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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이명박정권 비난, 뒤로는 돈달라 요구한 북한

앞에선 이명박정권 비난, 뒤로는 돈달라 요구한 북한

기사승인 2015. 01. 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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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남북정상회담 대가로 경제지원 요구해와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북한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을 거절했던 순간을 비롯해 임기 5년 동안의 이야기가 담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일부분이 28일 공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4대강 사업’·‘자원외교’ 등 주요 정책 추진 배경과 과정을 설명했다. 다음달 2일 공식 출간된다. /사진출처=알에이치코리아 출간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다음 주 공식발간을 앞두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공개됐다. 그의 재임시절 이뤄진 남북 물밑접촉의 상세한 내용, 특히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전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남북관계의 새 변수가 되고 있다.

29일 이 회고록에 따르면 북한은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다양한 루트를 통해 최소 5차례 정상회담을 제의했으나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요구해 결국 무산됐다. 북한의 정상회담 전술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이를 직접 기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평양에서 김정일과 회담을 가졌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정상회담 성과만 소개했을 뿐 그 이면에 있는 거래와 관련해서는 언급한 적이 없었다.

◇ 어떤 내용 담겼나

회고록에는 북한이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기남 노동당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조문단으로 보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이명박정부 출범 후 북한의 첫 정상회담 제의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당시 북측의 제의에 대해 “앞선 두 차례의 정부 때와 다르게 북한이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해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고자 했지만 북한이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요구해와 이를 거부한다.

북한은 김기남 비서의 방남 직후 열흘여만인 8월28일 다시 김양건 통전부장 명의로 정상회담 개최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경제지원에 대한 입장차로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또 결렬됐다.

이후 북한의 전방위적인 정상회담 공세가 계속됐고, 11월 개성에서 열린 통-통(통일부-통일전선부) 접촉에서는 북한이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쌀 40만t, 비료 30만t, 옥수수 10만t 등을 요구한 것으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 “마치 정상회담 계산서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천안함 폭침 사건이 터지고 4개월 뒤인 2010년 7월 북한의 요구에 따라 국가정보원의 고위급 인사가 방북했다고 썼다. 이 인사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자 북측은 (당사자가 아닌) ‘동족으로서 유감이라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남의 상갓집에 들러 조의를 표하는 수준의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였고, 그 같은 애매한 표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남북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북한이 제의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제3자적 입장에서의 유감 표명’을 수용했다면 정상회담은 이미 성사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향후 남북관계 어떤 영향 미칠까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재임 시절 남북 간 이뤄진 물밑접촉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불과 4~5년 전 남북 간 비밀접촉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개적으로는 이명박정권을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물밑으로는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집요하게 정상회담을 요구했다는 점은 북한으로서 상당히 낯 뜨거운 대목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의 특성상 공개되지 않고 안고 가야 할 부분도 있는데, 물밑 접촉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남북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앞으로 남북 모두 물밑 접촉의 필요성이 생겼을 때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는 남북대화는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막후 접촉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물론 북한도 자신들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우리측과 이뤄진 비공개 접촉 내용을 종종 일방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베이징에서 이뤄진 당시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과 북측간의 비밀접촉 내용을 북한은 1개월 만인 같은 해 6월 전격 공개하며 ‘돈봉투를 줬다’, ‘남측이 양보를 애걸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는 지난해 10월 남북 군사당국자간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나자 당초 비공개로 진행됐던 접촉 성사까지의 과정과 결과 등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우리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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