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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금호家 형제, 끝나지 않은 갈등...형제의 의미는?

[취재뒷담화]금호家 형제, 끝나지 않은 갈등...형제의 의미는?

기사승인 2015. 01. 3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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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형제간 갈등에 대중은 곱지 않은 시선을 넘어 이제는 무관심해 지고 있다. 대중의 뇌리에는 이미 박삼구·찬구 형제에 대해 ‘피 보다 돈이 먼저’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혔고 이제는 굳이 그것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커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이런 두 형제의 모습에 안타까운 마음과 이제는 갈등을 끝내야 한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지난 15일 법원이 금호석화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에 대한 매각을 강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가 항소를 포기했다. 하지만 금호석화 측은 항소포기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9일 금호석화가 보유중인 아시아나항공 주식에 대한 매각 이행 소송 패소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010년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채권단과 합의했다는 점을 법원에서 확인 받은 만큼,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측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정당한 이의제기에 대한 물타기식 대응이었다는 점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며 “항소 포기는 당연한 것으로 이런 무리한 소송을 한 것 자체가 워크아웃인 기업으로써 순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공식 입장을 폈다.

게다가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지분의 처분은 주주와 회사를 위해 기업가치 훼손을 막고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의 문제제기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판단에 맞게 처리할 것을 시사했다.

양측의 입장은 그 동안 벌어졌던 극단적인 갈등 상황은 아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서로의 신경을 자극하는 내용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2000년대 말부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은 재계의 관심사가 돼 왔다. 2009년 소위 ‘형제의 난’이라 불리는 박삼구·찬구 형제의 갈등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박삼구 회장이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한 이후 그룹이 자금난에 빠졌고, 2009년 대우건설 재매각을 결정하면서 두 형제간 갈등은 시작됐다.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을 들고 나섰고, 금호석화 지분매입 경쟁이 펼쳐졌다. 대우건설이 매각될 경우 금호석화가 그룹의 지주사로 변화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이사회를 열고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룹 경영권과 다툼이 본격화 되는 조치였다.

결국 그 해 12월 재무구조악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과 그룹 정상화방안을 발표한다. 이듬해인 2010년 금호석화의 분리경영이 결정되고 두 형제의 갈등의 골은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다. 2011년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 지분을 처분했고, 2012년에는 금호석화가 본사를 이전하며 완전히 등을 돌리는 상황이 됐다.

지난 2013년에는 ‘금호’ 상표권 문제가 두 형제가 이슈가 됐다. 또 지난해에는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가 비밀자료 유출 혐의로 고소를 하는 사건도 있었다. 특히 아시아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서 박삼구 회장이 등기이사와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과 관련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일도 발생했다.

아이러니 하게 금호가(家)는 돈독한 형제경영을 펼치는 집안으로 손에 꼽혔다.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아들들은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그룹을 성장시켜 왔다.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며 어느 한쪽으로 힘이 치우치지 않게하며 말 그대로 화합 경영을 펼쳐왔다.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오남)을 제외하고 장남인 고 박성용 회장, 차남 고 박정구 회장에 이를 때 까지 형제간 화합경영은 범 LG가와 비견될 정도로 모범적인 형제 경영의 사례였다. 하지만 삼남인 박삼구 회장이 2002년 그룹 경영을 맡은 지 7년여만에 이 전통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재계는 박삼구·찬구 형제의 갈등은 이제 봉합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열분리돼 경영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그룹이지만 아시아나항공 지분문제는 두 그룹, 아니 두 형제의 갈등을 지속시키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두 형제의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항소 포기가 박삼구 회장에게 손해 될 것은 없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측에서는 손해 볼게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금호산업 지분 인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이번 소송으로 힘을 분산시킬 이유가 없다. 다툼보다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더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1심 법원 판결로 그 동안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박찬구 회장간에 주식을 상호정리, 독립경영 합의와 같은 사안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여전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2월 채권단과 맺은 합의서에 따라 우리 쪽은 석유화학 지분을 이미 다 처분했는데 (박찬구 회장은) 아직도 항공 지분을 팔지 않고 있다”며 “계열 분리를 원한다면서 지분을 안 파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금호석화의 지분 처리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재계는 두 형제가 더 이상 형제 경영의 모범을 보여주기는 불가능 한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째 지속되는 갈등은 두 그룹에게 모두 좋을 것이 없다는 데에도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최소한 화해의 제스쳐가 아니더라도 기업의 이미지를 서로 깎아먹는 행동은 자제해야 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두 형제는 모두 상식적인 부분이 무엇인지를 강조하며 대중이 자신의 편이 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양쪽이 생각하는 그 상식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두 형제의 다툼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부정적인 것만 남아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 수록 두 그룹의 이미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막기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어느 때 보다 형의 입장에서, 동생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화합은 아니더라도 비난의 감정을 버려야 할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피가 물보다 진한 이유는 분명이 존재한다. 어린이 집을 다니는 4살 박이 아이들도 아는 상식이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의 수장으로 ‘나를 이해 해줘’가 아리나 ‘내가 이해해 줄께’가 우선이 되는 형제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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