연속 성장 기록이 깨진 데 대한 아쉬움과 함께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주주나 일부 언론이 이러한 함정에 빠지는 사이 LG생활건강은 숫자놀음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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