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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차량 잡아낸 네티즌 수사대

‘크림빵 뺑소니’ 차량 잡아낸 네티즌 수사대

기사승인 2015. 01. 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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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빵 뺑소니’ 사건의 피의자 허모씨(37)에 대해 30일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 차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던 이번 사건의 해결에는 피해자 강모씨(29)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활약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

지난 10일 오전 사고 발생 후 29일 허씨가 검거되기까지 19일간은 강씨의 유족에게는 실로 기나긴 고통의 나날이었다.

강씨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아내를 응원하며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해왔고, 그가 아내가 좋아하는 크림빵을 사가던 중 변을 당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씨의 죽음은 평범한 20대 가장의 단순한 뺑소니 사망 사고에 불과했다.

유족이 적극적인 수사를 호소해도 경찰은 인력 부족과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수준이었다. 사고 차량에 대한 경찰의 수차례 뒤바뀌며 혼란을 초래했다.

아들을 잃은 아버지, 남편을 잃은 임신 7개월의 아내가 절망을 느껴야 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크림빵 아빠’의 애틋한 순애보가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에서는 강씨를 추모하는 네티즌들의 애도와 뺑소니범에 대한 분노로 가득 채웠다.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은 경찰의 수사 방향마저 바꿔 놓았다.

이 사건을 담당한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 22일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내걸었고 닷새 뒤인 지난 27일에는 수사본부도 꾸렸다.

윤철규 충북지방경찰청장도 뺑소니범 검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네티즌들은 애도하는데 머물지 않았다.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 확보와 정보 공유에도 적극적이었다.

경찰이 용의 차량을 BMW로 여기고 수사할 때 자동차 동호회원 등 ‘네티즌 수사대’는 공개된 도주 영상을 바탕으로 특정 모델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기도 했다.

사고 현장 부근인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도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크림빵 아빠’ 기사를 본 뒤 “우리도 도로변을 촬영하는 CCTV가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CCTV 동영상은 결국 사고 차량을 윈스톰이라고 특정 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이 동영상을 판독, 가해 차량을 윈스톰으로 확정했고, 부품대리점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펼쳐 뺑소니범 허씨를 찾아냈다.

뺑소니 후 충남 천안에서 부품을 구해 자신의 윈스톰 차량을 몰래 수리했던 허씨 역시 차종을 밝혀내며 좁혀오는 경찰 포위망에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자수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허씨의 검거는 강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뺑소니범을 추적한 네티즌들이 이뤄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티즌 수사대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사건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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